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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끝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은 뭘까. 항상 그런 설렘과 기대를 가지고 다리를 건넌다.
오리가 지나갈 때마다 수면 위로 잔잔한 파동이 퍼진다. 발이 보이지 않는 까닭은 너무 빨리 휘젓고 있기 때문.
햇살이 내리는 곳에서 그늘이 지는 곳까지 길이 이어졌다. 어느 쪽에 서 있을지 고민하게 되는 길목이다.
늘어선 장승의 모습이 누군가와 참 많이 닮았다. 장승들의 시선의 끝에는 무엇이 닿아있는 걸까.
언제나 잊고 있는 풍경, 그러나 영영 잊을 수 없을 풍경.
인쇄골목에 들어서면 구수한 종이 냄새가 나는 것 같다. 막 뽑혀 따끈따끈한 종이 위에 먹먹한 잉크 냄새 물씬 풍기는 것 같다.
얼마나 많은 생명들이 이곳에서 살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을까? 인사를 하기에도 하루가 모자랄 생명의 보고.
오랜 전쟁 끝에 이곳을 차지한 건 무성한 풀과 바람뿐. 과거의 치열했던 흔적만 남아 전략의 요충이라던 모습은 온데간데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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