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의 끝에 선 봄(春)
- 대전광역시 중구 -
적막하고 소박한 초가집 앞에 서니 일제치하에 민족의 울분과 저항의식을 한 이상화의 시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는 구절이 떠오릅니다. 대전광역시 중구 어남동의 한 야트막한 산길로 들어서면 구한말 불굴의 독립운동가, 문인으로 활동하며 민족의 역사 속 뜨거운 투쟁을 벌인 단재 신채호 생가가 모습을 보입니다. 번잡한 중심가에서 벗어난 길목에 초가지붕과 장독대, 툇마루는 어쩐지 쓸쓸해 보이지만 단재의 피끓는 투쟁의지로 인해 곧 봄이 올 것 같습니다. <트래블아이>의 이번 미션, ‘중구의 끝에서 피끓는 봄을 맞이하고 오라!’
중구 어남동의 단재로로 들어서면 정겨운 풍경이 맞이한다. 야트막하고 단정하게 쌓아올린 돌담에 소박한 초가집에서 민족정신의 자존감을 실감할 수 있을까?
“단재교 지나 이 길로 들어서면 나온다고 했는데, 도심 같지 않게 집이 드문드문 있어서 찾기가 어렵네.”
“저기 돌담으로 두른 집 초가집 하나가 보이는데? 생각보다 소박하고 정겹다. 이곳에서 민족정신과 피끓는 투쟁의지를 느낄 수 있을까?”
인적이 드물어서 일까, 화려하게 꽃이 피는 봄이 아니라서 일까? 장독대와 초가지붕이 조금은 쓸쓸하다. 머릿속에 온통 독립운동뿐이었던 그의 생각과 숨결을 읽어본다.
“대전의 중심가와는 느낌이 전혀 다른 풍경이라 조금 놀랐어. 인적도 드물고. 가끔 머물다 간 사람들도 흔적을 남기지는 않으니까. 어쩐지 조금 썰렁하다.”
“그래도 생각지도 않게 시골풍경을 마주해서 인지 나는 조금 푸근한 걸? 단정하게 쌓아올린 돌담과 장독대가 낯설지 않고 정겨워.”
초가지붕 아래'단재정사(丹齋精舍)'라고 쓰인 편액이 걸려있다. 편액에 걸린 뜻대로 정신을 수양하며 자신 안에 피끓는 무언가를 생각해보자.
“단재정사라고 쓰인 편액이 걸려있다. 어쩐지 정사라는 뜻에서 정신을 수양하던 단재의 곧은 심지가 느껴지는 것 같아.”
“이곳은 단재가 8세가 되던 해까지 어린 시절을 보내던 곳이라는데, 그럼 어릴 때부터 심성에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이 녹아있던 걸까?”
차갑게 얼어붙은 땅에 끓는 피 한주먹을 뿌려서라도 봄을 맞이하겠다는 단재의 굳은 투쟁의지를 더 자세히 들을 수 있고자 한다면?
“선생은 언론계에 입문하면서 애국계몽운동과 독립운동에 대한 관심을 멈추지 않았다고 해. 붓 하나로 친일파의 매국행위를 비판하고 온 국민이 국권회복에 앞장설 것을 주장하였지"
" 뿐만 아니라 국채보상운동에도 적극 참여하여 애국계몽에 발 벗고 앞장서신 분이셔. 민족역사에 대한 끓는 애착이 곳곳에 담겨있다고 볼 수 있지.”
고즈넉한 단재정사 툇마루에 앉는다. 멀리 단재의 동상에서 선생의 굳은 표정이 전달된다. 두 눈을 감고 바람을 느끼며 나의 봄, 누군가의 봄 그리고 우리의 봄을 떠올려본다.
“문학으로, 언론으로, 역사 연구로 독립운동과 민족계목에 앞서며 온 마음 다해 나라를 생각하다 순국하신 선생의 삶을 돌아보니 내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져. 나는 내 삶에 한 번이라도 피끓는 순간이 있었나 생각하면서 말이야.”
“아직 늦지 않았어, 잠시 우리의 봄 그리고 선생의 봄을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볼까?”
한 겨울의 매서운 한파가 지나야 비로소 봄이 오고 꽃이 핀다. 계절도 그러한데 우리네 인생이야 어디 안 그럴까.
“꽃이 피고 초록이 파릇하게 물들면 여기도 이렇게 쓸쓸하진 않을 텐데, 안 그래?”
“봄을 품고 있기에 겨울이 아름답다고 하잖아. 곧 봄이 올 거야. 선생도 봄을 기다리며 열심히 발로 뛰며 독립운동에 열중하신 게 아니겠어? 봄이 오면 이곳을 찾는 사람들도 더 많아 질 테고.”
한 손에는 서책을 들고 굳은 표정으로 우뚝 선 단재 신채호 선생의 동상이 마당 어귀에 서있다. 사람들은 단재 동상 앞에 서서 무엇을 이야기하고 떠날까?
“슬슬 일어날까? 곧 해가 저물겠어. 집에 돌아갈 시간이야.”
“마지막으로 단재 선생 동상을 보고 가자. 생각보다 부드러운 인상에 다정함도 느껴져. 구래도 서책과 도포자락을 휘날리시는 모습에서 선생의 굳은 투쟁의지와 민족사를 염려하던 마음이 전해지는 것 같아.”
단재 신채호 선생의 생가를 나서는 발걸음이 영 가볍지만은 않다. 아쉬움과 끓는 마음 때문이다. 그럴 땐 다음 봄을 기약해보자.
“떠나려니 조금 아쉽다.”
“그래도 우리 마음속에 뭉클했던 순간을 느꼈으니 그걸로 만족해, 무언가를 얻고가는 여행이 이렇게 뜻 깊은지 오늘로 처음 알았어. 그래도 영 아쉽거든 다음 봄엔 단재 기념관과 사당도 둘러보기로 하자.”
