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무장지대에서 날아온 희망편지
- 강원도 철원군 -
언제부터 철원이 DMZ 공간이 되어버린 것일까요? 유일한 분단국가라는 가슴 아픈 역사의 산실로 남은 철원은 날씨만큼이나 차가운 땅이었습니다. 그러나 상처가 난 자리에 새살이 돋아 아물듯, 폐허가 된 땅에 새싹이 돋아나듯 이제 철원은 더 이상 아픔의 비무장지대가 아닙니다. 최근에는 비무장지대에서 평화의 땅으로 거듭나고 있는 철원을 만나볼 수 있답니다. 그래서 제안하는 <트래블아이>의 이번 미션은 ‘비무장지대에서 희망편지 쓰기’입니다.
전쟁 그리고 안보는 군인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관심을 가져야 한다. 철원에 왔다면 분단의 시작을 가만히 떠올려보자.
“대한민국 남자라면 군대이야기 한 번 안 해본 사람 없을걸? 입영통지서 받았을 때 그 느낌을 지금도 잊을 수 없어.”
“요즘엔 군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면서 성별에 관계없이 안보와 평화적인 삶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치열한 전장 한가운데 있던 1950년 당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
6.25전쟁 당시 중부전선의 심장부로 할 수 있는 철의 삼각지대는 공산군의 남침을 막기 위한 난공불락의 공간이었다. 철원 안보관광의 시작은 철의삼각전적관서부터 시작된다.
“조형물 탓일까? 아직도 삼엄한 분위기가 남아 있어.”
“지금도 그때의 긴장감이 느껴지는 것 같지? 이곳이 중부전선의 전략적 요충지로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곳이라고 해. 치열함이 지나간 자리의 평화가 깃드니 그것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이 드는데?”
머리가 닿을 듯 말 듯 한 좁은 통로를 다니다보면 이곳저곳에서 남자들의 허풍 섞인 군대이야기가 들려온다. 서늘하고 무거웠던 분위기에 살짝 웃음기가 감돈다.
“땅굴은 텔레비전에서 한 번 본적이 있어. 이곳에서 몰래 남침하기 위한 북한군들의 폭음이 들렸다고.”
“군대 다녀온 남자들은 꼭 한 번씩 땅굴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 간첩까지 잡았다는 사람도 봤다니까!”
한반도의 허리를 가르고 있는 남 북방 한계선이 눈앞에 다가와 있다. 비로소 분단현실을 실감하게 된다. 통일을 염원하던 마음에 불씨가 당긴다.
“철원 평야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북한 땅은 어때? 선전마을이라던가?”
“잘은 모르겠지만 그래도 평화로운 것 같아. 사실 이들도 우리처럼 평화를 바라고 있는 게 아닐까 싶어. 전쟁 당시에도 우리랑 똑같이 무서웠을 것이고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었을 거야. 그렇게 생각하니까 통일이 더 절실해지는 것 같아.”
두루미와 독수리 등 희귀 조류들을 생생하게 볼 수 있는 철원은 철새도래지가 되었다. 사람의 흔적이 닿지 않은 곳에 찾아온 손님들이 희망의 씨앗을 물어다 주었을까?
“안보관광에 왜 철새도래지가 들어있는 거야?”
“그것도 몰라? 전쟁으로 사람의 흔적이 없는 공간이라 그만큼 생태계가 보존되었던 거야. 그래서 철원을 청정 지역이라고 부르는 것이지. 이곳은 두루미를 비롯한 희귀 철새들의 쉼터가 되어주기도 해. 아무도 찾지 않던 곳에 반가운 손님들이 찾아온 거지.”
‘철마는 달리고 싶다’라는 문구를 한번쯤은 들어보았을 터. 월정리역의 철마가 언젠가 큰 기적소리를 울리며 저 멀리로 힘차게 내딛을 수 있기를.
“이곳이 바로 철마의 통일기원이 가장 간절하게 남아 있는 곳이야. 월정리역은 서울에서 원산으로 달리던 경원선의 철마가 잠시 쉬었다 가는 곳으로 현재 남방한계선과 근접한 최북단 종착지점에 있다고 해.”
“언젠가는 힘차게 내 달리는 날이 올 수 있겠지?”
한국전쟁 당시 이 역에서 마지막 기적을 울렸던 객차의 잔해가 오랜 세월의 무거움을 이기지 못해 앙상한 모습으로 누웠다. 녹이 슬어 아픈 분단의 현실을 실감케 한다.
“정말 많이 녹이 슬어 있다. 지난 세월의 무게가 앙상하게 남아있는 뼈대로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 같아.”
“철원평야를 가로질러 남과 북을 연결하는 이 철마가 다시금 힘차게 내달리는 날 우리도 꼭 함께 타보기로 해.”
차갑게 언 땅에도 봄은 오듯이 언젠가 민들레 홀씨가 날아와 꽃을 피울 것이다. 선명하던 3.8선은 희미하게 사라지고 희망의 웃음소리가 가득 차겠지.
“안보관광 해보니까 어때? 새삼 내가 나라를 지키고 돌아왔다는 것이 자랑스럽게 느껴져.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한 시간들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 말이야.”
“진짜 사나이 다 되었네? 비무장지대도 이렇게 변화하고 있는 걸 보면 차갑게 등 돌리고 서 있는 사람들에게 우리의 희망 편지가 전달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햇볕이 쨍쨍한 철원은 차가운 입김도 쏙 들어가게 합니다. 멈춰버린 철마는 언젠가 다시금 큰 소리를 내며 시원하게 철도를 달릴 것이고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은 언제든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한라에서 백두까지 비무장지대에서 날아온 희망 편지 하나가 계속 전달된다면 새살이 돋고 새싹이 올라오듯 희망의 ‘봄’이 돋아나지 않을까요? 대한민국 안보관광의 중심, 철원에서 새로운 희망편지를 날려보세요!
기묘한 명산
- 전라남도 목포시 -
항구도시로 유명한 이곳은, 아픈 역사를 품고도 그 고고한 자태를 뽐내며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역사의 아픔마저 아름다운 풍경으로 승화시켜버린 이곳. 바로 전라남도 서남단의 ‘목포’입니다. 목포의 도심은 나지막한 산 하나를 따라했는지, 그리 높지 않은 모양새로 넓게 퍼져 있습니다. 사방이 막힘없이 열려있는 탁 트인 경관과 그 속에 흐르는 이야기들을 모두 볼 수 있는 유달산이 바로 그것입니다. 오늘의 <트래블아이>미션은 ‘유달산에 흐르는 기묘한 오감을 느껴라!’입니다.
