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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길을 달릴 준비를 마친 상상. 결국, 어디까지 가 닿을 것인지 가만히 눈을 감아 본다.
발소리를 죽여 엿보는 단아한 삶의 단면. 가지런하고 맑은 것들이 이루는 조화에 숨을 죽이는 것을 잊는다.
모든 이별은 흔적을 남긴다. 계절을 배웅한 자리에 남은 쓸쓸한 것들.
기도를 끝내고 내려가기 전, 내가 걸어온 세상의 모든 땅을 보았다. 걸을 땐 몰랐는데 굽이굽이 이어져 수갈래로 나뉜 길을 걷고 있었구나.
몇 번의 계절과 몇 번의 풍경이 흘러갔을까. 여전히 그 자리에 허리를 꼿꼿이 세운, 그래서 아름다운.
잊혀진 과거가 모이는 곳, 그곳에 잘게 부서진 누구인지도 모를 기억 위에 가벼이 무게를 실어 발자국을 남겨 본다. 곧 사라질 흔적을 애써 새겨 본다.
잊혀진 풍경인가 하였더니, 기억 한 켠에 곱게 자리하고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도 한 달음에 내달려가지는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석양에 빛나는 등껍질이 오랜 시간 이곳을 비춰 왔을 터. 만선에 취한 이들을 이끄는 등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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