단재 신채호 선생의 삶엔 민족의 자존심을 회복하고 일제에 대한 저항의지로 가득했습니다. 1999년 새롭게 복원되어 기념물 제26호로 지정된 단재 신채호 선생의 생가는 선생의 검소하고 소박했던 생활을 보여줍니다. 성균관 시절부터 민족운동에 관심을 가진 선생은 고운 핏덩이를 한나라 땅에 고루 뿌려 곧 봄을 맞이하리라는 굳은 믿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무언가를 위해 열심을 다하고 가슴이 뛰는 일을 하고자 한다면 중구에 위치한 선생의 생가에서 민족을 위해 투쟁한 이들의 넋을 기리며 피끓는 의지를 배우고 돌아오는 건 어떨까요?
도심이 온통 자연으로 물들다
- 대전광역시 서구 -
바람에 나뭇가지가 나부끼는 소리는 상상만 해도 기분 좋지 않나요? 마당 앞 정원에는 잘 가꿔진 화려한 꽃들이 제 향기를 뽐내고 싱그러운 풀잎은 꽃잎 못지않게 파르르 떨며 멋을 부립니다. 하지만 높다란 빌딩숲속에 사는 우리들에게는 꿈같은 이야기로 그치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도심이 온통 푸르른 자연으로 물들어 안락하고 편안한 휴식공간으로 메워진다면 어떨까요? 그래서 제안하는 <트래블아이>의 이번 미션은 ‘도심에서 자연의 하나로 물들고 돌아오라’입니다.
대전정부청사를 비껴 엑스포 과학공원건물이 보인다. 벌써부터 향긋한 냄새가 코끝을 감싼다. 사계절 내내 색다른 꽃과 나무가 손짓하는 한밭수목원은 무슨 색을 띠고 있을까?
“수목원은 봄에 와야 예쁜 거 아니야?”
“물론 봄에도 예쁘지, 하지만 한밭 수목원은 사계절 내내 각기 다른 아름다움을 보여준다고. 무엇보다 도심 속에 위치해서 교통도 편리하고 더 특별하기도 하고 말이야. 하얀 이불을 덮고 있을 꽃과 나무를 떠올리니 벌써부터 몸이 파릇파릇해 지는 기분인걸!”
도심 지역에 조성된 수목원 중 전국 최대 규모를 자랑해서일까, 관람하는 구역도 나뉘어져 있다. 동원으로 갈까, 서원으로 갈까 고민 끝에 동원으로 발길을 옮긴다.
“전국 최대 규모라더니 둘러 볼 곳들도 정말 많다. 오전에 왔으면 더 좋았을걸. 다 둘러보려면 하루 꼬박 걸리겠는걸!”
“그러게, 그럼 오늘은 사계절 푸르른 상록수원과 이색적인 분위기의 암석원이 있는 동원을 둘러보자.”
수목원에 들어서자마자 이색적인 분위기의 정원이 펼쳐진다. 자신의 미모를 보라는 듯 화려한 색으로 손짓하는 꽃에 그만 질투를 느낀다.
“겨울임에도 꽃을 볼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워. 무엇보다 서양 어느 외딴 집의 큰 정원에 와 있는 듯 이색적인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
“꽃이 저마다 알록달록한 색으로 물들었네. 그러고 보면 세상에 아름다운 색은 정말 많은 것 같아. 일곱 빛깔 무지개 말고도 말이야.”
겨울이라 그런지 장미원의 장미는 없다. 겨울 속 봄을 품고 있기에 장미원은 그리 쓸쓸하지만은 않다. 눈이 담지 못하면 마음으로라도 담아 붉은 빛으로 마음을 물들여본다.
“겨울이라 장미원은 휑하네. 겨울에 만발한 장미를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쩐지 아쉬워.”
“너무 서운해 할 필요 없어. 마음속에 피어날 장미를 떠올려 봐. 그럼 벌써 봄이 온 것처럼 세상이 환해지지 않니? 벌써 다음 계절이 기대되는 걸?”
한겨울에도 땀이 삐질 하고 흐르는 열대식물원에는 훅 하고 습기가 차오른다. 열대우림에서나 봄직한 식물들에 계절을 잊어버리고 만다.
“열대 지방에 사는 식물들을 모아 놓은 곳이라 좀 덥고 습해. 그래도 마치 더운 나라에 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니? 한겨울에 떨어지는 폭포를 볼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해!”
“정말이네! 저기 바나나도 열렸어! TV프로그램에서만 보던 바나나 잎이야. 정말 크구나. 저기 붉은 빛을 내는 꽃은 이름이 뭘까?”
싱그러운 풀잎은 아직 어린잎이 한창이다. 이들도 계절이 바뀌면서 나이를 먹는지 아직 팔팔한 것에 절로 생기가 돈다.
“파릇파릇한 잎을 살짝 만져보니 아직 여린 것 같아. 마치 새살이 돋은 자리에 난 여린 살결처럼 말이야.”
“연 녹색의 이파리가 진녹색으로 물들 때 우리도 함께 자연과 가까운 색으로 물들어 있으면 좋겠어.”
백조 두 마리가 입을 맞추고 있는 곳엔 견우와 직녀 다리가 놓여있다. 수많은 연인들이 사랑을 맹세한다는 이곳에선 어쩐지 핑크빛으로 물들 것 같다.
“날이 벌써 어두워졌네. 그래도 다행히 식물들은 다 둘러 본 것 같아.”
