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걸음으로 모퉁이를 돌아
- 경상북도 김천시 -
‘슬로우’가 관광의 트렌드가 되고 있는 요즘 걷기여행은 단연 인기입니다. 바쁜 일상사 속에 여유로움이 없는 현대인들이 산과 들을 배경 삼아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는 슬로우길로 향하는 발길들이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특히 김천의 모티길은 가을 단풍이 절경인 시기 탐방객에게 호젓한 여유를 내어줍니다. 이중 천년고찰 직지사와 연결되는 직지문화모티길을 걸으면 아름다운 풍경과 문화예술의 향기가 따라옵니다. 오늘 <트래블아이> 미션은 바로 ‘모티길 산허리를 돌아 세상의 잡념을 떨쳐내라’입니다.
‘모퉁이’를 뜻하는 경상도 사투리 ‘모티’. 그 이름처럼 많은 굽이를 돌고 돌아야 하는 모티길로 들어서기 전 직지사로 가보자.
“신라 때 두 번째로 창건된 이 고찰은 임진왜란 때 풍전등화에 놓인 국운을 되살린 사명대사의 출가득도 사찰로도 꽤 유명하죠.”
“저는 그보다도 아도화상이 가리킨 손가락 끝을 따라와 지었다는 이 절의 유래가 궁금해지는군요.”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는 것을. 그 순리를 거부한 사람들의 안타까운 전설은 전국 곳곳에 무척 많다. 직지사 금강문에도 역시 안타까운 전설 하나가 전해온다.
“그 창건설화는 잘 몰라도 다른 이야기는 조금 알죠. 전국을 떠돌던 한 승려가 합천에 있는 대처승 마을에 당도했는데, 이곳 촌장이 승려의 사람 됨됨이를 보고 사위로 삼기로 했으나 승려는 한사코 거부했답니다."
"그가 행여 도망칠까봐 3년을 잡아두었지만 그 승려는 결국 도망쳤고 부인은 이곳 금강문 자리에서 피를 토하고 쓰러져 죽었다죠.”
오는 듯 가버리는 가을 어느 길목에서 벌써 날씨가 추워졌다고 푸념할 것 없이 지금이라도 길을 나서면 될 터이다. 모티길의 이 고찰은 그러한 교훈까지 새겨준다.
“부인이 죽은 자리에 금강문을 짓고 매년 제사를 지낸다고 합니다. 그렇게 금강역사로 하여금 여인의 한 서린 원혼을 막았다는 이야기까지가 설화를 이루죠.”
“인연의 끈을 부여잡고 놓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결국 부질없음을 깨닫게 하는군요. 하지만 때가 이미 늦은 것을 어찌 하겠습니까.”
모티길의 출발점은 직지사 인근 직지초등학교다. 여기서 방하치마을까지 이르는 구간은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다.
“원래 모티길은 산자락 아래 농로를 따라가게 돼 있지만 마을을 바로 옆에 끼고 있어서 한적한 맛은 느끼기 어렵지만, 이 작은 돌들을 쌓아올린 돌탑은 꽤 인상적이군요.”
“방하치 마을부터 차츰 오르막이 시작되죠. 길의 절반은 오르막이고 숲길 정상부에 올라선 뒤 다시 꾸준히 내려가다 보면 이 심심한 길을 어느새 그리워하게 될 수 있어요.”
마을 끝에는 300살을 훌쩍 넘긴 거대한 고목이 본격적인 산길의 시작을 알린다. 임도를 이어서 꾸며진 모티길은 걸을수록 호젓한 자연의 멋이 얼굴을 드러낸다.
“서두름 없이 차츰차츰 오르다 보면 어느새 숲 속 한가운데로 와 있군요.”
“정말 그렇네요. 소나무는 드문 편이고 거의 활엽수로군요. 가을까지는 산행하기에는 적합하지만 겨울이면 무척 쓸쓸한 풍경으로 바뀔 듯해요.” “하지만 그 역시 색다른 맛을 주지 않겠나 기대가 되네요.”
드문드문 나무가 성기게 자란 곳에선 아래쪽 경치를 굽어볼 수 있다. 숲길 정상부에는 갈림길이 있고, 쇠사슬로 내리막길을 막아놓아 의문이 든다.
“원래 모티길은 아래쪽 내리막으로 가야 하는데 가끔 차를 타고 온 사람들이 이리로 내려갔다가 차를 돌리지 못해 낭패를 보는 경우가 있다죠.” “그래서 이렇게 막아놓은 거로군요.”
“굳이 차를 타고 지나는 이는 분명 재미없는 사람일 겁니다, 역시 이 길은 걷는 맛이죠!”
길을 따라가다 보면 다시 마을 하나를 더 만나게 된다. ‘표고버섯 재배지’라 쓰인 안내판을 발견했다면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이다.
“인근 산에는 산양삼과 갖가지 약초를 심어놓았다죠? 그곳에 한번 가볼까요? 왠지 싱싱한 버섯들을 잔뜩 채취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함부로 이곳에서 약초를 캐다가는 주민들에게 혼줄이 나는 수가 있으니 그만 두는 게 좋겠군요.”
산을 내려서면 돌모마을이 나오고 지방도를 따라 잠시 내려가면 도착지인 직지문화공원에 다다른다. 여기서 지친 몸을 달래며 공원을 즐겨보자.
“김천의 자랑거리 중 하나로 여겨지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군요. 이토록 많은 조각작품이 너른 조각공원에 펼쳐져 있을 줄이야!”
“여기서 저는 또 하나 깨달음을 느끼게 되네요. 모티길은 정겹다는 겁니다. 제법 긴 코스지만 모퉁이를 돌아서면 또 어떤 풍경이 펼쳐질지 기다려지게 하죠.”
길은 스쳐가는 곳만은 아닙니다. 길엔 느림의 미학이 있고, 역사·문화 체험, 가슴에 청량제를 담는 웰빙 체험도 있습니다. 여기에 다양한 볼거리까지 있다면 꽤 괜찮은 나들이가 아닐까요? 그러한 ‘꽤 괜찮은 나들이’가 가능한 ‘모티길’은 모퉁이를 돌고 도는 산길을 따라 자연과 역사를 함꼐 품어볼 수 있어 좋습니다. 게다가 깊어가는 가을이면 길손들에게 단풍의 절경을 선물합니다. 그러면서 잡념은 어느덧 구름처럼 홀연 날아가버리는 신묘한 길입니다. 여러분은 지금 느린 걸음으로 모티길을 차근차근 밟아가고 있나요?
