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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간 이들이 남긴 뿌연 발자국만큼 막연해지는 마음. 그 가운데서 귀를 기울이면 문득, 바다에서도 목탁소리가 들린다.
도처에 마련된 즐거움에 웃음이 핀다. 가지런한 꽃길만큼 바지런해지는 발걸음.
큰 잎사귀 너머로 살풋 보이는 탐스러운 빛깔이 어느새 입안으로 들어왔는지 혀끝에 단내가 풍긴다.
예부터 우리는 그늘 아래에서 웅크리며 살아왔다. 아래에는 땅을, 위로는 지붕을 만들어 보이는 두려움을 가려왔다.
무엇을 향해 온 몸을 기울이고 있는지, 물어도 알 턱이 없다. 가지런히 늘어선 향기로운 마음에 조용히 설렐 수 밖에.
이름만큼 울퉁불퉁 못생긴, 이름만큼 정겹고 고소한 추억 한 줌
꿰어지길 기다리며, 우리는 또 얼마나 설레왔는지. 꿰어나가는 동안 가만히 숨을 죽여 본다.
하늘과 두 겹의 산, 그리고 발끝으로 이어진 들판 사이의 경계가 희미하다. 어우러져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이곳에서도 배우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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