“생각지도 못한 곳에 백조 두 마리가 있었네. 서로 사랑하는 것 같아서 보기 좋다. 그 옆에는 견우와 직녀 다리라 그런지 연인들이 서로 애타게 사랑을 나누네, 초록빛에서 핑크빛으로 물드는 시간이다.”
이산화탄소와 각종 공해가 떠다니는 도심 속에 마련된 수목원은 나들이 장소를 넘어서 도심 속 공해를 정화하는 산소탱크의 역할도 마다 않는다.
“수목원에 오면 항상 크게 숨을 한 번 들이 마시게 돼. 도심 속에선 공해 때문에 쉽지 않으니까. 그런데 오늘은 이렇게 도심 속 수목원에서 마음껏 맑은 공기를 마신 기분이야.”
“그래 맞아, 꽃이 피어날 때 꽃향기를 맡고 좋은 바람이 볼을 스칠 때 그 바람을 한껏 머금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지!”
봄이면 파릇한 새싹과 향기를 내뿜는 꽃들이 만발하고 여름이면 싱그러운 풀잎이 비로소 제 색을 드러냅니다. 가을이면 울긋불긋 색동옷으로 갈아입고 겨울이면 순수한 빛깔로 변화를 줍니다. 이렇게 아름답게 변화하는 계절을 바쁜 일상 때문에 놓치고 있지는 않나요? 화가 타샤 튜더는 '딸아, 고민은 그만하고 나가서 꽃향기를 맡으렴'이라는 명언을 남겼습니다. 그녀는 하루하루를 정신없이 살아가는 이들에게 한결 더 여유로운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가까운 도심 속에서라도 계절이 변화하는 것에 잠시나마 눈을 돌려보는 건 어떨까요?
기묘한 명산
- 전라남도 목포시 -
항구도시로 유명한 이곳은, 아픈 역사를 품고도 그 고고한 자태를 뽐내며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역사의 아픔마저 아름다운 풍경으로 승화시켜버린 이곳. 바로 전라남도 서남단의 ‘목포’입니다. 목포의 도심은 나지막한 산 하나를 따라했는지, 그리 높지 않은 모양새로 넓게 퍼져 있습니다. 사방이 막힘없이 열려있는 탁 트인 경관과 그 속에 흐르는 이야기들을 모두 볼 수 있는 유달산이 바로 그것입니다. 오늘의 <트래블아이>미션은 ‘유달산에 흐르는 기묘한 오감을 느껴라!’입니다.
목포 도심과 바다의 사이에 오른 그리 높지 않은 나지막한 산. 하지만 기묘한 바위들이 솟아 온통 아찔한 경관을 선사한다.
“유달산 일주도로는 꽤 긴 드라이브 코스이구나. 다도해와 목포시가지를 배경으로 달리는 드라이브 길은 데이트 코스로 적격이 아닐까?”
“그것도 너무나 멋지지만, 저 멀리 보이는 유달산을 좀 봐! 저 자태가 멀리에서부터 고고하게 풍겨오니, 얼른 가고 싶어지는 걸?”
사람들의 염원이 모이고 모여 산을 이룬 듯, 흩어지지 않은 채 봉긋이 솟은 모양이 오르기 전, 숨을 가다듬게 만든다. 이곳에는 마르지 않는 지혜의 샘이 있다고 하던데?
“이 유달산은 전라도를 지나 온 노령산맥의 끝 줄기라고 해. 이제는 사그라들던 그 산맥이 마지막으로 용솟음을 한 곳이지.”
“이곳을 그린 동양화 한 폭을 본 적이 있어. 기암절벽과 은은하게 펼쳐진 안개가 아름답던 그 곳을 실제로 보게 되다니! 직접 보는 것이 더욱 아름다운 것 같아!”
유달산의 이등바위 아래, 자연과 문화, 조각이라는 주제로 가꾸어진 조각공원이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야외 조각 공원 이란다.
“예전의 모습을 많이 잃지 않고, 2008년에 새롭게 문을 열었다고 해.”
“지금 모습이 많이 다듬어진 것이구나! 자연과 어우러진 조각들의 모습에 너도나도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어. 목포의 새로운 사진 촬영 명소가 바로 이 곳일까? 우리도 얼른 가서 사진 한 장 남겨야 하지 않겠어?”
유달산에서 가장 싱그러운 곳이 이곳일까? 조금은 이국적인 건물에, 빛이 잘 들 만 한 유리 천장이 있다. 저 곳은 어떤 곳일까?
“초록색 바닥이 깔려있는 전시관 내부가 싱그러운 풀내음으로 가득해! 게다가 문득 코끝을 스쳐가는 난 꽃의 향기까지! 참 향기로운 곳이구나.”
“이 곳이 바로 우리나라 최초로 난 배양과 재배에 성공한 곳이라고 해! 저렴한 가격으로 난을 분양받을 수 있다고 하니, 한 뿌리 골라봐야겠어.”
끊임없이 노래가 흘러나오는 이 곳. 한 때 모두의 가슴을 울렸던 바로 그 노래가 유달산 자락을 타고 흐르고 있다. 이 노래가 이곳에 남겨진 이유는 무엇일까?
“일제하에 고통 받던 우리나라 민족들에게, 우리는 하나임을 외쳤던 바로 그 노래이구나! 가사 속에 담긴 슬픔이 고스란히 느껴져.”
“푸르게 자란 나무와 잔디 위에서 그 자태를 뽐내고 있는 이 비가, 우리민족의 자긍심을 담고 있는 듬직해.”
온통 돌계단이다. 커다란 절벽 사이에 자라 오른 나무들이 어떻게 버티고 섰을지 궁금할 만큼 척박하지만, 마음만은 이 절경에 가득 들어찬다.
“유달산의 바위 이름은 조금 특별한 것 같아. 1등 바위, 2등 바위 등등.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이곳에 이름 난 바위들에는 전설이 꼭 하나 씩은 있지 않을까?”