잠시 들린 부산, 그 곳의 여유
- 부산광역시 동래구 -
많은 사람들이 부산을 찾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부산에는 매년 여름이면 활기찬 바다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하지만 바다로 향하는 길목, 바다보다도 더 탁 트인 곳이 있습니다. 바다를 직접 접하지 않은 곳, 부산 동래구의 주요 지역을 지나며 흐르는 '온천천'이 바로 그것입니다. 바쁘게 부산을 찾아 관광을 즐기기에는 조금 버겁게 느껴진다면, 이곳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오늘의 <트래블아이>미션은 '틈바구니 시간의 여유 즐기기!'입니다.
눈길이 닿는 곳 마다 꽃길이다. 꽃을 따라 걷다보면 반가운 해바라기부터, 이름을 알 수 없는 오묘한 빛깔의 꽃들이 살랑살랑 바람을 타고 춤을 춘다.
“온천천의 생태복원 사업이 정말 잘 이루어 진 것 같아. 이곳이 원래 30년이나 버려져 있었던 강이라고 누가 생각이나 하겠어?”
“맞아. 이렇게나 싱싱하게 생글거리는 웃음을 머금고 피어있는 꽃들을 보면 처음부터 이렇게나 맑은 곳이었다고 말하는 것 같아.”
흐르는 온천천에는 수달 조형물이 서있다. ‘얼쑤 달수’라는 이름을 가진 수달들이 이곳에 살고 있다고 한다. 이리도 맑은 도심 속 하천이라니, 부산이 부러워질 정도다.
“예전에 이곳은 부산 동래의 젖줄이라 불렸다고 해. 어때? 이곳에서 물고기를 잡으려 뛰노는 아이들과 빨래터의 아낙들이 눈에 보이는 것 같아?”
“잘은 모르겠지만, 그 행복을 이어가는 하천의 기능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해. 일상을 보내고 아이들이 뛰노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곳이니까!”
산책길 주변으로 우거진 갈대숲이 자리했다. 이따금씩 사람의 발소리를 듣고 이쪽을 내다보는 새들의 모습에 웃음이 나온다.
“온천천에는 몇 개의 습지가 있을까? 이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면 그 건재함을 이어가는 습지를 모두 볼 수 있다고 해!”
“이 습지를 지난 물이 흐르고 흘러, 바닷가의 모래해안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고 하니 이미 바다에 와 있는 것 같아.”
온천천 시민 공원은 왠지 달리고 싶은 곳이다. 탁 트인 시야와 길게 이어진 산책로를 달리면 끝없이 달릴 수 있을 것만 같다.
“부산 동래구의 온천천은 서울의 청계천과 비교될 만큼 잘 만들어진 하천이라고 해. 특히나 곳곳에 그려진 벽화들이 꼭 청계천에 있는 것 같아.”
“도심 속에 있는 하천이지만, 자전거 길 등의 경관이 잘 만들어져 있어서 전국에서 자전거 여행을 즐기는 관광객이 몰려드는 곳이기도 해. 우리도 자전거 타러 갈까?”
자전거와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는 시민들이 많다. 잘 만들어진 길을 따라 하하호호 웃는 그들의 모습이 넓기만 한 광장에서의 그것과는 다르다.
“신분증만 있으면 자전거를 빌릴 수 있다니! 유료 자전거 장이 아니라면 더욱 쉽게 이곳에 찾아와 여가를 즐길 수 있겠어!”
“맞아. 자전거 정비도 잘 되어있고, 한 곳이 아니라 여러 곳에서 자전거 대여를 하고 있으니 이용을 하기에 어려움이 없는 것 같아.”
발은 제 2의 심장이라 했던가? 다리 아래 비밀스럽게 이어진 길을 차곡차곡 밟아가니 어느새 상쾌해진 발걸음이 느껴진다.
“꽃이 피고, 걷을 수 있는 길이 이어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까지 생각한 길이 있어. 신발을 벗고 걸어볼까?”
“아플 것 같지만 차근차근 이 커다란 지압판을 밟아갈 수 있는 것도 시민들이 온천천을 찾게 되는 이유 중의 하나가 아닐까?”
온천천 옆, 한편에 더 맑아 보이는 물이 졸졸 흐른다. 게다가 해맑고 순수한 아이들의 웃음과 활기참이 더해지니 훨씬 더 상쾌하다.
“아이들이 물놀이를 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어른들의 모습에도 웃음이 가득해. 시민 공원이 이렇게나 여가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어.”
“게다가 저 놀이장에서 이용되는 물은 인근에서 나는 지하수를 이용한다고 하니, 더욱 안전하고 건강한 놀이터가 아닐까해.”
봄이면 벚꽃터널이 만개한다. 손을 잡고 걷는 연인들 앞으로는 가을의 코스모스 길도 이어지고 있다. 사계의 아름다움이 행복한 그들에게 이어질 것 같은 길이다.
“벚꽃이 터널을 만들어 낼 정도라니, 정말 오래된 나무 인가봐. 분홍빛을 은은하게 뿜어내는 벚꽃 길을 따라 걸으면 어느새 유채꽃 밭이 기다리고 있어.”
“일상 중 조금의 시간만 낸다면, 잠시 나와 벚꽃을 감상할 수 있다니. 도심 속에 자리한 공원이 좋은 이유를 알 것 같아.”
볼 것도, 그 역사를 알아야 할 것도 많은 부산 동래구 온천천 시민공원입니다. 가만히 두어도 잘 흐르는 하천인 듯 하지만, 그 속에는 하천의 복원을 위해 힘쓴 사람들과 특히 시민들의 노력이 함께 흐르고 있다고 하네요. 바쁜 일정 중, 잠시마나 여유를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합니다. 동래구의 온천천이 흘러 바다로 가 하얀 모래사장이 되듯, 이곳에서의 추억이 그리 쉽게 흘러가지 않을 것을 믿게 만드는 곳입니다. 시민천의 꽃길을 걸으며 여행 중의 휴식을 만끽하는 것은 어떨까요?