목포 도심과 바다의 사이에 오른 그리 높지 않은 나지막한 산. 하지만 기묘한 바위들이 솟아 온통 아찔한 경관을 선사한다.
“유달산 일주도로는 꽤 긴 드라이브 코스이구나. 다도해와 목포시가지를 배경으로 달리는 드라이브 길은 데이트 코스로 적격이 아닐까?”
“그것도 너무나 멋지지만, 저 멀리 보이는 유달산을 좀 봐! 저 자태가 멀리에서부터 고고하게 풍겨오니, 얼른 가고 싶어지는 걸?”
사람들의 염원이 모이고 모여 산을 이룬 듯, 흩어지지 않은 채 봉긋이 솟은 모양이 오르기 전, 숨을 가다듬게 만든다. 이곳에는 마르지 않는 지혜의 샘이 있다고 하던데?
“이 유달산은 전라도를 지나 온 노령산맥의 끝 줄기라고 해. 이제는 사그라들던 그 산맥이 마지막으로 용솟음을 한 곳이지.”
“이곳을 그린 동양화 한 폭을 본 적이 있어. 기암절벽과 은은하게 펼쳐진 안개가 아름답던 그 곳을 실제로 보게 되다니! 직접 보는 것이 더욱 아름다운 것 같아!”
유달산의 이등바위 아래, 자연과 문화, 조각이라는 주제로 가꾸어진 조각공원이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야외 조각 공원 이란다.
“예전의 모습을 많이 잃지 않고, 2008년에 새롭게 문을 열었다고 해.”
“지금 모습이 많이 다듬어진 것이구나! 자연과 어우러진 조각들의 모습에 너도나도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어. 목포의 새로운 사진 촬영 명소가 바로 이 곳일까? 우리도 얼른 가서 사진 한 장 남겨야 하지 않겠어?”
유달산에서 가장 싱그러운 곳이 이곳일까? 조금은 이국적인 건물에, 빛이 잘 들 만 한 유리 천장이 있다. 저 곳은 어떤 곳일까?
“초록색 바닥이 깔려있는 전시관 내부가 싱그러운 풀내음으로 가득해! 게다가 문득 코끝을 스쳐가는 난 꽃의 향기까지! 참 향기로운 곳이구나.”
“이 곳이 바로 우리나라 최초로 난 배양과 재배에 성공한 곳이라고 해! 저렴한 가격으로 난을 분양받을 수 있다고 하니, 한 뿌리 골라봐야겠어.”
끊임없이 노래가 흘러나오는 이 곳. 한 때 모두의 가슴을 울렸던 바로 그 노래가 유달산 자락을 타고 흐르고 있다. 이 노래가 이곳에 남겨진 이유는 무엇일까?
“일제하에 고통 받던 우리나라 민족들에게, 우리는 하나임을 외쳤던 바로 그 노래이구나! 가사 속에 담긴 슬픔이 고스란히 느껴져.”
“푸르게 자란 나무와 잔디 위에서 그 자태를 뽐내고 있는 이 비가, 우리민족의 자긍심을 담고 있는 듬직해.”
온통 돌계단이다. 커다란 절벽 사이에 자라 오른 나무들이 어떻게 버티고 섰을지 궁금할 만큼 척박하지만, 마음만은 이 절경에 가득 들어찬다.
“유달산의 바위 이름은 조금 특별한 것 같아. 1등 바위, 2등 바위 등등.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이곳에 이름 난 바위들에는 전설이 꼭 하나 씩은 있지 않을까?”
“아마도 그럴 거야. 관광안내 책자에 설명이 되어 있으니 보고 싶은 바위가 있다면 그 쪽으로 올라가자. 오르다보면 누정들이 곳곳에 있으니 쉬어가면 될 테니까.”
동글동글, 꼭 서로의 자태를 뽐내려 하는 냥, 그렇게 자란 무성한 입사귀와 실타래를 풀어 놓은 듯한 꽃이 만개했다. 처음 보는 나무인 것 같은데?
“지구상에 딱 한 곳에 남은 나무라고 해. 그래서 쉽게 볼 수 없고, 보존할 가치가 충분한 나무가 바로 이것이야.”
“바로 이 나무가 멸종위기에 있다던 그것이구나? 멸종할지도 모르는 슬픔을 가진 나무이지만, 이 산을 가득 메운 이 나무는 그 자태가 참 건재한 것 같아.”
멀리서 쳐다보기에도 이리도 아름답다. 저 곁으로 직접 다가가면, 화사한 그 아름다움에 덩달아 밝은 빛을 낼 수 있을 것만 같다.
“목포의 자랑인 다도해의 경관이 탁 트인 시야에서 펼쳐지고 있어. 게다가 밤이 되니 시가지의 낮을 불빛들이 은하수를 보고 있는 것 같아.”
“뿐만 아니라 바다를 넘나들 수 있는 대교와 조명이 화려한 분수도 아름다운 야경에 한 몫을 하고 있어. 최근 빛의 도시라고 불리게 되었다는 야경이 바로 이것이구나!”
목포는 야경을 볼만한 곳이 잘 없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이 산보로도 오를만한 산을 오르기 싫었던 사람들의 핑계거리는 아닐까요? 기묘한 절벽이 가득하지만 그 속을 오르며 맛보는 절경에 힘이 드는 지도 모를 만큼이라고 합니다. 수많은 이야기와 변치 않는 자연의 아름다움까지 모두 맛볼 수 있는 유달산! 여러분도 목포에 온다면, 바다가 아닌 산을 올라보는 것은 어떨까요? 유달산에서 내려다보이는 야경이 여러분의 눈을 즐겁게 해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빛 그린 어울림 마을
-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
인왕산 입구 홍제동 어귀에는 ‘개미마을’이라 불리는 동네가 있습니다. 약 1,000만 관객을 울린 영화 ‘7번방의 선물’ 속 주인공인 6살 지능의 사내 용구가 어린 딸과 오순도순 살던 산동네를 떠올리면 마을이 조금 쉽게 그려집니다. 실제 이 마을은 서울의 몇 남지 않은 산동네이자 달동네입니다. 부녀의 소꿉장난 같은 살림살이가 행복했던 그 풍경에 발을 디뎌봅니다. 그새 칠이 많이 벗겨진 꽃그림, 나무그림의 벽화는 수년이 지나고 보니 외려 아련한 맛도 있습니다. <트래블아이>가 제안합니다. 개미마을에서 소담한 멋을 간직하고 돌아오라!