“아마도 그럴 거야. 관광안내 책자에 설명이 되어 있으니 보고 싶은 바위가 있다면 그 쪽으로 올라가자. 오르다보면 누정들이 곳곳에 있으니 쉬어가면 될 테니까.”
동글동글, 꼭 서로의 자태를 뽐내려 하는 냥, 그렇게 자란 무성한 입사귀와 실타래를 풀어 놓은 듯한 꽃이 만개했다. 처음 보는 나무인 것 같은데?
“지구상에 딱 한 곳에 남은 나무라고 해. 그래서 쉽게 볼 수 없고, 보존할 가치가 충분한 나무가 바로 이것이야.”
“바로 이 나무가 멸종위기에 있다던 그것이구나? 멸종할지도 모르는 슬픔을 가진 나무이지만, 이 산을 가득 메운 이 나무는 그 자태가 참 건재한 것 같아.”
멀리서 쳐다보기에도 이리도 아름답다. 저 곁으로 직접 다가가면, 화사한 그 아름다움에 덩달아 밝은 빛을 낼 수 있을 것만 같다.
“목포의 자랑인 다도해의 경관이 탁 트인 시야에서 펼쳐지고 있어. 게다가 밤이 되니 시가지의 낮을 불빛들이 은하수를 보고 있는 것 같아.”
“뿐만 아니라 바다를 넘나들 수 있는 대교와 조명이 화려한 분수도 아름다운 야경에 한 몫을 하고 있어. 최근 빛의 도시라고 불리게 되었다는 야경이 바로 이것이구나!”
목포는 야경을 볼만한 곳이 잘 없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이 산보로도 오를만한 산을 오르기 싫었던 사람들의 핑계거리는 아닐까요? 기묘한 절벽이 가득하지만 그 속을 오르며 맛보는 절경에 힘이 드는 지도 모를 만큼이라고 합니다. 수많은 이야기와 변치 않는 자연의 아름다움까지 모두 맛볼 수 있는 유달산! 여러분도 목포에 온다면, 바다가 아닌 산을 올라보는 것은 어떨까요? 유달산에서 내려다보이는 야경이 여러분의 눈을 즐겁게 해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산책하듯 휴식하듯
- 전라북도 익산시 -
백제의 혼이 서려있는 익산은 금강변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며 자유로움으로의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새로운 명소들로 가득합니다. 커다란 공간에 조용히 걸음만 하더라도 과거 지역민들이 만선의 꿈을 안고 돌아오는 성당포구를 만날 수 있고, 서동과 선화의 꿈이 새겨진 궁의 정원도 만날 수 있습니다. 오늘 <트래블아이>의 미션도 단순합니다. 그저 거닐며 일상의 쉼표를 찍고 돌아오면 됩니다. 익산의 호젓한 산책길을 따라 공원을 둘러보는 여행은 마음을 평온케 하고 힐링을 가져다주기 때문입니다.
호젓한 길 위에서 성당포구를 알리는 석상 하나를 발견할 수 있다. 성당포구 생태공원에 닿기 전 이곳의 역사도 가늠해볼 수 있다.
“시골풍경은 언제 봐도 정겨운 것 같아. 성당포구마을 입구에서 이런 생태공원도 만나게 되니 기분이 참 좋아. 그런데 과거에 이 포구에서는 무엇을 운반했을까?”
“조선시대 때 금강과 서해를 거쳐 한양으로 세곡을 운반하기 위한 곳이었다고 해. 포구에는 그 옛날 만선을 꿈꾸던 어부들의 흔적도 찾을 수 있을까?”
인적이 사라진 곳에 배 한척만이 쓸쓸히 정박해있다. 그 옛날 포구로 드나들던 사람들의 발자국은 어디에서 찾아볼 수 있을까?
“금강 물줄기는 이렇게 아름답게 흘러가는데 외로운 황포돛대만 덩그러니 머물고 있네. 황포돛배는 지난날의 시간들을 다 기억하고 있을 것만 같아.”
“이 곳은 왠지 시간의 흐름이 멈춘 공간처럼 느껴져. 만선의 꿈과 무사항해를 기원하던 조상들의 마음이 과거의 시간 그대로 물 위에 비춰지는 것 같아.”
뒤안길, 소달구지길로 들어서는 생태공원. 넓게 펼쳐진 자연에 절로 긴 호흡을 들이마셔 본다. 오래된 풍경과 정겨운 사람들의 웃음소리에 마음이 절로 풍요로워진다.
“느릿한 걸음으로 걷는 것 자체가 힐링이 되는 것 같지 않니?”
“맞아, 오래된 풍경과 고즈넉한 고향의 정취가 느껴지며 괜스레 웃음이 난달까? 사람들의 손길이 닿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흙길이 얼마나 반가운지 몰라. 왠지 이곳은 시간도 천천히 갈 것만 같은데?”
혼자 걸어도, 함께 걸어도 좋은 공원길은 또 있다. 금마저수지를 끼고 있는 시원한 조각공원인 서동공원은 자전거하이킹과 산책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 더 조용한 것 같아. 그래서인지 꼭 이곳이 나만을 위한 공간처럼 느껴지기도 해.”
“콧노래가 절로 나와. 눈부신 햇볕도 마냥 즐겁기만 해. 혼자만의 공간에 있는 듯해서 사색에 빠지기 좋은 날이야.”
익산은 서동요를 통해 신라 선화공주의 사랑을 얻고 백제 무왕에 오른 서동의 탄생지이다. 4만평 부지의 서동공원에는 서동과 선화 아름다운 이야기가 흐른다.