여유로움을 오르내리다
- 대구광역시 남구 -
‘앞산’. 어쩐지 뒷산, 옆산도 있을 것 같은 독특한 이름입니다. 가벼운 이름만큼이나 대구의 가벼운 등산코스로 이름이 난 앞산은, 초록빛 가득한 산의 전경과 빼곡히 들어선 빌딩들의 경계선이 독특한 곳입니다. 오르는 방법도 여러 가지, 구경 할 거리도 여러 가지인 앞산은 인공시설물이 대부분 철거가 되어 자연 경관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입니다. 도심에 맞닿아 있지만, 자연과 그 속에 담긴 역사를 모두 이어오고 있는 앞산! <트래블아이>의 오늘 미션은 ‘도심 속에서 아름다운 여유를 찾아라!’ 입니다.
버스를 타고 종점까지 달려가면, 어느새 산의 풀 냄새가 풍겨온다. 종점이라지만 도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앞산자락길’이 시작된다. 도시 옆 산길은 어떤 모습일까?
“버스를 탄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높은 건물이 없네요. 그래서 그런지 산이 더 높아 보이고 공기도 더 좋은 것 같아요.”
“그래, 항상 앞산공원 주차장으로 갔었는데, 이렇게 앞산 자락길로 가는 방법을 택하니, 자동차도 없이 편하게 산에 올 수 있구나. 이제 슬슬 올라가볼까?”
충혼탑을 지나 들어선 앞산 자락길. 가파르게 시작하지만 어느새 도보하기 좋은 길로 느껴진다. 울창한 나무 사이를 걷는 여유를 느껴볼까?
“분명히 산을 걷고 있는데, 등산을 하는 기분이 들지가 않아요. 산이 높지 않을 걸까요?”
“아니란다. 앞산 자락길은 산 아래의 앞산순환도로와 일정높이의 이격겨리를 두고 산자락의 등고선을 따라서 조성되었어. 기존에 있던 산책로와 오솔길이 연결되어 조성되었기 때문에 누구나 편하게 걸을 수 있단다.”
앞산 자락길을 느긋하게 오르다보면, 어느새 꽤 낡은 건물이 나온다. 친구도 없이 혼자 서있는 케이블카에게 어떤 사연이 있을까?
“1970년대에 지어진 건물이야. 많이 낡았지? 처음 지어진 이후로 유지, 보수만 이어오고 있는 케이블카는 이제 앞산의 명물이지.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그대로 있으니, 예전으로 돌아간 기분이구나.”
”예전에는 놀이공원이 있었다고 들었어요. 그때는 사람도 많았겠죠? 지금은 등산객들만 있는 고요한 기분이 꼭 시간이 멈춘 것 같아요!“
케이블카가 서서히 산을 오르기 시작하자, 산의 경계를 둘러싼 앞산순환도로와 대구의 도심이 한 눈에 들어온다. 도시에 있는 것도, 자연에 있는 것도 아닌듯하다.
“와, 정말 전망이 좋아요! 이 경치 때문에 다들 앞산에 오르나봐요!”
“그래, 맑은 날은 대구의 시내가 한 눈에 다 들어온단다. 바쁜 도심이지만 적막하게 보이는구나. 우리만 도심에서 떨어져 나온 기분이 색다르게 느껴지지 않니?”
전망대의 조형물까지 가는 길은 시원한 계곡 물줄기가 벗이 되어준다. 도심에서 벗어나 자연에 동화되는 기분을 직접 느껴보자.
“해가 지면 더 아름다운 것 같아요. 정신없이 흘러가는 저기 저 여유 없는 도시도 아름답게 보일 정도예요!”
”유유히 흘러가는 이 계곡물을 봐. 자연은 이토록 우리에게 많은 선물을 내어주고 있잖니. 사람들이 그런 것들을 느끼기 위해 이 산에 오르는 것 아닐까?“
이제 하산하는 일만 남았다. 정상에서부터 걸어 내려가려는 길은 또 어떤 정취를 선사할까?
“내려가는 길은 위험하지는 않을까요?”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서, 해가 진 뒤에도 위험하지 않게 내려갈 수 있단다. 해가 지면 마음이 조급해지기 마련인데, 야경을 보고 내려오는 사람들을 위해 앞산은 안전하게 조성되어 있지.”
산을 내려오니 어디선가 고소한 냄새가 풍겨온다. 바로 ‘안지랑 곱창골목’이다. 선선한 날씨 덕분인지, 야외에 테이블을 놓고 한껏 즐거운 외식을 즐기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산을 내려와서 곱창이라니, 참 독특한 조합이네요. 우리도 여기서 곱창 먹고 가요!”
“대구에서 워낙 유명한 곱창 골목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참 많구나. 등산을 한 사람들도 많이 찾지만, 그저 외식을 하러 오는 사람들도 많단다.”
대구 남구에 위치한 앞산에서, 자연의 아름다움과 함께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심에 대한 아름다움까지 느낄 수 있었다. 대구의 명물은 이렇게 어울림의 의미를 담고 있을까?
“앞산이라고 해서 가벼운 언덕 정도로만 생각하고 왔는데, 정말 좋은 산인 것 같아요. 여기저기에 비와 탑 등이 세워져 있던데, 다음엔 역사 공부하러 와야겠어요!”
“그래, 좋은 생각이구나. 다음엔 앞산 자락길의 다른 방향을 따라 올라가 보자꾸나. 자연도 즐기고 역사 공부도 할 수 있단다. 볼 수 있는 것도, 배울 것도 더 많은 곳이 바로 이 곳 앞산이란다.”
등산이 힘들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을 싹 날려주는 앞산. 산의 시원한 냄새를 맡고 천천히 걸어올라 가다 보면, 어느새 전망대에 다다라 우리의 삶을 내다볼 수 있게 해줍니다. 갑갑하기만 했던 도시가 넓게 펼쳐져 아름다운 그림이 되어 다가올 때, 우리는 삶의 아름다움과 여유가 늘 우리 곁에 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가까이에 위치한 고즈넉한 산에서, 내 삶의 아름다움을 되돌아 볼 수 있게 해주는 앞산! 이번 주말 뒷산, 옆산 말고 앞산에 가서 가벼운 산책은 어떠세요?
그곳에 가기까지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
복잡한 생각이 들 때 바람이나 좀 쐴 요량으로 밖으로 나서면, 어느 새 마음이 차분해 지곤 합니다. 요즈음에는 도시마다 걷기 좋은 길들을 많이 조성해 놓아 걷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기도 했지요. 이 걷기 문화의 시발점, 올레 길. 올레길이 처음 탄생한 곳이 제주도라는 사실을 모르시는 분들도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세계 7대 자연 경관 중 한 곳으로 선정된 섬인 제주도에서 호젓이 걷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를 것입니다. <트래블아이>가 제안합니다. ‘올레길을 따라 성산 일출봉을 찾아가라!’
