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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려다보지 않은 채, 그림자의 주인을 상상해 본다. 저토록 아름다운 곡선을 가진 것은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지.
먼 길을 굽이쳐 달려와 잔잔히 스며드는 곳. 작은 물소리에 세상 모든 소리가 잠기는 곳.
새 주인을 기다리며 늘어선 눈망울이 깊다. 눈꺼풀을 여닫는 일이 자연스레 더뎌질 수 밖에.
몇 번의 계절과 몇 번의 풍경이 흘러갔을까. 여전히 그 자리에 허리를 꼿꼿이 세운, 그래서 아름다운.
내가 서 있는 곳의 반대편에는 항상 내가 원하는 것이 있어 나로 하여금 무엇이든 가로지르게 만든다.
아직도 한 그루의 나무인 듯 선연한 모습들. 시리고도 아름다운 풍경들이 웅크리고 있다.
물빛이 끝을 모르고 번져나가는 와중에 묵직한 고기 한 마리가 조용히 기슭을 헤엄치고 있다.
이곳을 걸으며 길이 좁음을 탓할 이가 있을까. 나무 사이를 비껴 길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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