“좋은 사람들과 저수지가 보이는 이 공원에 앉아 아름다운 분수를 보며 더위도 식히고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누고. 서동과 선화의 사랑을 우리가 다시 이어가는 듯한 기분이 들지?”
“정말 그래. 잔디광장과 미륵광장, 수변광장, 야외무대 등이 꽃과 나무, 야외조명이 함께 어우러져 더 아늑한 맛이 있어. 과연 익산의 대표적인 나들이 장소로 꼽힐 만해.”
봄에는 철쭉이 환영하며 여름에는 저수지 물결이 푸르른 이 공원에는 궁남지 연못이 자리하고 있다. 여기서 신라 선화공주와 결혼한 백제 무왕의 전설을 이야기해보자.
“이 궁남지에 대해 삼국사기에서는 이렇게 기록하고 있어.‘백제 무왕 35년(634) 궁의 남쪽에 못을 파고 이십여 리 밖에서 물을 끌어다가 채우고 주위에 버드나무를 심었으며 못 가운데 섬을 만들었는데 방장선산(方丈仙山)을 상징한 것’이라고.”
“그렇다면 이 연못은 백제 무왕 때 만든 궁의 정원이었던 걸까?”
국내 유명 조각가의 작품과 서동요 조각을 비롯해 중앙광장에는 무왕 동상이 위치하고 있는 서동공원. 다양한 사진을 찍어 볼 수 있어 한층 재미가 있는 공간이다.
“백제가 삼국 중에서도 정원을 꾸미는 기술이 뛰어났었음을 이곳에 와서 알게 됐어. 삼한시대 마한의 역사와 생활상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마한관도 이 근처에 있대.”
“그래? 그러면 거기 가기 전에 이걸 한번 봐봐. 십이지신상이야. 정말 멋있지 않니?” “정말. 저마다 개성이 참 독특한 조각들이네. 하나하나 전부 카메라에 담고 싶은걸.”
공원을 빠져나와도 정겨운 산책길은 계속된다. 길가에 핀 이름 모를 들꽃, 짙은 풀냄새와 멀리보이는 허수아비까지. 평범한 길 위에서 어느새 감탄사를 연발하게 된다.
“산책과 휴식이 있는 공원들을 둘러보니 지역 전체가 참 정겹다는 생각도 들어. 힐링, 이 단어만 떠올리고도 주저 없이 다시 찾게 될 것 같아.”
“맞아 언뜻 보면 평범한 공간이지만 그곳에서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느끼지 못했던 작은 감동이 넘친다는 걸 잘 보여주고 있어.”
여행을 마무리 하면서 가장 뿌듯한 순간은 언제인가요? ‘복잡한 마음이 좀 가셨어’라는 생각이 들 때 아닌가요? ‘힐링’이라는 단어가 새삼 이 시대를 대표하는 우리네 삶의 도피처가 되어버렸고 실제 많은 사람들은 힐링을 위해 가깝거나 혹은 먼 곳을 찾아 떠나고 돌아오기를 반복합니다. 하지만 작고 느린 여유를 찾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은 어디에나 있습니다. 성당포구생태공원이나 서동공원처럼 말이죠. 여러분도 지난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는 이곳에서 자유로움을 만끽하며 마음의 쉼표를 얻어가는 건 어떨까요?
그 풍경에 넋을 잃다
- 부산광역시 북구 -
날 좋은 날, 산 속에 들어가 숲을 만끽하고 그 기운을 받고 싶은 날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산에 가려니 등산복도 차려입고, 새벽같이 일어나 바쁘게 움직이기에는 너무도 버거운 일상이지요. 하지만 그런 ‘힐링’여행에 딱 좋은 곳이 있습니다. 바로 부산 북구에 위치한 ‘화명 수목원’입니다! 입구의 표지석에 쓰인 ‘자연과 사람이 정을 나누는’ 이라는 뜻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화명수목원! 오늘의 <트래블아이>미션은 ‘수목원에서의 자연이 주는 푸근한 어울림을 느껴라!’입니다.
도심에서 피톤치드를 느낀다? 답답한 도시의 공기에 숨이 막힐 때면 부산 시민들은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숲길과 시가 어우러진 이곳에 먼저 들려보자.
“이 수목원, 뉴스에서 본 적이 있는 것 같아! 우리나라 최초의 공립 수목원이라고 들었어. 그래서인지 정말 운영이 잘 되고 있는 것 같아.”
“맞아. 게다가 여름 생태교실, 숲속 도서관 등으로 관광객이 크게 늘고 있다고 해. 하지만 공립이기 때문만은 아니지 않을까? 아마 이 곳을 즐기면 알 수 있을 거야.”
금정산 산자락에 위치한 수목원은, 조그만 계곡에는 저마다 사람들이 발을 담그고 있다. 송사리가 발끝을 간지럽히는 기분이 좋다.
“이 계곡은 부산 북구를 가로지르는 유명한 대천천의 상류란다. 이렇게 맑은 물이 그대로 흘러들어가니 얼마나 맑고 깨끗한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
“네, 맞아요. 계곡 곳곳에 넓게 자리 잡은 바위부터 귀여운 피라미들도 쉽게 볼 수가 있네요. 여름 피서를 이곳으로 와도 좋겠어요!”
숲이 그대로 옮겨다 놓은 듯, 혹은 숲이 우리에게로 성큼 다가온 듯. 그렇게나 생생하다. 이곳은 단순히 숲을 전시해놓은 곳은 아니라고 하는데?
“이 숲 전시실은 말 그대로 ‘힐링’의 장소인 것 같아요. 사람과 자연이 함께 있음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 이곳이 아닐까 해요.”
“이 숲 전시실은 숲으로 초대, 깨어나는 숲, 체험 영상존 등 여러 가지 테마로 나뉘어 있단다. 모든 테마를 둘러보고 나면 자연에 대해 더 잘 수 있을 것 같아.”