어디를 둘러봐도 아름다운 곳이 바로 서귀포 시. 21개의 올레길 중 어느 길을 걸을지가 벌써 고민일 것 같은데?
“나는 항상 제주도에 와서 어떻게 하면 더 많은 곳을 둘러볼 수 있을까 에만 집중하고 있었던 것 같아. 이렇게 발길 닿는 대로 걷다 보니 그 동안 안보였던 것이 많이 보이는데?”
“일단 가장 가고 싶어 했던 곳이 포함된 길을 선택하는 것이 좋겠지? 성산일출봉이 포함 된 올레길은 바로 제 1코스야.”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올레 제 1코스 안내 센터에서 올레패스에 스탬프를 찍는 것. 올레패스에 스탬프를 모으는 재미도 쏠쏠하다고 한다. 올레길을 걷는 법, 함께 배워 볼까?
“올레길을 걷는 법은 아주 쉬워. 파란 화살표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가면 올레길의 진행 방향, 주황 화살표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가면 올레길의 반대 방향으로 걷고 있는 거야.”
“길을 잃을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나지막한 언덕과 돌담들이 어우러진 모습이 정말 아름다워. 소담스런 꽃들과 작은 풀벌레, 그리고 따뜻한 날씨까지! 시작이 좋은데?”
올레길을 걷다 보면 재미있는 것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구멍이 숭숭 뚫린 현무암에 칠해진 커다란 파란 화살표, 그리고 귀여운 간세들, 그리고…
“잠깐, 간세가 뭐야? 큰 길에서 집까지 이어지는 골목이란 뜻의 올레처럼 제주어인가?”
“거의 맞췄어. 간세는 올레길의 상징인 조랑말의 이름이야. ‘느릿느릿한 게으름뱅이’라는 뜻의 제주어, 간세다리에서 따 온 말이지. 아, 들판에 발자국으로 만들어진 길이 있어!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올레길을 따라 걸었다는 뜻이겠지? 화살표만큼이나 정확하겠는 걸?”
제주도의 특징 중 하나는 작은 오름이 많다는 것. 올레길은 말미오름과 알오름을 지나는데, 알오름 위에서는 우도와 성산 일출봉의 모습이 훤히 보인다고 한다.
“알오름이라는 이름은 ‘알처럼 작다’는 뜻이라고 해. 정감 있는 우리말이 정말 귀여워. 알오름을 알리는 표지판을 매단 간세까지! 아기자기한 짜임새가 아름답지 않니?”
“우리는 알 위에 올라와 있는 셈이로구나. 저쪽을 좀 봐. 저게 바로 우도, 그리고 저쪽에 보이는 것이 성산 일출봉이야. 전망이 아주 훤한데?”
알오름에서 종달리 쪽으로 들어서도 성산 일출봉의 모습은 계속 보인다. 가만, 그 유명한 성산 일출봉에 대해 한 마디도 않는 것은 실례가 아닐까?
“길이 너무 아름다워서, 우리의 목적인 성산 일출봉이 보이는 데도 넋을 놓고 있었어!”
“하하, 그러게 말이야. 걷는 것, 느림의 미학이 바로 이런 것일까? 죽기 전에 꼭 가 봐야 할 곳으로도 지정된 오천 살짜리 수성화산! 그 모습과 우리 앞의 들꽃 하나가 똑같이 아름다워 보이니 말이야. 걷다 보니 많은 것이 보이는 것 같아.”
종달리 옛 소금밭을 지나면 해안 도로를 따라 쭉 걷게 된다. 1구간의 매력은 바로 시흥 해안 도로를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는데?
“와, 저 맑은 물을 좀 봐! 당장 뛰어들어 발을 담그고 싶을 정도야. 이미 걷다 말고 바다로 뛰어 들어간 사람들도 몇 보이는데? 모래사장의 노란 빛깔에서부터 먼 바다의 검푸른 빛깔까지 이어지는 빛깔이 정말 고와.”
“이끼가 낀 작은 바위들이 널려있는 곳도 있어. 마치 작은 섬들 같지 않니?”
오조리로 들어서면 성산 일출봉이 한층 더 가까이 보인다. 평지 위에 우뚝 솟아 오른 대자연의 신비는 입을 다물지 못하게 만들 정도다.
“바다도 아름답지만, 성산 일출봉에 가까이 갈수록 설레는 마음을 감출 수가 없어. 이렇게 천천히 걸어서 가니 점점 두근거림이 더해지는 것 같아.”
“아까는 보이지 않았던 성산 일출봉의 지형도 조금씩 선명하게 보이고 있어. 마치 하늘을 향해 땅의 일부분이 날아오른 흔적 같지 않니? 어떻게 저런 모양을 할 수가 있을까?”
마지막으로 숨결을 고를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성산갑문과 성산항을 차례로 지나다 보면 난데없는 서귀포의 선물에 함박웃음이 터질 것!
“하하, 왜 굳이 수마포 방향으로 돌아가야 하나 했더니, 이거 한 방 먹은 기분인 걸?”
“사방이 온통 노랗게 물들었어. 이게 바로 그 유명한 제주도의 유채 꽃밭이구나! 마치 영화 촬영 현장에 온 것 같은 걸? 저쪽에는 말 한 마리가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잖아!” “마치 우리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아. 성산 일출봉이 코앞에 있어!”
올레길을 따라 성산 일출봉 앞에 섰다면, 잠시 바다와 성산 일출봉이 자아내는 명경을 보며 숨을 고르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 때 보이는 바다의 별명은 바로 ‘시의 바다’. 이 풍경을 보면 누구든 시인이 될 수 있을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이라는 뜻의 별명입니다. 아무리 보아도 지치지 않는 풍경들의 향연에 머리가 아찔해 질 지경입니다. 갯무와 억새마저 걷는 이를 반기니, 이곳에 이르렀을 때의 쾌감을 말로 설명하기란 정말 힘든 일일 것 같습니다. 올해, 성산 일출봉에서 맞는 해돋이로 마음을 채워보는 것은 어떠세요?
벌교의 아픔을 보듬다
- 전라남도 보성군 -
일제 당시의 슬픔, 우리 민족의 고난을 담은 소설 한 편이 있습니다. 전라남도 보성의 벌교읍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기막히고도 가슴 절절한 이야기는 아직도 벌교천을 따라 흐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아픔이 너무나 크기 때문일까요? 그 속에 담긴 의미를 모두 알기에는 조금 힘이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바로 소설 ‘태백산맥’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태백산맥 문화거리입니다. 벌교천을 따라 걸으면 태백산맥 속 아픔을 모두 이해할 수 있을까요? 오늘의 <트래블아이>미션은 ‘소설 태백산맥의 아픔을 따라 걸어라!’입니다.