개미마을까지 가는 얼개는 간단하지만 쉬운 길도 아니다. 골목이 미로처럼 얼기설기 이어지는 길을 따라 가파른 계단을 쉼 없이 오른다. 이 ‘고생길’은 어디까지 이어질까?
“젊은이가 그 정도 혈기로 힘들다 소리는, 쯧쯧~. 우리 노인들은 몇 번이나 다리를 쉬며 집으로 가곤 해도 그나마 좋은 날은 낫지. 해마다 겨울이면 연탄을 지고 이 계단을 올라 다녔지. 그것도 이제 이력이 나서 괜찮아. "
"달동네 사는 게 왜 힘든 줄 알아? 바로 겨울 추위야 추위. 길이라도 얼어 봐, 우리 같은 노인네들은 한 걸음 떼기도 힘들어.”
마을로 향하는 가파른 길은 쉼이 없다. 하지만 보람도 있다. 정상에 다다를 즈음 입구에서 올려다 본 마을은 마치 성곽을 연상케 하는데!
“여느 달동네가 그러하듯 이 동네도 낡은 지붕과 지붕이 면을 겹치고 있어. 집과 집의 경계가 상당히 모호한 게 마치 성곽이 둘러쳐진 것 같기도 해.”
“슬레이트 지붕을 인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으니 그렇지. 대부분 50년은 족히 된 것 같아. 위에서 내려다보는 마을은 아래에서 볼 때와는 전혀 딴판이구나.”
한눈에도 홍제동 개미마을은 그리 부유하지 않다. 하지만 복고의 멋이 제대로 살아 있다. 예스런 아이템들을 발견하는 건 지금부터는 그리 힘을 들이지 않아도 가능하다.
“앗, 공중화장실이야! 이제 시민공원 정도나 가야 있을 법한 화장실이 여기서는 아직도 일상으로 자리하고 있네. 이곳엔 마을버스도 저렇게 커다란 소리를 내며 겨우 오르는구나.”
“산 아래로 삐져나온 커다란 바위 위에 집들이 아슬아슬하게 걸터 있어. 바위 사이로 골목이 구불구불 나 있는 것도 그렇고, 저 집은 대문이 바위 사이에 나 있는 것 같아.”
개미마을의 시작은 바로 천막촌에서부터다. 당시 그 모습이 마치 서부 인디언마을 같다고 하여 ‘인디언촌’이라 부르기도 했다. 마을사람들은 그 이름을 어떻게 기억할까?
“6·25 터지고 갈 곳 없는 사람들이 하나둘 들어와 임시 거처로 천막 치고 모여 살기 시작했지. 그래서 ‘인디언촌’이라지만, 인디언처럼 소리 지르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일 가능성도 있어. '
"난 그래서인지 여기 한 30년 넘게 살았지만 그 이름은 영~ 별로였어. 봐봐, 지금은 다들 개미처럼 열심히 일한다고 ‘개미마을’, 얼마나 듣기 좋아?”
홍제동 개미마을이 출사장소로 유명세를 타게 된 건 아름다운 벽화들이 거리마다 즐비하기 때문이다. 새옷으로 단장한 담벼락은 주민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사실 이 동네에 산다고 하기가 좀 그렇기도 했지. 친척들 오라고 하기도 민망하고…. 그런데 동네 분위기가 이렇게 바뀔 줄 몰랐어. "
"그전까지 동네 벽들이 온통 금가고 낙서들밖에 없었는데, 지금은 마을이 몰라보게 밝아졌지. 개발 찬반도 심해서 담벼락마다 험담이 가득했는데 그걸 덮어줬으니 이보다 고마울 데가 없어.”
이제 주말이면 카메라를 든 젊은이들로 꽤 북적인다. 그렇게 삼삼오오 모여 벽과 골목 곳곳에 그려진 그림들을 연신 렌즈에 담는다. 다양한 벽화 속 그림들을 감상해보는 건 필수다.
“이곳 벽화에는 ‘환영’, ‘가족’, ‘자연친화’, ‘영화 같은 인생’, ‘끝 그리고 시작’ 등을 테마로 한 그림들이 50개도 넘는대. 예전의 개미마을에서는 볼 수 없었던 풍경이야. 그림만 다 돌아보고 나가도 대형 전시회를 감상한 기분이겠는걸?”
“전시회는 사진을 찍을 수 없잖아. 여긴 얼마든지 셔터를 누를 수 있고 연출도 가능하지.”
개미마을에는 텃밭이 참 많다. 텃밭마다 고추와 상추, 대파가 심어져 있고 각종 채소가 자란다. 텃밭 가꾸는 주민들의 모습에서 인생고락이 느껴질까?
“그나마 우리 마을 바뀌기 시작한 건 학생들 찾아와서 붓 하나씩들 잡고 담벼락에 그림그리기 시작하면서부터라지. 그래도 사람들 사는 건 웬만해서는 잘 안 바뀐다고.”
“하지만 말이야. 이곳 사람들, 바깥에서 생각하는 것만큼 가난하지도 않고. 다들 열심히 부지런히 살아왔을 것 같아. 저 텃밭들을 좀 봐. 시장 안 봐도 1년은 너끈히 먹겠어.”
개미마을에 저녁이 왔다. 산등성이 마을에 하나둘씩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불빛은 참 따스했다. 마치 개미마을에 사는 사람들의 마음처럼.
“한국전쟁 후에 갈 곳 없는 사람들이 천막 짓고 살던 ‘인디언촌’에서 시작했는데 가까스로 살아남았지만, 지금 이 사람들이 얼마나 인정 넘치는지 누가 알아주나? "
"아프면 서로 돌봐주고 좋은 일 있으면 같이 기뻐해주고……. 그렇게 서로 의지하고 기대면서 하루하루 살아가, 우리는.”
