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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쇠 없이 걸어 둔 문이 올곧은 약속을 말한다. 쉬이 잠그지도, 쉬이 열지도 않을 것.
소설만큼이나 나지막한 목소리로 전해지는 풍경. 책장을 넘기듯 조용히, 풍경이 스친다.
죽은 이와 함께 묻힌 것들은 태어남과 동시에 죽은 것들. 본래의 의미를 잃고서 새로운 가치를 부여받은 것들.
천 년이라는 시간 속에서 이곳을 지나갔을 무수한 사람들. 그 사람들의 기억이 이어지는 한 영원이 흔들릴 깃발들.
둥글지 않은 것들 사이를 걷는다는 것은 어느 순간 서러워지고야 말 일이다. 갈수록 짙어져가는, 곡선에 대한 낯선 그리움.
걸음을 붙드는 것이 아니라, 걸음을 이끄는 재치. 못 이기는 체 다가서는 발걸음이 즐겁다.
거대한 시간의 흐름 앞에 남은 것은 사념의 대리석 한 조각. 유독 짙다. 그대들의 그림자가.
주위를 감싼 소나무가 시야를 가려 나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그것 자체가 풍경인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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