부용교의 좁은 다리 옆으로 낡은 돌난간이 세워져 그 오래된 정취를 더하고 있다. 그 앞에 서자 오싹한 기운이 오른다. 이런 오싹할만한 이유가 있다고 하는데?
“소설 속에는 부용교라는 말이 나오지 않는데, 이곳이 태백산맥 문학기행의 첫 장소가 된 이유는 과연 뭘까?”
“이 다리가 바로 ‘소화다리’야. 소설에서 말하는 총살이 날마다 일어났다는 그곳이지. 그러다보니 나무 아래에 자리한 갈대밭은 내려다보기에도 겁이 나는 걸?”
소화다리는 현재와 과거를 이어주는 하나의 통로이며, 아픈 역사를 고증하는 유물이 되었다. 조정래는 ‘태백산맥’에서 이곳을 어떻게 묘사해놓았을까?
“이 다리는 1931년에 건립될 당시 일제에서는 소화(昭和, 일본국왕) 6년이었어. 그 이름을 붙인 것도 못내 서러운데, 이후 여순사건 갈등이 극에 치달았을 때는 더했지.”
“맞아. 총살이 이 다리 위에서 자행되었지. 소설에서도 ‘소화다리 아래 갯물에고 갯바닥에고 시체가 질펀허니 널렸는디, 아이고메 인자 징혀서 더 못 보겄구만이라’라고 했잖아.”
밤과 아침 사이, 낮과 밤 사이, 어둠과 빛 사이의 그 어정쩡한 시간에 벌교의 작은 포구에 다다르면 아름답고도 이유 없이 슬픈 감정이 일렁인다.
“이제는 쓸모를 다 한 낡은 두 척의 배만이 포구 한쪽에 묶여 있었구나. 하지만 언제든 배들을 껴안을 수 있는 포구에는 온 힘을 다해 밧줄을 당기는 사람들이 아직 남아 있어.”
“아픈 역사를 보냈기 때문일까. 벌교라는 이름은 꼬막의 씨알처럼 굵고, 유명한 풍문의 주먹처럼 단단해 보여. 꼬막과 주먹이라는 큰 상징은 벌교를 독보적으로 만들어주었지.”
어머니의 손으로 한참을 주물러줘야 할 것만 같은 참 아픈 자리 벌교 포구로 가면 갈대숲 쪽에서 구슬픈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데, 어떤 소리일까?
“벌교 포구를 둘러싸고 있는 이 드넓은 갈대숲은 흘러나온 갯물을 빨아들이며 지금까지도 높이 자라 있구나. 잠시 귀기울여봐. 바람이 불면 희한한 소리가 들리지 않아?”
“그러게, 누군가 흐느끼는 소리 같기도 하고. 갈대 소리, 솔바람, 대숲 소리는 인간의 마음을 정화시켜 준다는데, 유독 벌교의 갈대에선 울음이 들리는 것만 같아.”
소화다리와 중도방죽을 지나 태백산맥문학관과 현부잣집, 소화의 집을 보면 얼추 문학기행을 마친 셈이다. 유리탑을 거쳐 걷는 이 길이 소설 태백산맥 속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와, 소설 태백산맥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이구나! 과연 어떤 이야기들이 2층이나 되는 전시관을 가득 메우고 있을까?”
“이곳에는 조정래 작가가 직접 손으로 쓴 육필 원고도 전시되어 있다고 해! 태백산맥의 흔적을 제대로 느낄 수 있겠어.”
새로운 모습으로 변모한 별교읍내로 들어서면 소설태백산맥문학거리에 다다르게 된다. 정갈한 소화의 집을 바라보면 당장이라도 소화와 정하섭이 뛰어 나올 것만 같은데.
“이 소화의 집은 작가의 집을 모델로 해 복원한 것이라고 해. 게다가 소설 속에도 등장하는 곳이니, 그 가치가 더욱 높아 보여.”
“현부자네 집은 말 그대로 웅장한 것이 정말 부자의 집 같아. 그런데 보통 한옥의 모양은 아닌 것 같은데, 어떻게 이렇게 지어진 것일까?”
검은 판자가 촘촘히 붙은 독특한 2층집. 조금은 음침한 기분이 든다. 별교의 부조화에 한 몫을 하는 이 건물은 대체 어떤 곳일까?
“벌교읍내의 일본식 가옥 중에서도 가장 보존이 잘 되어있는 것 같아. 수난과 고난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것이 같아!”
“맞아. 소설 속에서 일본군의 안식처로 표현 되었던 이곳은 실제로 ‘보성여관’이라는 곳이라고 해. 일본인들의 중심 거리에 위치한 여관이었지.”
난간조차 없이 뻗은 무지개 돌다리의 모습이 운치 있다. 벌교의 상징으로 불린다는 이 다리는 소설 속에서도 은밀히 드러난다는데?
“벌교라는 이름의 유래를 그대로 구현해 낸 것이 바로 이 홍교라고 할 수 있어. 해석해보면 ‘뗏목다리’라는 것인데, 벌교천을 건너는 뗏목이 바로 이 홍교인가봐.”
“벌교천을 중심으로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고 있는 곳이 바로 이 벌교읍인 것 같아. 물론 아픈 역사의 잔재들이기는 하지만 말이야.”
소설 속에 존재하는 곳이 이렇게나 명확히 남아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을 것입니다. 아픈 역사와 시대, 그리고 이 곳 전라남도 순천의 벌교를 배경으로 펼쳐진 소설 태백산맥은,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녹차의 향기가 풍기고, 꼬막을 캐는 사람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한 이곳에도 아픈 역사의 흔적이 있음을 알게 될 것입니다. 그 아픔이 지금의 여러분을 있게 했음을 깨닫게 될 이곳으로 여행을 떠나보시는 것은 어떤가요? 정갈하게 가꾸어진 그 흔적들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즐거운 맛, 초당순두부
- 강원도 강릉시 -
강릉으로의 여행을 준비하다보면 갈 곳도 많고 볼 것도 많아 하루가 아쉽기만 합니다. 율곡이이 선생의 발자취가 담긴 오죽헌부터 정동진 소나무까지, 배낭하나 걸쳐 메고 발 빠르게 돌아다니다보면 어김없이 배꼽시계가 울려댑니다. 부드럽고 고소하여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긴다는 순두부지만, 강릉의 초당순두부는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특별한 기대를 품게 하는 메뉴입니다. 강릉 순두부가 특별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래서 제안하는 <트래블아이>의 이번 미션! ‘초당순두부만의 특별한 매력을 찾아라.’