족히 40년은 된 낡은 집들이 고스란히 캔버스가 된 홍제동 개미마을은 이제 서울의 또 하나의 명소로 자리 잡은 듯 보입니다. 눈에 익은 ‘삼거리 약수터·연탄가게’, 영화 속 오지 않는 아빠 ‘용구’를 하염없이 기다리던 버스정류장, 산기슭까지 다닥다닥 묻혀 있는 낡디 낡은 집들까지 지난날 나에게도 이런 시절이 있었을 법도 한 왠지 모를 아련함이 진하게 묻어나는 개미마을입니다. 여러분은 이곳에 가면 가슴 깊은 곳에서 차오르는 추억의 느낌을 어떤 색깔로 칠하고 돌아올 생각인가요?
물음표를 달고 가는 시장
- 광주광역시 북구 -
간편함과 편리함과는 맞바꿀 수 없는, 아날로그가 흐르는 곳이 바로 재래시장입니다. 천막하나 없이 자리는 만들면 그만이라며 줄지어 늘어서 간이 가게를 만드는 할머니들의 얼굴엔 고단함이라고는 없습니다. 편리함을 따라 갈 법도 한데 여전히 많은 이들이 머리 위로 물음표를 하나씩 달고 이곳을 찾기 때문입니다. 저마다 다른 목적으로 찾는 곳이지만 결국엔 같은 해답을 얻고 돌아가는 광주 북구의 말바우시장, 그래서 트래블아이가 제안합니다. ‘말바우시장에서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고 돌아오라’
화려한 겉표지에 ‘쇼핑 가이드북’이라 적혀있다. 그리고는 친절하게 한권씩 가져가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시장을 책으로 공부하고 간다고 하면 믿을까?
“여기가 말바우시장 입구가 맞나? 길 따라 들어서긴 했는데 여기가 말바우 몇 길로 이어지는 줄은 모르겠다. 저기 어르신께 여쭤보자.”
“처음왔구먼, 여기는 이 책으로 공부를 하고 가야된다우. 거기 보면 어디에 뭘 파는지, 말바우시장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 적혀있으니까.”
말바우라는 시장의 이름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그 유래가 궁금하다면 손에 든 쇼핑 가이드북을 펼쳐보라.
“좁은 골목사이로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왜 말바우시장일까? 가이드 북에도 말이 그려져 있는 걸 보면 말이랑 연관이 있는 게 분명해.”
“말바우는 임진왜란 때 의병장이었던 김덕령 장군이 훈련하던 말이 바위위로 힘껏 발굽을 내디뎠는데 그 바위에 말 발굽모양으로 패였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래.”
말바우 시장에서 팔고 있는 채소나 약초들은 그 이름을 듣기 전까지, 아니 들어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줄곧 ‘이건 뭐예요?’라는 물음표를 머리위로 달고 있다.
“그런데 여기는 못 보던 물건들과 채소들도 많다. 장터라서 그런가?”
“물론 재래시장이기도 하지만, 말바우시장은 직접 경작한 생산품을 파는 전통 직거래 장으로 각종 약초나 울금, 함초, 연근 등 생소한 것들이 많아. 그뿐인 줄 아니? 지네나 굼벵이도 판다는데?”
말바우 1길에서 말바우 7길에의 골목골목엔 우리네 할머니들이 앉아있다. 천막도, 좌판도 없이 자리를 만들었다.
“저기 할머니들께서 줄지어 앉아 물건을 파시네. 그런데 천막도 없이 그냥 스티로폼에 자리를 깔고 만드셨나봐. 정겹기도 한데 한편으로는 우리 할머니 생각에 마음이 찡해진다.”
“그러게, 팥이며 도라지, 대추, 고추, 가지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난 붉은 팥 한 되만 사가지고 갈래.”
눈가에도 손등에도 고단함이 만든 세월의 꽃이 활짝 피었다. 돈을 내미는 손을 덥석 잡으시고는 “곱네 고와~”라고 하시며 예쁘니까 특별히 덤을 더 주신단다.
“할머니, 저기 붉은 팥은 한 되에 얼마에요?”
“아이고, 예쁘게 생긴 아가씨가 시장엘 다 오고, 팥은 한 되에 이만 원인데 특별히 예쁘니까 조금 더 넣어줄게. 이렇게 젊은 사람들이 찾아오니까 좋네 좋아. 생기도 도는 것 같고 아이고 곱다.”
킁킁하고 구수한 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 냄새에 이끌려 간 곳에서는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든든히 배를 채우고 있다. 이곳에서는 어떤 느낌표를 얻을 수 있을까?
“많이 걸어서 그런가? 슬슬 배고프다. 맛있는 냄새도 나는 것 같고. 단팥죽이 유명하다던데 단팥죽 한 그릇 먹고 갈까?”
“단팥죽도 좋은데 난 저기 보이는 도토리 묵국수! 국내산 도토리 100%라는 것에서 자부심이 느껴져.”
흔히 남도음식을 맛깔스럽다고 하는데 문득 남도 음식이 궁금하다. 말바우 시장입구에서 삼각동으로 이동하면 남도의 향토음식을 알려주는 박물관이 있다는데?
“음식을 맛보고 나니 남도가 더 궁금해지는데?” “그래? 그럼 남도향토음식박물관으로 가볼래? 거기에서 더 많은 남도 음식들을 만날 수 있다고 해.”
“아까 묵국수를 먹었는데도 입에 침이 고인다!”
시장에서 무엇을 살 수 있을까? 단순히 구입에만 국한하지 않고 인심과 추억과 정을 살 수 있는 말바우시장이 더 궁금해진다.
“흔히 시장을 보러간다고 하는데, 비로소 그 이유를 알 것 같아.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곳이 아니라 사람들도 둘러보고 물건들도 둘러보기 때문이 아닐까?”
“맞아, 누군가에겐 사람냄새에 코끝이 찡해지기도 하고 정겨움에 미소를 짓기도 하지. 우리처럼 궁금하던 걸 속 시원히 알아가는 살아있는 박물관 같기도 하고 말이야.”
상인들은 사람들의 주머니 사정까지 걱정하며 좋지 않은 사정을 덤으로 메워주고 사람냄새가 그리운 이들에게 진한 그리움의 시간들을 메워줍니다. 물음표를 띄운 이들에게 친절하고 자연스럽게 그 해답을 알려주지요. 새로운 거리를 만들어내고 정겨운 미소를 건네는 말바우시장은 떠나는 이들의 귓가에 생생한 말발굽소리가 맴돕니다. 수많은 물음표를 간직한 곳, 말바우 시장은 신선하고 저렴한 물건들로 가득하며 전통이 살아 숨쉬는 공간입니다. 할머니들이 만든 거리에서 아직 가시지 않는 따뜻한 온기를 느껴보는 건 어떨까요?