이곳은 아직도 후덥지근하다. 희한한 생김새의 식물들이 저마다 더위 속에서 서로의 건강함을 뽐내느라 바쁘다.
“유리로 지어진 건물이 굉장히 웅장해요! 슬쩍슬쩍 안으로 들여다보이던 화초를 직접 보며 만질 수도 있어요!”
“그래, 온실 속의 화초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 곳이구나. 연약하고 순수할 것만 같은 온실 속 자연은 이리도 건강하게 자가고 있었는데 말이다.”
나무들이 길을 만든다. 높게 놀라온 나무 사이를 걸으며 미로를 헤쳐 나가야 하다니. 꼭 자연 속에 혼자 던져진 묘한 기분이다.
“나무 사이로 지나는 사람들의 모습이 얼핏 보이는구나. 꼭 자연 속에 잘 어울려 살고있는 것 같지 않니?”
“네, 하지만 조금 더 울창하게 잎이 자라있었다면 좋았겠어요. 다음에 이곳에 올 때에는 좋은 날들이 이어져서 정말 미로를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숲속 길을 따라 걷다가 유리로 된 작은 상자를 발견했다. 나무 옆에 살포시 앉은 것은 바로 숲속 작은 도서관이다.
“수목원 곳곳의 나무의자에 앉아 책을 읽는 사람들이 많이 보여요.”
“책을 읽기 좋은 자연 안에서 그것을 실천할 수 있도록 한 화명도서관의 배려란다. 숲속 작은 도서관은 수목원 곳곳에 자리하고 있으니, 찾아보는 것도 좋겠구나. 도서관은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으니 얼른 찾아보자.”
자그만 토끼, 고라니 등 조그만 동물들이 사람도 무서워하지 않고 쫄래쫄래 잘 따른다. 그런데 수목원에 채식동물이라니, 이러다 다 먹어치우는 게 아닐까? 슬쩍 웃어본다.
“작은 동물원에 있는 동물들에 대한 설명도 적혀있어요. 오리, 기러기, 거위, 고슴도치… 작은 동물원이지만 참 많은 종류의 동물들이 있네요.”
“그래, 이곳은 화명수목원의 백미라고 불린단다. 수목원에 들렸다면 이 작은 동물원 체험을 해 보는 것은 당연한 코스라고 하는구나.”
역시 전망대가 빠질 수 없다. 낙동강과 북구의 시가지까지 한 눈에 들어온다. 산과 떨어져 있는 듯, 그렇게 자리한 모습이 꽃이 피어난 것 같다.
“나뭇잎이 둘러 싼 롤러코스터 같은 모습이구나. 전망대마저 이렇게 자연과 어울리게 조성해 놓았단다.”
“와! 정말 멀리까지 내다보여요. 그리 높은 전망대는 아니지만, 이 수목원이 실제 자연인 산 속의 꼭대기에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곳이네요.”
화명수목원의 학습체험관 앞에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에 대한 이야기가 붙어있습니다. 어릴 적, 나무 한 그루에 얽힌 이야기를 들은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했었나요? 나무를 소중히 하자? 혹은 자연을 사랑하자, 친구를 믿자… 모두가 여러 생각을 했겠지만, 이곳에서는 모두 같은 생각을 할지도 모릅니다. 바로 ‘자연은 아름답다’ 일 것입니다. 그리고 ‘사람은 자연 없이 살 수 없다’도 느끼겠지요. 여러분도 화명수목원에서 자연과 사람의 어울림에 대해 생각해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박물관으로 가자!
- 경기도 부천시 -
"그 나라를 제대로 알려면 그 나라의 역사박물관을 다녀오라"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처럼 여행에서도 그 지역을 제대로 알려면 지역 박물관을 둘러보는 것이 좋습니다. 경기도 부천은 6개의 전문테마 박물관이 밀집되어 있어 문화도시로서의 입지를 굳히고 있습니다. 이에 시민들로 하여금 다양한 문화를 향유하고 문화를 소통할 수 있는 장을 열고 있는데요. 부천으로의 여행을 준비한다면 <트래블아이>의 이번 미션 '진한 문화향기를 느끼려거든 부천의 박물관으로 가라!'를 기억하세요.
옛 추억이 방울방울 피어나는 부천 교육박물관. 서당에서부터 일제강점기 교육현장까지 두루 살펴본다. 더불어 우리 엄마, 아빠의 학창시절을 들여다볼까?
“이야, 옛날생각 나네. 아빠 어렸을 때는 여기 보이는 국민교육헌장 있지? 그거 줄줄 외워야 했단다.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 지금도 잊어버리지 않고 있지.”
“아빠, 저기 좀 보세요. 신기한 옛날 물건들이 많아요. 아빠 설명이 듣고 싶어요!”
추억의 물건과 불량식품이 눈길을 끈다. 추억으로 남아버린 지난 학창시절을 떠올리는 세대와 현대를 살아가는 세대들의 보이지 않는 소통이 아우성친다.
“정말 옛날 교과서부터 학용품에 불량식품까지 다 전시되어 있네.” “아빠 때도 불량식품이 있었어요? 우리 학교 앞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네. 어떻게 보면 이것도 대대로 흘러 내려오는 전통이 아닐까요?”
“녀석도 참, 양은도시락에 낮은 책상까지. 자, 저기 서보렴. 사진 한 장 찍고 가자.”
최영장군은 황금보기를 돌같이 하라 하였다. 하지만 돌이 황금처럼 보이는 곳, 바로 수석박물관이다. 돌 하나가 어떻게 예술이 될 수 있을까?