강릉의 순두부는 항상 초당순두부라고 불린다. 초당마을에 들어서면 초당순두부 식당이 즐비한데 초당마을에서 초당순두부 이름의 특별함을 알 수 있을까?
“역시 초당마을답게 마을 입구부터 순두부 식당이 늘어서 있네! 허균, 허난설헌 남매의 이름도 자주 보이는 걸 보니, 초당이라는 단어와 무슨 관계가 있는 것 같아.”
“맞아. 초당은 홍길동전을 지은 허균의 부친 허엽의 호(號)로 마을이름을 허엽의 호를 따서 초당마을이라고 부르게 되었대.”
보통 순두부찌개를 생각하면 고추기름으로 하여 칼칼하고 부드럽게 먹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초당순두부는 하얗고 말랑하며 후루룩 떠먹는 담백함까지 갖추고 있다.
“한쪽에는 칼칼한 전골류로 다른 한쪽에는 말간 순두부를 주문하니 다양한 순두부의 맛을 즐길 수 있는 것 같아.”
“초당순두부 본연의 맛을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이렇게 담백하고 말캉말캉한 순두부를 후루룩 떠먹는 게 최고지.”
대박 맛집이라고 하면 어딜 가나 특별한 비법이 있기 마련. 강릉 초당순두부도 맛을 내는 특별한 비법 하나쯤은 있겠지?
“초당순두부가 특별한 이유가 단연 마을 이름 때문만은 아닐 텐데, 역시 주방 아주머니만 알고 계신 비법이 따로 있을까?”
“초당순두부는 콩을 갈아 간수가 아닌 바닷물로 응고시켜 만든 것으로 유래되었다고 해. 그래서 더욱 부드럽고 따로 간을 맞추지 않아도 싱겁지 않고 담백한 거야.”
초당순두부는 몽글몽글하고 따뜻한 순두부를 자랑하기 때문에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부담이 없다. 그런데 왠지 심심할 것 같다면? 걱정할 것 없다.
“몽글몽글한 순두부의 본연의 맛을 느끼다가 조금 심심한 것 같다면 된장에 절인 고추나 비지에 무를 썰어 만든 비지장을 비벼먹으면 한 그릇 뚝딱이겠어.”
“맞아, 또 양이 꽤 많이 나와서 순두부 한 그릇만 먹어도 배가 든든하지. 우리처럼 여행 중에 찾는 관광객들에게는 더 없이 든든한 곳이야.”
두부를 만드는 과정은 꽤 단순해 보이지만 맛을 제대로 내기 위해서는 곱절의 시간과 정성이 필요한 법. 특히 이들의 콩 농사에 들이는 정성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고.
“할머니들이 두부를 만든 사연은 오히려 담백하지. 할아버지가 콩 농사를 지었는데, 이 콩은 팔아도 남는 게 별로 없었다지.”
“그래서 콩 대신 두부를 만들어 인근 강릉 시장에 내다 팔아 자식들 장가도 보내고, 이렇게 초당순두부 맛 좋다고 입소문도 나면서 식당도 차리셨으니까.”
순두부마을 인근에는 지역특산물을 맛보고 즐길 수 있는 시장들이 즐비하다. 차로 15분, 강릉대로에서 옥가로로 접어들면 깨끗하고 신선한 해물을 만나볼 수 있다.
“강릉중앙시장은 이 지역 대표 재래시장이야. 환경개선 사업을 통해 새로운 상가의 모습은 전통시장의 풍미를 잃은 것 같지만, 지하 어판장은 신선도와 청결 면에서 전국적으로 이름난 시장이 됐다지?”
“청결한 어시장의 본보기가 되고 있구나. 동해안에서 갓잡아온 어물들이 더욱 신선해보여!”
처음 한동안은 그리 유명하지 않았으나 지금의 이곳 강릉중앙시장에 좌판을 펼치고 두부를 파는 할머니의 이야기가 전파를 타면서 이제 장안의 명물로 등극해 있다고.
“여기야말로 초당순두부의 탄생지가 아닐까? 30년대부터 여기서 할머니가 장사해오셨지.” “맞아. 먹고살기가 어려웠던 시절 여기에 좌판을 꾸리시고 바닷물로 두부를 만든 일화는 참 유명하지.”
“염분 때문에 굳이 간을 할 필요가 없으니. 그게 이곳 두부의 고소한 맛의 비결이 아닐까?”
초당순두부마을에서 다시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다 보면 강릉을 찾는 여행객들이 빼놓지 않고 들르는 경포대해수욕장과 그 일대의 활어횟집이 금방이다.
“바닷가에 즐비하게 늘어선 횟집들만 생각하고 왔는데, 회센터들이 중앙시장만큼이나 이렇게 잘 정돈되어져 있구나. 아! 그거 알아? 맛있는 커피 집은 죄다 강릉에 있다는 소문.”
“그래? 그럼 일단 여기서 싱싱한 회 맛부터 좀 보자! 망둥어, 광어, 우럭 등 뭘 시켜야 잘 먹었다고 소문이 날까?”
긴 시간과 정성을 들이는 과정부터 담백하고 깔끔한 맛을 내는 것까지 초당순두부는 참 느린 음식입니다. 그래서 초당마을 사람들은 아침 일찍 따끈한 두부 한 모를 올리기 위해 부지런하게 움직이지요. 하루아침에 전통과 특별함이 쌓이는 것이 아닌 것처럼 성실하고 사람냄새 나는 따뜻한 사람들의 하루하루가 쌓여 지금의 초당순두부가 만들어 진 것이 아닐까요? 웰빙바람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강릉중앙시장과 경포대 먹거리에도 파고들었습니다. 초당순두부가 몰고 온 건강한 맛, 여러분은 어디까지 경험해 보셨나요?