기분 좋은 눈부심으로
- 대전광역시 동구 -
은빛물결의 반영(反映)에 기분 좋은 눈살을 찌푸립니다. 호반을 느린 걸음으로 걸으며 손끝으로 계절의 감성을 느끼는 순간이야말로 반복되는 삶에 여유가 동심원처럼 퍼져나가는 것이 아닐까합니다. 대청호는 대전광역시와 충청북도 청원군 등에 걸쳐 있는 인공호수로 대청호 오백리길 등을 통해 사람과 물이 만나 자연으로 돌아가는 시간을 제공합니다. 누구나 가끔씩 일상에서의 일탈과 팍팍한 일상에 단비를 꿈꿀 텐데요, 그래서 제안하는 <트래블아이>의 이번 미션은 ‘대청호의 반영을 두 눈에 담고 돌아오라’입니다.
반짝하는 순간 은빛물결이 찰랑인다. 나무가 물에 비친 것인지 물이 나무에 비친 것인지 모를 정도로 반짝하여 고개를 삐죽 내밀어본다. 풍경에 이끌려 잠시 걸어보기로 한다.
“젊은 청년이 혼자 왔나보네. 어디 코스를 가려고 하는지 고민 하는 것 같은데 혼자 왔으면 아무래도 추동 호반길이 괜찮지."
"나중에 여자친구랑 같이 오면 호반낭만길 코스도 다녀가 보라고.” “네, 감사합니다.”
오백리라는 이름에 엄두가 안나 한 걸음, 두 걸음 주변에 손짓하는 풍경만 보고 걸어본다. 어느새 뒤를 돌아보면 시작점이 콩알만 하게 희미해진다.
“5시간에 걸쳐 걷는 길이 괜찮을까? 혼자 생각하며 걷는 데는 수변길만큼 좋은 곳은 없다니까, 그럼 한 번 걸어볼까?"
"오백리길이라고 해도 힘들거나 지치지는 않네, 아마도 주변 경관에 빼앗긴 시선과 완만한 산세 때문일 거야. 무엇보다 걷고 싶은 길 12선에 꼽힌 길이라 그런지 휴식하기에 괜찮은 것 같은데?”
사진 찍기 좋은 명소란다. 걷고 걸어 만난 곳에 추억 한 조각 남겨두고 간다. 두 발로 걷는 기쁨이 여기에 있다.
“저기, 혼자 왔어요? 여기가 사진 찍기 좋은 명소라잖아. 사진 한 번 찍고 가요. 내 찍어 줄 테니. 자, 하나 둘 셋!” “감사합니다.”
“여기가 물안개가 피어오르면 얼마나 멋있는지 몽환적인 분위기가 아주 그만이에요.”
가을에 찾은 대청호는 짙은 갈색빛이다. 나무가 반영된 탓인지 푸른 빛깔의 호수도 갈색빛으로 물든다. 다음 계절의 대청호는 어떨까?
“수변길이라고 해서 물 따라 걷는 것만 생각했는데 중간 중간 산과 사람들을 만나니 더 새롭구나. "
"자연 그대로의 멋과 향이 남아있어서 진풍경을 만들어. 은은한 물향이 사람들이 닦아놓은 길과 어울려 더 아름다운 것 같아. 물에 비치는 나무 때문일까 어쩐지 가을이 더 깊어지는 기분이네.”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대청호를 메운다. 쓸쓸하기만 할 것 같은 혼자만의 여행이 외롭지 않다.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어울린 진풍경이 더 없이 정겨운 친구가 되어준다.
“혼자 온 여행이라 꽤 쓸쓸했는데, 이렇게 아이들 웃음소리와 가족들의 화목한 이야기가 들려 전혀 외롭지 않을걸. "
"저기 갈대를 보며 좀 더 걸어야겠다. 대청호와 더 가까이 마주할 수 있다니까. 한적하기만 한 거리에 웃음소리가 어쩐지 시끄럽지 않고 정겨운 이야기처럼 들려오네.”
찬샘정에서 바라보는 대청호는 또 다른 느낌이다. 눈길 닿는 곳마다 반짝이는 대청호에 보물이라도 숨겨져 있는 것일까?
“하아, 여기가 찬샘정이로구나. 사진으로만 봤었는데 역시 절경은 절경이구나. 수면이 빛을 받아 반짝이는 것이 마치 자그마한 보물이 반짝이는 것 같구나.”
“젊은 청년 혼자 왔는감? 숨 좀 고르고 가시게나. 크게 숨 한 번 들이쉬고 내쉬면 마음속에 가득 있던 시름이 저 대청호와 함께 흘러내려간다니까.”
가을을 만끽하기에 수변공원이 최고라면 봄의 벚꽃비를 맞고자 한다면 대청호 회인선 가로수길이 최고다. 그렇기에 대청호는 다음 계절에 대한 기대로 눈이 절로 반짝인다.
“할아버지도 혼자 오셨어요?”
“가끔 와. 길게는 못 걷고 짧은 구간을 아들내미가 데려다 주지. 그나저나 여기 처음 왔는감? 대청호는 언제 봐도 아름답지, 아름다워. 봄에는 꼭 옆에 예쁜 처자 데리고 오라고. 대청호 회인선 벚꽃길에 그렇게 젊은이들이 많다고. 아주 예뻐.”
대청호가 가장 무르익는 계절이 언제라고 묻는다면 쉬이 대답할 수 가 없다. 언제나 은빛 물결은 찰랑일 테고 대청호를 바라보는 이들의 눈에 반영이 눈부실 테니까.