“아빠, 저기 좀 보세요. 저기 전시 되어 있는 것들이 모두 다 돌이라고요? 정말 화려하고 예쁜데요? 조각가가 조각을 해 놓은 것 같아요.”
“그런데 조각가가 아니라 자연 그대로 조각이 되었으니 더 특별하고 아름다운 것 아니겠니? 돌 본연의 속성이 자연의 현상이나 작용을 받아 무늬가 새겨지거나 깎여지는 것이지.”
수석이 아름다운 건 순전히 자연 그대로가 예술이 되었기 때문이다. 고로 인공미가 아닌 자연미에 눈이 번쩍 뜨인다. 어떤 형상을 닮았는지 찾아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다.
“무엇보다 수석박물관에서는 돌에 대한 새로운 지식과 상식을 알 수 있다는 것이 좋아요. 수석 박사가 될 것 같아요.”
“그래, 여기 전시되어 있는 수석관련 자료는 총 2,000여 점이 있단다. 끊임없이 발전하고 소통하는 수석박물관이라 더욱 그 가치가 높단다.”
천주교 신자들이 종교 탄압을 피해 점말마을로 이주해 옹기를 구워 생계를 이어나갔다는 역사를 지니고 있다. 그 역사의 숨결이 옹기 하나하나에 깃들어 있지 않을까?
“이곳의 옹기에는 서민들의 애환이 담겨 있단다. 그 이유는 1866년 병인박해를 피해 천주교인들이 이곳에 이주해 와 옹기를 구워 생계를 이어나갔기 때문이지. 그것을 염두에 두고 옹기를 바라보면 좀 더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아빠 말씀을 듣고 보니 작은 옹기 하나에도 큰 의미와 숨결이 담겨있는 것 같아요.”
모양도 제각각, 쓰임새도 제각각인 옹기들이지만 그 안에 담겨있는 우리 선조들의 지혜와 얼은 모두 같지 않을까?
“선시시대부터 최근까지 수천 년 동안 지나온 옹기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단다. 옹기 제작과정과 종류, 쓰임새까지 쉽게 설명되어 있어서 어린이들도 이해하기 쉬운 것 같구나.”
“맞아요. 처음에 옹기라고 했을 때는 멀게만 느껴지고 조금은 생소한 느낌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설명과 함께 체험도 할 수 있어서 가깝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영화의 한 장면이 절로 떠오른다. “바람은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는 것이다”라는 명대사를 생각하며 바람을 가르던 활의 움직임을 주시해본다.
“어! 여기 저번에 아빠랑 엄마랑 보러 가신다던 영화 포스터가 있어요. <최종병기 활> 맞죠? 활박물관이라 그런지 활에 관련된 영화가 눈길을 끌어요.”
“그렇구나. 참 재미있게 본 영화였는데. 활과 바람에 대한 내용이 아주 인상 깊었지. 화살촉의 종류가 다양한 것도 영화에서 알게 되었단다. 우리 꼬맹이는 여기에서 볼 수 있겠구나.”
부천 활박물관은 중요무형문화재 제47호 故 김장환 선생의 숭고한 뜻을 기리기 위해 설립되었다. 국궁 제작과정과 궁도의 맥을 잇는 숭고한 마음도 깊이 새겨보자.
“사냥이나 전투에 사용하던 활의 종류와 그 종류도 역사에 따라 변화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구나. 활의 기원과 역사는 궁장이셨던 故 백인 김장환 선생과 故 김박영 선생 덕분에 지금까지도 이렇게 이어져오고 있단다.”
“와, 정말 대단해요. 계속해서 많은 사람들이 국궁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부천의 박물관은 거리상 멀지 않고 전문적인 테마성이 짙어 생소한 분야의 문화 까지도 두루 관람할 수 있습니다. 방학을 맞이해 가족단위로 방문하여 체험을 하며 둘러보는 것도 좋습니다. 선조들의 지혜와 사상 그리고 당시의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와 체험을 공유하는 부천시 박물관은 언제나 열려있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연결합니다. 부천의 진한 문화향기를 느끼고자 한다면 부천의 박물관부터 가보는 건 어떨까요?
현대미술의 놀이터
- 경기도 과천시 -
영화 <미술관 옆 동물원>의 바로 그 곳, 국립현대미술관과 과천어린이대공원. 가족들과 함께 동물원에 나들이를 가보신 분들은 많지만, 동물원 옆의 미술관에 가 보신 분들은 상대적으로 적을 것만 같습니다. 영화를 보고 가면 그 매력이 배가 되는 그곳, 국립현대미술관. 기획 전시는 물론이고 무료로 제공되는 상설 전시까지 놀라운 현대미술이 이곳에 어우러져 뛰어놀고 있으니, 과천시에서 이곳을 놓치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트래블아이>가 제안합니다. ‘현대미술의 놀이터에서 미술과 함께 놀고 오라!’
미술 전시회를 관람한 지 오래 된 분들이라면 으레 현대미술에 대해 착각하고 있기 마련. 국립현대미술관에 들어서기 전, 어떤 작품이 있을지 한 번 상상해 보자!
“국립인 만큼, 비싼 미술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지 않을까요? 국가가 운영하는 곳이니까 이중섭이나 김홍도 같이 우리나라의 유명한 화가들의 그림이 있을 것 같아요.”
“흠, 글쎄다. 내 생각은 좀 달라. 현대미술관이니 지금도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유명한 미술가들의 작품이 있겠지. 그림이 많을 것 같은데, 아빠도 그림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구나.”
미술관 안으로 직행하는 것은 어리석은 선택! 야외 조각공원에도 국내외 유명한 작가들의 아름다운 작품들이 가득하다. 야외에서 보는 전시는 실내와는 또 다른 느낌이라는데?
