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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생명, 그리고 군사 분계선. 갈라진 땅 위로 돋는 푸른 잔디에 생각이 늘어가는 길.
녹이 슨 철조망 너머로 나란히 줄지어 선 분재가 보인다. 한 사람만의 손길을 기다리는 듯 초록이 애가 탄다.
위로, 그리고 아래로 무엇을 길러내고 있을까. 햇살 아래 쉼터와 제 몸 아래 그늘을 모두 마련하는 따뜻한 잎새.
살아있는 것의 본을 떠 만든 형상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 무엇을 만드는 것이 결국 우리의 사명이므로.
고개를 숙이고서 종종 걸음으로 지면을 훑는다. 떨어뜨린 무언가를 찾는 걸까.
잔디가 푸르면 푸를수록 부재가 깊어진다. 지난 함성소리가 애꿎은 골대만 흔들고 있다.
사람 하나 보이지 않는데, 이 재잘대는 소리는 어디에서 울리고 있는 것일까. 놀이가 끝나고도 계속되는 이야기, 이야기들.
저 어린 삶이 어찌 저리도 높이 솟았을까. 올려다보는 시선이 시려, 그만 눈을 감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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