“다음계절이 기다려지는 곳이라니, 두 눈에 대청호의 아름다운 물결을 담았으니 봄에는 벚꽃을 여름에는 시원한 바람을, 지금처럼 가을에는 낭만을, 겨울에는 설경을 담으로 또 와야겠구나. "
"언제나 그 자리에서 아름다움을 지키고 있는 대청호는 늘 새로운 눈부심으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사람들이 한 해가 떠나가고 새해를 맞이하며 목표를 세우는 것 중에 하나가 의외로 여행이라고 합니다. 여행을 계획하고 꿈꾸지만 일상에서의 생활 때문에 쉽게 결정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가끔씩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다면 멀지 않은 곳에서 작은 여유를 만끽해보는 건 어떨까요? 팍팍한 삶의 작은 탈출구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평소보다 느린 걸음으로 평소에 무심코 지나치던 작은 들꽃이나 바람결을 느끼며 기분전환을 하는 것도 일상에서 재충전의 시간이 되어줄 것입니다.
자연적이든, 인공적이든
- 경상북도 청송군 -
지친 마음을 달래는 데에는 자연의 아름다움만한 것이 없습니다. 여가 시간이 생길 때면 저마다 물 맑고 공기 좋은 곳을 찾아가는 것은 자연이 줄 수 있는 힘을 믿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신선이 놀다 간 곳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하는 고장인 경북 청송은 자연과 함께, 사람이 만든 자연스러움이 어우러져 절경을 이루고 있는 곳입니다. 편의가 아닌 자연의 아름다움을 즐길 목적으로 더해진 손길은 자연의 아름다움에 한 획을 더하는 것 같습니다. <트래블아이>가 제안합니다. ‘주왕산과 주산지에 어우러져라!’
마치 병풍 같이 둘러쳐져 있는 기암절벽에 놀랄 수밖에 없는 곳, 주왕산. 그래서 옛 이름은 석병산(石屛山)이었다고 한다. 주왕산에는 전설 또한 무수하다던데?
“지금의 이름인 주왕산은 주왕이라는 사람의 이름에서 따 온 것이라고 해. 당나라에서 반역을 일으켰던 주왕은 이 산까지 도망을 쳐 와서 싸웠다고 한다."
"그래서 여기에는 주왕이 군사를 숨겼던 무장굴, 주왕의 딸이 성불한 곳이라는 연화굴, 그리고 주왕이 죽은 곳인 주왕굴이 있지. 이 산에서는 주왕이 흘린 피 때문에 수진달래가 피어났다고 해.”
주왕산의 상징은 바로 높이 솟은 기암. 주왕은 이곳을 노적가리로 위장하여 적들을 물리치기도 했다고 한다. 기암의 위압적인 자태를 감상해 볼까?
“아직 산을 오르지도 않았는데 기암이 보여! 야, 저게 바위란 말이야?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산의 높이 정도는 되는 것 같은데?”
“저 거대한 바위의 틈에서 자라난 나무들이 더 신기하지 않니? 얼마나 많은 세월을 거쳐 만들어진 풍경인지 짐작조차 가지 않아. 이것이 바로 자연의 신비일까?”
주왕산에는 용추폭포, 절구폭포, 용연폭포, 월외폭포의 네 폭포가 있다. 이 중 가장 아름다운 곳은 절구폭포와 용연폭포라고 하니, 빼놓을 수 없는 순서.
“깎아지른 것 같은 계곡 사이를 걷고 있는 것도 신기한데, 두 단으로 흘러내린 폭포가 만들어낸 풍경이 정말 예술이야. 이게 다 자연의 작품이라니, 믿기지 않아.”
“용연폭포의 모습도 굉장해. 이 폭포 또한 위의 소와 아래의 소, 두 개의 단으로 되어 있어. 높이가 30m는 되겠는데? 위쪽 소에 있는 세 개의 동굴 모양이 정말 신기해!”
주왕산 자락에는 대전사가 자리하고 있다. 창건 당시에는 아주 웅장한 절이었다고 하나, 임진왜란 때 대부분이 소실되어 남아있는 것은 일부 뿐.
“기암이 대전사를 굽어보고 있어. 대전사도 천년고찰이라고 하는데, 주왕산이 너무 아름다운 탓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고도 하지. 건물이 곱게 낡은 모습이 뒤쪽의 기암과 어울려.”
“절이 아름다운 이유는 자연과 어우러져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나는 가끔 절이 자연의 일부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도 해 본다니까?”
대전사에 이르는 주왕산 등산길은 부담 없이 오를 수 있는 길. 주왕산의 아름다움을 둘러보았다면, 가까이에 있는 주산지로 이동해 보자.
“맑은 공기에 기분이 아주 좋아. 마치 주왕산에 취한 것 같은 기분이야. 그런데 왜 주왕산과 주산지를 함께 구경하는 거야? 단순히 가까운 거리여서는 아닐 것 같은데…”
“주왕산은 자연이 만들었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운 곳이고, 주산지는 인간이 만들었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운 곳이야. 주왕산과 주산지를 함께 구경하면 색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지.”
주산지는 주왕산을 흐르는 물을 모아 만든 호수. 다른 인공 호수와는 달리, 이 호수는 조선 시대에 만들어진 호수라는데, 그게 정말일까?
“주산지는 1720년에 착공하여 그 다음 해에 완공된 농업용 저수지였대. 그 길이가 100여 미터에 이르는데, 조선 시대에 어떻게 그런 호수를 만든 것인지 정말 놀라워.”
“저수지나 인공 호수는 인위적인 느낌이 강해서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주산지는 다를까?” “그럼. 주산지는 주왕산의 기암에 뒤지지 않는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곳인걸.”
울창한 산으로 둘러싸인 주산지의 풍경은 가히 압도적. 주산지의 역사와 함께 해 온 물속의 나무들이 그 운치를 더하고 있다.
“호수가 정말 거대하고 아름다워. 카메라를 들이대는 곳마다 예술 사진이 탄생할 것 같은데? 어라, 물속에서 나무가 자라고 있잖아! 저 왕버드나무를 좀 봐. 나무는 원래 물에 약하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수백 년에 이르는 시간 동안 주산지에서 살아온 것일까?”
“저게 바로 주산지를 상징하는 나무야. 저 나무를 보러 오는 사람들이 아주 많지.”
단 한 번도 물이 마른 적이 없는 저수지, 주산지. 버티지 못하고 둥치만 남은 나무들과 물속을 맴도는 잉어들이 있기에 더욱 운치를 더한다.
“둥치만 남은 나무에 고인 물이 아름다워. 저 멀리 물을 가로막은 둑이 보이고, 일부러 방생해 둔 것 같은 잉어들도 보이는데 어째서 이렇게 아름다운 것일까?”