의병의 길을 걷다
- 경상남도 의령군 -
여느 지역이었다면 그저 옛 성곽을 닮았을 뿐인 관문이지만, 경남 의령군 입구는 조금 더 남다릅니다. 이 관문에서부터 임진왜란 때 이 땅을 짓밟던 왜군을 당당하게 몰아낸 고장으로서의 자부심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이곳 백마에 올라탄 홍의장군 망우당 장군 동상만 보더라도 의령은 그가 나고 자란 곳, 나아가 여기가 진짜배기 의병의 고장이란 사실도 깨닫게 됩니다. 의령은 홍의장군, 독립운동가 안희제 등 걸출한 인물들을 많이 배출한 만큼 둘러볼 곳도 정말 많지만 망우당의 흔적을 쫓는 여정이 바로 오늘 <트래블아이> 미션입니다.
자굴산, 한우산, 미타산, 벽화산 등에 둘러싸여 잘 드러나지 않는 의령이지만, 이 지역에 들어서서 가장 먼저 만나는 의병탑을 본다면 생각이 좀 달라질 것이다.
“남산을 휘감아 흐르는 중동리 의령천 강변에 이렇게 의병탑이 있군요. 임진왜란 때 의령에서 의병이 전국 최초로 일어난 역사적 사실을 다시금 되새기게 하는 공간이죠.”
“처음에는 자기 집 일꾼이나 동네사람들만 모였다가 점차 의령의 선비들까지 동원돼 상당한 규모로 몸집을 부풀린 이 의병들이 한 달 뒤 2,000여 왜적을 섬멸했다니, 정말 대단하죠.”
경상남도 의령은 홍의장군 망우당 곽재우가 임진왜란 당시 최초로 의병을 일으킨 ‘의병의 본고장’이다. 이 때문에 6월1일 ‘의병의날’은 의령 사람들에게 현충일이나 다름없다.
“6개의 크고 작은 산으로 둘러싸인 조그마한 마을에서 호국 영웅들이 연이어 탄생했다는 사실에 뿌듯함을 안고 살았겠어요?”
“사실 태어나고 자란 곳이라 너무도 익숙해서 그런지 역사문화유산이 이렇게 산재해 있다는 생각도 잘 하지 못했습니다. 한 번씩 고향 내려와도 굳이 살펴볼 생각을 하지 않았죠.”
민족독립운동가의 60%가 모두 곽재우 장군 손에서 나왔다고 하는 의령. 17장수의 위패를 모셔놓은 충익사는 그 외관에서 제법 익숙함이 묻어나온다.
“충익사기념관에서 마주하는 백마는 보는 이의 위치에 따라 말머리가 움직이는 착시효과를 일으키네요. 가만, 충익사는 한눈에 봐도 서울 동작동에 있는 현충원을 꼭 빼닮았네요.”
“그렇게 생각이 드는 것도 당연해요. 하지만 이곳은 임금님 상여와 동일하게 만들어져 있죠. 유심히 살펴보다 보면 장인의 섬세함과 치밀함도 엿볼 수가 있어요.”
충익사 바로 옆에는 의병박물관이 나란히 자리해 있다. 박물관에 들어서면 붉은 도포를 입고 말을 탄 홍의장군 동상이 금방이라도 달려나갈 듯한 위엄을 뽐내고 있다.
“보물 671호인 곽재우 장군의 장검, 말갖춤(마구) 및 평소 사용했던 포도연, 사자철인, 화초문백자팔각대접 등 곽재우 유물 일괄(郭再祐 遺物 一括)은 모두 진품이랍니다.”
“흑요암으로 만들어진 이 벼루와 연적은 망우당이 아버지와 중국 명나라에 갔을 때 황제로부터 하사받은 것이라는데, 이 역시 진품일까요?”
‘마땅히 편안한 곳’이라는 지명 뜻처럼 의령(宜寧)은 땅 자체부터 편안하다. 전형적인 '배산임수(背山臨水)', 명당이라는 것이다.
“귀한 들판 대부분이 남쪽으로 물을 두고 북쪽으로 산을 등지고 있군요. 그러니 땅 생김새 자랑은 자연스럽게 땅에 서린 기운과 의령이 낳은 명사들로 이어지지 않겠어요?”
“이 땅을 짓밟던 왜군을 당당하게 몰아낸 고장으로서 자부심이 서려 있지만 여기 사람들은 봉우리 하나, 물줄기 하나를 꼬집어 자랑하지는 않는 편이더군요.”
의령군은 공교롭게 의령읍~부림면을 잇는 국도 20호선을 따라 의령을 대표하는 인물이 많이 탄생했고 생가도 잘 보존돼 있다. 망우당 생가 역시 그러하다.
“이곳에 들어서니 왠지 그의 순수한 의병정신이 온몸을 에워싸는 듯해요.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잘 정비된 마당, 반질반질한 대청마루가 의병장의 곧은 성정을 닮은 것 같아요.”
“조선 초기 건축양식의 안채 등 건물 곳곳에 곽재우 장군과 관련한 역사체험 공간도 마련해두고 있다죠? 나중에 아이들과 다시 찾아야겠어요.”
마을 입구에는 수령 520여 년 된 것으로 추정되는 느티나무 현고수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이 고목 역시 망우당과 깊은 연관이 있다는데?
“가지가 동서남북으로 시원스레 뻗어 있는 이 느티나무가 바로 ‘북을 매는 나무’라는 뜻을 가진 현고수(懸敲樹)예요.”
“저도 그 이야기는 알고 있어요. 왜군이 부산포에 침입하자 당시 유생이던 곽재우가 이 나무에 큰 북을 매달아 놓고 치면서 의병을 모아냈다죠?”
최대의 국난기, 조정 역시 민심을 잃어가던 시기 명망 사족들과 함께 의병들을 조직하여 저항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곽 장군을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상징으로도 일컫는다.
“망우당은 자신의 재산을 모두 털어 의병 1000여 명을 모집했죠.” “적지 않은 나이에 전 재산을 털어 항전에 나섰다니, 위기의 시기에 사회 지도층이 해야 할 책임과 역할을 몸소 보여준 거로군요.”
“하지만 그를 보고 미친 사람이라거나 도적 노릇을 한다는 비아냥도 적지 않았다고 해요.”
동서남북으로 경남도의 중심지가 되는 고을 의령은 크지 않은 고장이지만 곽재우 장군은 늘 본인이 나고 자란 곳을 그리워했을 겁니다. 의령·창녕·진주 일대에서 왜군을 상대로 승승장구하던 그에게는 ‘애국심’이 있었을 것이고, 전쟁이 끝나고 선조가 수차례 벼슬을 내리나 그는 대부분 사양하거나 짧은 기간만 관직을 맡은 뒤 귀향한 것을 보면 ‘애향심’도 있었을 겁니다. 여러분이 그의 흔적을 쫓는 여정에서 망우당의 이러한 두 가지 의지까지 느낄 수 있었다면 미션 성공입니다. 어떠세요? 의령에서의 이번 미션, 당신은 성공했나요?
