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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림동 서점에서 책 하나를 꺼내 펼쳤다가 도로 덮었는데 순간 낯선 이의 한숨이 뺨에 닿았다.
겨울에 이곳을 걷는 것이 더욱 아름다운 이유는 풍경에 여름을 상상하는 마음이 더해지기 때문일 것이다.
쌓인 눈 위로 어지러이 남겨진 흔적들. 누가 체온을 담아 눌렀는지 제법 발자국이 크다.
배웅을 준비하는 금강루의 아름다움 때문인지, 향내 가득한 곳을 떠나기 전에 자꾸만 발걸음이 멈춘다.
넓게 펼쳐진 잔디를 바라보다가 너의 손길을 느꼈다. 너의 손길이 없었다면 이곳은 잡초가 무성한 황량한 곳이 되었겠지.
허공에 좁은 길이 걸렸다. 건너볼까, 바라볼까 고민해 본다.
흙먼지와 돌이끼 사이를 흘렀음에도 어찌 저리 맑을까. 쉬이 물들지 않는 일이란 언제나 경이롭다.
빛 바랜, 차분한, 흰, 맑은. 겨울의 빛깔을 수식하기에 가장 알맞은 단어가 무엇인지 고민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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