“그건 이 저수지를 만든 사람들에게 자연을 해칠 생각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아까 본 대전사처럼 말이야. 자연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지에 대한 해답을 주는 것 같아.”
주왕산과 주산지는 각각의 매력보다는 함께 둘러보았을 때의 매력이 더 큰 것 같습니다. 수많은 세월동안 그 자리를 지켜왔듯이, 앞으로도 그 자리를 어떻게 채워나가야 할지에 대한 해답을 온 몸으로 던져주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자연 파괴, 환경오염과 같은 단어들이 난무한 나머지, 이제는 그것이 얼마나 심각한 일인지에 대한 인식조차 희미해져 가는 지금, 주왕산과 주산지에서 배울 점 또한 아주 많습니다. 주왕산과 주산지의 아름다움에 취하셨다면,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미래를 한 번 상상해 보시는 것이 어떨까요?
전통의 맛, 현대의 멋
- 대구광역시 북구 -
전통시장은 우리나라의 화폐의 역사와 함께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대구 북구에 위치한 칠성시장은 그 이름만큼이나 별들의 천국 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전통적인 시장의 분위기와 더불어진 현대적인 운영과 깨끗한 환경은 대형마트 시장에 익숙해진 젊은 사람들의 발길마저도 돌려놓습니다. 하지만 더욱 특별한 것은, 칠성시장 속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은 별미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오늘의 <트래블아이>의 미션! ‘대구 칠성시장 속 최고의 별미를 찾아라!’입니다.
제철 먹거리가 즐비하게 늘어선 시장. 뿐만 아니라 도자기, 꽃 등등. 전통시장의 활기참이 가득하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대구 말투가 정겹게 느껴진다.
“저, 칠성시장으로 가려면 어떻게 가야 하나요?”
“칠성시장이요? 여기 안쪽 골목으로 들어가시면 이 한 구역이 다 시장이라고 보시면 되요. 골목별로 구분도 잘 되어있고 깔끔하게 정비되어 있어서, 찾으시는 곳도 쉽게 찾으실 수 있을거예요.”
해가 중천에 떴다. 상가 앞의 판매대에 덮여있던 천막들이 걷히고 시장의 활기가 살아난 것이다. 편안한 대형마트를 마다하게하는 칠성시장의 매력은 무엇일까?
“아지매, 이거 한 개 사 들고 가이소. 제철에는 제철 과일을 먹어야제. 하우스 이런데서 나오는 거는 맛이 없다카이.”
“그래요? 그런데 너무 비싼데, 조금만 깎아주세요. 저쪽 가게가 더 싼 것 같은데요? 에이, 그러면 조금만 더 주세요. 네?”
칠성 시장의 밤은 화려하다. 식당들은 저마다 가게 앞 길거리에 테이블을 내어놓았다. 젓가락이 부딪히는 소리, 사람들의 말소리, 웃음소리가 더욱 활기차게 느껴진다.
“아주머니, 이 앞에 앉아도 되나요? 가게마다 테이블이 나와 있으니, 식당 안에 앉기 보다는 밖에 앉아서 시원한 바람 맞고 싶네요.”
“편한데 앉으이소. 가게 안에서 먹는 것 보다, 이래 밤바람을 맞으면서 먹으면 뭐든지 더 맛있게 느껴질겁니더.”
구수한 냄새가 풍겨온다. 간이 잘 배있는 나물 몇 종류와 김치 등 차림새는 소박하지만, 칠성시장의 별미 곰탕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아지매, 국물 더 줄까요? “아, 감사합니다. 나물들도 참 맛깔나요!”
“밥이 적으면 더 말하소.” “네! 오기 전까진 몰랐는데, 여기 맛집들이 참 많아서 칠성시장 들어서니 엄청 시장하네요.”
최근에는 잘 볼 수 없었던 포장마차가 즐비하게 늘어서있다. 하지만 상반되게도 그 속에 앉은 사람들은 정장을 입은 젊은이들이 많다. 이들이 이곳을 찾은 이유는 무엇일까?
“회사원들이 많네요? 좋은 식당도 많고, 가격도 더 비싼 장어를 먹을 수도 있을 텐데, 왜 이렇게 시장에 있는 골목까지 찾아오는 걸까요?”
“우리 장어가 맛나제. 뭐 딴데 가서 먹어봐야 양도 적고, 비싸기만 하다 아입니까. 맛도 좋고, 양도 많고, 싸고! 카니까 여기까지 와서 먹는 것 아니겠습니꺼.”
입구에 들어서자 구수하고 짭짤한 족발냄새가 침샘부터 자극한다. 장갑을 낀 손으로 족발을 써는 주인들의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다.
“사장님, 여기 족발 2인분만 주세요.”
“예, 지금 썰어 드릴게요. 족발은 미리 썰어 놓는 것 보다 이래 바로 썰어서 먹어야 맛있다 아입니까. 그래야 촉촉하고 더 고소하다 아입니까. 먹고 갈꺼라예?”“아, 포장해주세요!”
알싸한 연기가 코끝에 닿는다. 점포 앞 화덕에서 불에 직접 구워지고 있는 석쇠 불고기는 타닥타닥, 불에 익어가며 점점 그 맛의 궁금증을 유발해낸다.
“와, 고기에서 정말 ‘불 맛’이 난다는 것이 이런 느낌이군요! 얇은 고기가 직접 연탄불 위에서 구워져서 그런지 색도 독특하고 향도 너무 좋아요. 특히 맛은 더욱!”
“밖에 화덕에 보면 알지예. 세월의 흔적이 쌓여가지고, 주변에 재도 널려있고 화덕에는 기름때도 묻어있고. 저 흔적들이 고스란히 이 맛의 비결 아니겠습니까.”
많은 종류의 음식들이 골목을 형성해 저들만의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는 칠성시장. 맛있는 음식을 즐기는 사람들의 웃음소리에 마음까지 든든해진다.
“너무 많이 먹었나봐! 배가 너무 부르다. 그래도 여기서 먹은 음식들은 다 맛있었던 것 같아. 시장 구경을 하면서 먹었던 주전부리들도 너무 좋았고, 낮에도 밤에도 먹고싶은 별미들이 가득 한 칠성시장은 정말 최고인 것 같아!
"다음에 또 와서는 무엇을 먹어야할까? 음, 나는 다 먹을테야!”