발 도장, 눈 도장을 찍다
- 부산광역시 사하구 -
이미 너무나도 유명해 별 다른 설명이 필요 없을 것만 같은 부산 사하구의 ‘감천문화마을’입니다. 실제로 주민들이 살고 있는 이곳은, 매년 수많은 관광객이 다녀가며 눈 도장, 발 도장을 찍고 갑니다. 요즘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벽화마을 중,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이곳은 색다른 탐방이 준비되고 있습니다. 바로 ‘스탬프투어’인데요. 감천문화마을에는 8개의 스탬프 존이 있으니 어디 한 번 따라가 볼가요? 오늘의 <트래블아이>미션은 ‘감천문화마을에 눈도장을 찍고 스탬프를 모두 찍어 돌아오라!’입니다.
마을 입구에 들어서자 얼기설기 짜여진 모양의 바닥이 보인다. 마치 유럽의 길에 서 있는 듯 하다. 길마저도 독특한 예술이다.
“마을 입구에 알록달록한 새 모형들이 주르륵 앉아 우리를 내려다 보고 있어요. 아! 깜짝이야, 새의 모습이 너무 특이해요!”
“저기에 또 유명한 것이 있단다. 바지를 입고 있는 화분의 모습이 너무 웃기지 않니? 꼭 모델을 비유해 예술로 표현해 놓은 것 같구나.”
마을을 따라 걷다보니 물고기 모양의 그림들이 군데군데 붙어있다. 물고기들이 우리가 걸어가야 할 길을 안내해주는 이정표 이었나보다.
“마을 곳곳에 특이하게 꾸며진 것들이 많아요. 전문가의 손길이 닿았다기보다는 투박한 멋이 재미있어요.”
“마을 어르신들이 직접 만들어내신 작품들이라고 하는구나. 말 그대로 투박하지만 멋진 작품들을 찾아낼 때 마다 기분이 새롭구나.”
마을 구석 하나하나를 모두 둘러보아도 비어있는 곳이 없다. 가득 들어찬 예술들을 마주하다보니 카메라를 든 손이 바쁠 정도로 찰칵찰칵 찍어댄다.
“마을 전체가 알록달록, 동화 속 세상에 온 것 같아요. 게다가 순박하게 생긴 강아지들이 이 사이를 폴짝폴짝 뛰어다니니, 정말 정겹네요.”
“전체를 채워놓은 색뿐만 아니라 군데군데 그려진 아이들의 모습도 너무 귀엽지 않니? 서로 망을 보고, 낙서를 하는 모습들이 꼭 어린 시절을 보는 것 같아 좋구나.”
누가 스탬프를 찍어줄 줄 알았다면 실망하게 될까? 벽에 매달린 도장에 파란 잉크를 찍어 꾹 하고 눌러본다. 지도에 하나 둘 채워져가는 스탬프에 괜히 뿌듯하다.
“벽에 붙어있는 낙서판도 하나의 예술 같아요. 정갈하게 붙여진 나무판 위에 장난기 가득한 사람들의 낙서가 잘 어울려요.”
“그래, 추억을 남길 수 있는 방법도 가지가지구나. 아, 이곳에 우리가 왔다고 발 도장을 찍고 갈까?”
‘미로미로 골목투어’라 쓰인 표지판을 따라 좁은 골목 계단길로 걷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미로 같은 골목에 다닥다닥 붙은 집들에는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을까?
“좁을 골목길과 많이 낡은 계단이 곳곳의 그림과 참 잘 어울려요. 벽화마을 이라 해서 꼭 화려한 그림이 그려질 필요는 없다는 것을 가잘 잘 표현한 곳인 것 같아요.”
“벽뿐만 아니라 계단에도 그림이 그려져 있다는 것 알고 있니? 다시금 되돌아 올라가면서 그 그림들을 찾아보는 것을 어떨까?”
감천문화마을에서 제일 명물로 손꼽히는 곳이 바로 감내어울터이다. 이곳에 들어서면 꾸벅꾸벅 졸고 있는 주인아주머니와 제일 먼저 마주친다.
“목욕탕 건물이 멋진 문화공간으로 탈바꿈 했네요. 이제는 이 정겨운 목욕탕에서 씻을 수 없다는 것이 조금 아쉽지만 말이에요.”
“웃음을 자아내는 아주머니와 할아버지 모형을 보고 나가지 않으면 아쉽단다. 게다가 이곳을 찾는 이유는 따로 있단다. 옥상으로 올라가자.”
사진을 세워놓은 줄 알았는데, 마을 전경을 일일이 그려놓은 판이었다. 사람의 형태로 그려 잘라 배경과 어우러진 모습에 의미가 있어 보인다.
“이 마을은 프로젝트 마을이란다. 그래서인지 산동네를 살리기 위해 신경 써서 그려낸 벽화와 조형물들이 가득한 것이란다.”
“그런데 아쉽게도 빈집이 많이 있다고 해요. 그런데 아쉬울 것도 없이 빈집만을 둘러보는 코스도 있다고 하던데, 왜 그런 것일 까요?”
용두산이 한 눈에 보이는 곳, 그리고 멀리에서 뱃고동 소리가 들리는 듯한 부산항 까지 볼 수 있다. 이 전망을 보려면 어디로 가야할까?
“드디어 스탬프 코스의 마지막이네요. 이곳에서 마지막 스탬프를 찍으면 드디어 완성이에요!”
“주민이 거주하던 방식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어서, 이 곳 여행을 마무리 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곳이란다.”
부산 사하구의 감천문화마을의 스탬프투어는 마을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합니다. 스탬프를 모두 받아 마지막 하늘마루에 이르면, 기념이 될 만한 것도 받을 수 있다고 하니, 놓치지 않고 돌아보아야겠죠? 아픈 시대를 배경으로 추억이 켜켜이 쌓여 생겨난 마을이지만, 이곳의 사람들은 그 상처를 행복한 삶으로 바꾸려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그 노력은 실망하지 않을 만큼 화려하고 정다운 모습으로 남아있습니다. 그들의 생활을 위해 오후 6시 이후에는 개방하지 않는다고 하니, 얼른 들렸다가 오자 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