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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들여다보아도 낯이 익지 않는 것이 있다. 머나먼 길을 돌아 눈앞에 웅크린 흔적에 괜스레 먹먹하다.
어느 끄트머리가 구부러져 있을까. 읽히는 것과 보이는 것, 상상하는 것의 사이에서 고민해 본다.
하늘의 빛깔과 물 빛깔, 땅의 빛깔이 한 시야에 고요히 담긴다. 뒤섞인 듯, 끝내 뒤섞이지 않을 듯 묘한 풍경이다.
칠이 벗겨져 얼룩덜룩한 탑 위로 담쟁이가 핏줄처럼 엉켜 기어오른다.
저 강의 건너편 기슭에는 붉은 꽃이 만발해 있다 하였다. 눈앞에서 흔들리는 꽃에 내가 함께 천천히 흔들리고 있으니, 이곳이 피안이 아닐까.
다리 위 민족의 얼이 물결을 그리며 나부낀다. 가슴 가득 알 수 없는 감정이 차올라 벅차다.
해무에 젖어 비에 젖어 유독 물 냄새 풍기던 항구에는 그토록 찾던 너의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는다.
색은 바랬을지 몰라도 세월의 선명함은 잃지 않았다. 본연의 색이야 어찌됐든 깊이를 지닌 너는 아름답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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