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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의 경사인데도 몸을 가누기가 어렵다. 시선에 균열이 가자 어디에 발을 내딛어야 할지 망설여진다.
고인 물은 가끔 수면 아래의 세상을 보여준다. 더욱 푸르러진 빛깔들로 가득 찬 고즈넉한 세상을.
들어갈 수 없는 곳에 오르려함은 닫힌 문 너머에 있을 무언가 때문. 저 문이 열리는 날은 언제인가.
무엇인가 싶어 들춰 보니 그곳에 잎사귀의 글이 있었다. 본래의 글 위에 덧 씌워진 글은 잎사귀들의 언어인 걸까.
하늘에 걸렸을까, 땅을 디뎠을까. 누각 위에 걸린 구름에 더욱 더 아리송해진다.
녹이 슨 기찻길 사이로 인사를 주고받았을 너는 이제 과거의 흔적조차 남기지 못하고 부서졌구나.
물소리가 들려온다. 안을 들여다 보니 너는 분명 그곳에 있었다. 있었을 텐데, 있다는 것을 아는데 볼 수가 없다.
저수지에는 물만 모이지 않는다. 그 물을 따라온 햇빛도 구름도, 물고기도 모두 이곳 밑바닥에 모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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