생각보다 칠성시장의 규모는 거대합니다. 조그만 시장을 생각하고 들렸다가는 이 맛난 별미를 모두 맛보기도 전에 지쳐버릴지도 모르니 미리 각오를 하고 가는 것이 좋겠네요. 여러분은 어떤 별미가 가장 맛있어 보이나요? 칠성시장의 역사만큼이나 차곡차곡 쌓여온 음식문화는 그 자체만으로도 최고라고 할 수 있을 듯합니다. 하지만 별미와 함께 시장의 분위기, 전통시장 특유의 저렴한 가격과 푸짐한 양은 여러분의 배고픔을 가득 채워 줄 것입니다. 가장 맛있는 별미를 고르기위해, 칠성시장으로 떠나보는 것은 어떤가요?
꽃이 피어날 것 같은 고을
- 경상북도 봉화군 -
경상북도 봉화는 오염되지 않은 산림과 그 자연 경관의 화려함이 유명한 고을입니다. 전통과 문화가 잘 알려지지 않을 만큼 외진 지역이라 하는 봉화에서 또 한 번 고지로 들어섭니다. 접근하기도 힘든 외진 마을에, 근대적인 향수가 물씬 풍기는 승부역이 가만히 기다리고 서 있습니다. 소설 속에서나 나올 법 한 오래된 간이역인 이곳으로 철도여행을 떠나볼까 합니다. 오늘의 <트래블아이>미션은 ‘작은 간이역에서의 사소한 여행으로 커다란 추억을 찾아 떠나라!’입니다.
승부역 근처, 낙동강을 따라 내려가면 ‘눈꽃마을’이 나온다. 실존하지 않는 마을이라고 하는데, 왜 표지석이 서 있을까?
“겨울에만 나타나는 마을이라구요?” “그래, 눈꽃마을은 눈이 쌓여 새롭게 만들어지는 경치가 사람이 사는 마을같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란다.”
“와, 그러면 그 때 찾아오는 사람들이 눈꽃마을의 주민들이 되는 거네요!”
태백산맥을 넘고, 둘러가는 영동선의 간이역은 이곳 뿐만은 아니다. 하지만 그 규모가 가장 작다고 알려진 승부역. 과연 이곳에서는 어떤 추억거리를 만들 수 있을까?
“꿈속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드는 역이예요. 이 작은 대합실에 있으니 작은 세상에 혼자 떨어진 기분이 들어요!”
“작다는 이유 때문에 유명한 곳이 아닌 것은 확실한 것 같구나. 승부역이 엽서에 적혀있는 글은 애잔함과 따스함이 느껴지지 않니?”
이 험난한 산골에 지어진 철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애환이 담겨있을지 생각해보면 그 슬픔이 아득하다.
“이런 척박한 지형에 아슬아슬하게 지어진 철도를 건설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땀과 눈물이 들어갔을까요?”
“그들의 애환을 위로하고, 이 역을 찾는 사람들에게 그들의 애환을 전하기 위해, 이승만 대통령의 친필이 남은 기념비가 세워져 있단다.”
우거진 나무들 사이로 고개를 빼꼼 내밀고 있는 용머리를 닮은 바위가 보인다. 곧 용이 하늘로 승천할 것만 같은 절경이다.
“깎아지른 절벽과 그 아래에 잔잔하게 흐르는 강물까지, 누구나가 탐낼만한 안식처가 아닐까 해요.”
“하지만 접근성이 좋지 않았던 옛날에는 귀향을 오는 곳이었다고 하는구나. 그 중 절출장군이 저 바위에 ‘용관’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해.”
승부현수고는 승부마을과 승부역을 이어주는 ‘출렁다리’라고 불린다. 지금 재건설되어 있는 다리 말고, 원래 목교였던 예전이 궁금해진다.
“출렁출렁, 발을 올리니 다리가 살짝 흔들리는 느낌이 너무 좋아요. 출렁다리라는 별명이 정말 잘 어울리네요.”
“역과 연결된 다리가 두 개인데, 하나는 차량통행이 가능한 무명교란다. 저 다리에게 이름을 한 번 지어보겠니?”
열차가 다니는 터널을 이렇게나 가까이서 볼 수 있다니! 산 중턱을 깎아내고 들어선 레일을 보니 그 시절 기술이 참 궁금해진다.
“승부역에서 이어져있는 자연을 그대로 간직한 길을 따라왔는데, 이렇게나 잘 지어진 터널이 떡하니 나오니 조금 놀라워요.”
“하지만 자연과 잘 어울려서 시간을 지나온 오래된 터널의 모습이 꼭 영화 속의 한 장면처럼 보이지 않니?”
산길을 따라가다 만난 시원한 약수터. 물이 졸졸졸 흘러나온다. 이 시원한 투구봉약수에는 신비한 전설이 있다던데?
“임진왜란 때, 의병들이 후퇴를 하던 중에 이곳에 다달았단다. 위장병에 걸리고 옻이 올라 고생하던 병사들은 이 투구봉약수를 마시고 바르자 병이 나았단다. 그리고 그들은 이 힘을 빌어 전투에서 승리햇다고 하는구나.”
“정말 말 그대로 신비의 약수군요!”
맷돌이 돌아가는 소리, 토동 콩이 맷돌 안에서 갈리며 내는 사각사각 하는 소리가 정겹게 느껴진다.
“건강한 음식이 많은 곳이네요. 메밀, 송이, 감자 등등. 승부 먹거리 장터 음식들은 보기만 해도 건강해지는 기분이에요.”
“지역의 대표음식이 빠진 여행은 서운하지! 봉화의 특산물을 이곳 승부 먹거리 장터에서 즐기면, 봉화여행의 화룡점정이 된단다.”
승부역의 앞 광장에는 시 한편이 쓰여 있습니다. 하늘도 세평 / 꽃밭도 세평 / 마당도 세평이다 / 영동의 심장이요 / 수송의 동맥이다 / -시기미상의 한 역무원. 담담하게 승부역에 대한 이야기를 읊어놓은 이 시는, 작고 소박한 역, 승부역에 대한 그의 자부심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그가 남긴 이 시는 승부역의 감성적인 매력을 물씬 풍기는 하나의 관광 명물이 되었답니다. 여러분은 작은 간이역 승부역에서, 어떤 시를 쓰게 될까요? 그것은 커다란 추억이 되어 앞으로의 인생에도 감동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