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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즉 꺼진 불빛, 전에는 무슨 색을 내며 빛났을까를 생각하다 그만두었다. 다시는 켜질 일도 없기에.
한 걸음씩 오르는 가을 길. 바닥에 뒹구는 빛깔들과 함께 데굴데굴 구르는 마음.
저리 나란히 벽에 머리를 맞댄 채 무슨 궁리들을 하고 있는지. 생각이 상상이 되고, 상상이 웃음이 된다.
가끔은 풍경도 단청을 올린다. 사람의 사찰과 자연의 사찰을 함께 볼 수 있는 기쁨.
화려한 신식 건물 아래에는 여전히 자그마한 예배당이 있다. 올려다보고 내려다보며, 서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녹차가 씁쓸하면서도 싱그러운 이유는 안개를 머금었기 때문일까.
들어오라고 문을 열어두었는데 고개만 꾸벅. 예의를 잊고 나도 모르게 머리를 쓰다듬을 뻔 했다.
변하지 않고 영원할 것을 바라는 사람의 마음은 정작 변하기 쉬워서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사랑할 수 없을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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