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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물결을 볼 수 있는 건 햇빛이 있기 때문이고 우리가 햇빛을 볼 수 있는 건 물결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붉은 것이란 언제나 마음을 설레게 만든다. 기억 너머에 흔들리지 않는 깃발로 자리한, 그 두근거림.
나른한 오후, 하릴 없이 공원에 나온 사람일 리 없다. 그가 쓴 모자의 그늘이, 주름진 옷깃이 그의 시간을 보여주고 있다.
아주 가끔, 안개는 우리에게 맑은 날보다 더 많은 것을 보게 한다. 이지러진 풍경 사이로 점점 더 선명해져가는 것들.
흐린 기슭에 깃든 몇 척의 배. 출항 전에 슬쩍, 실어보는 생각 한 자락.
어두운 수면, 그 위를 점점이 덮어가는 푸른 것들. 가리고 싶었던 무언가를 덮어감에 아쉬움이 남을 줄 누가 알았을까.
그의 이름을 기억하지 않는 이가 있을까. 아직도 선명한 그의 자취가 신기할 따름.
돌담 너머 노오란 자태에 시선을 뻬앗겨 아무도 없다는 것을 몰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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