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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물결을 따라 둑이 저만치 이어져 있다. 저 편에 마음을 두고 왔는지 자꾸만 눈길이 간다.
먼 곳이 내다보이지 않는다 하여 좌절할 필요가 있을까. 이토록 아름다운 길이 나를 감싸고 있다.
세상에 그리지 못할 곳은 없는 것 같다. 언제부터 우리는 도화지에 스스로를 가둬버린 걸까.
수줍은 듯 그늘에 숨어서 코만 살짝 내민 고무신 한 켤레. 안의 상표가 문질러 없어질 만큼 너는 사랑받고 있구나.
녹색을 닮은 바람, 머리칼을 잔뜩 흐트러뜨리고는 어딜 갔나 했더니 못 위에서 물장난을 치고 있네.
그저 길을 따라 걸었을 뿐인데 어느새 구름과 맞닿아 있다. 하늘을 뒤로 하고 다시 터덜터덜 내려오자 또 다른 곳으로 길이 이어져 있다.
굳어진 이야기들이 담장 너머를 내다 본다. 언젠가 내 이야기도 저만치 단단해질 수 있을까.
나뭇잎 사이로 비쳐든 햇살에 눈이 시리다. 비쳐드는 것이 어찌 이리 선명할 수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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