“이야, 미술관 안에 들어서기 전부터 이렇게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다니, 정말 좋구나. 야외 조각공원을 둘러보지 않고 미술관에 들어갔으면 후회할 뻔 했는데?”
“마치 잔디가 깔린 미술관에 온 것 같은 기분이네요! 저 지금 현대미술 옆에 나란히 서 있는 것 맞죠?”
미술이 고상하고 품격 있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라는 사실! 야외 조각공원에서는 시야가 닿는 곳이면 어디든 미술이 놀고 있다. 기념사진을 잊을 수는 없는 법.
“하하, 저것 좀 보세요! 이상하게 생긴 남자가 하늘을 향해서 노래를 부르고 있어요!”
“조나단 보로프스키의 ‘노래하는 사람’이라는데? 엉덩이가 툭 튀어나온 것이 우스꽝스럽게도 생겼구나. 저 옆에 가서 똑같은 포즈를 취해 보렴. 재미있는 기념사진이 나올 것 같아.” “이렇게요? 마치 미술 작품과 함께 노래하는 것 같은 기분이네요!”
현대미술은 구구절절한 설명 없이 그저 거기에 놓여 있을 뿐이다. 내가 지어낸 해설이 정답일 수도 있다는 것! 눈에 띄는 작품에 이름을 붙여보며 작품의 의미를 상상해보자.
“저 빨간 화분을 한 번 보렴! 저 작품에 대해 네가 직접 설명해 볼 수 있겠니?” “음, 저 화분에 심으려면 나무 정도는 돼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데 저 커다란 화분을 올려다보고 있으니까, 화분에 구름을 심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해요! 뒤에 보이는 산도요!”
“놀랍구나! 네 말대로라면 비오는 날엔 천둥을, 저녁에는 노을을 심을 수도 있겠는 걸?”
국립현대미술관 본관에 들어서면 바로 보이는 것은 바로 백남준의 ‘다다익선’. 교과서나 책에서만 볼 수 있던 바로 그 유명한 작품이 여기에 있다.
“너도 교과서에서 본 적이 있지? 이 거대한 작품에 쓰인 텔레비전은 천 개도 넘는다고 하는데, 정말 압도적인 느낌이구나.”
“네,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미술가 중 한 분이 백남준이래요. 와, 텔레비전으로 만든 탑이 천장에 닿을 것만 같아요! 영화에 나오는 로봇처럼 금방이라도 변신할 것 같은데요?”
국립현대미술관 1층에는 EDU-STUDIO가 있다. 바로 어린이들을 위한 미술관. 이곳에서는 미술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다고 하니, 빼 먹을 수 없는 코스!
“미술을 만져 본다고?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구나. 네 또래 친구들이 아주 많은데?”
“작품에 있는 하늘을 만져 보았더니 구름이 나타났어요! 여기 이게 바로 제가 만든 구름이에요! 어, 이 피아노를 치니까 소리가 나는 게 아니라 화면에 동그란 물방울들이 떠올라요! 저쪽에서는 작품을 만들 수도 있네? 다음부터는 꼭 예약을 하고 와야겠어요!”
국립현대미술관을 돌아보고 나면 소비할 수 있는 예술이 얼마나 아름다운지에 대해 깨달을 수 있다. 게다가, 만져보는 것보다 더 놀라운 미술이 하필이면 화장실에 있다는데?
“으악, 이거 정말 써도 되는 거예요? 벌 받을까봐 겁이 나요!”
“다른 사람들도 다 쓰고 있잖니. 정말 재미있는 곳이구나. 미술에 대한 고정관념이 산산조각 나는 것 같은데? 그렇게 조심조심 만지지 말고, 그냥 확 써버리자!” “안 돼요!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단 말예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값진 것은, 세상에 대한 다른 시각이라는 점. 내 앞에 있는 모든 것들이 현대미술일 수 있다고 상상해보는 것도 멋질 것 같은데?
“미술관을 내내 둘러보면서 친구에게 조각품을 그려 넣은 엽서를 붙이면 참 좋겠다 생각을 했어요.”
“참 좋은 생각이야. 네 그림솜씨 무척 기대되는데? 때마침 이곳에 빨간 우체통이 서 있구나. 이렇게 운치를 돋보이게 하는 이 우체통 역시도 야외조각품의 일부 아닐까?”
이번 기회를 통해 현대미술에 대한 오해가 조금은 풀렸을 것 같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미술은 어려운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가 쉽지 않습니다. 따라하고, 생각하고, 인사하고, 만져보고, 써 보기까지 하며 감수성을 키워나갈 수 있는 것이 바로 국립현대미술관이 보여주는 현대미술입니다. <트래블아이>와 함께 국립현대미술관에 다녀온 여행자들 중에 미래의 위대한 현대미술가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내친 김에 우리나라의 현대미술을 볼 수 있는 대해 조금 더 알아보면 어떨까요?
고요히 다녀가다
- 세종특별자치시 -
세종 특별자치시의 전의면 남쪽, 울창한 나무숲과 좁게 만들어진 시멘트 길과 벽돌로 다듬어진 담장들을 따라가면 푸른 잔디가 펼쳐진 오래된 사찰을 만날 수 있습니다. 언제 만들어졌는지, 누가 만들었는지 조차 알 수 없는 신비로운 사찰. 백제의 전통어린 혼이 담겨 있는 곳, 바로 비암사입니다. 숲이 둘러싸고 있는 사찰의 모습에서부터 어딘가 모를 비밀스러움이 느껴지는 이곳은 세종시의 명물로 불립니다. 오늘의 <트래블아이>미션은 '비암사에 '아니 온 듯 다녀가라!'입니다.'
짤막한 길을 지나다보면, 어느새 조금은 경사진 오르막이 나온다. 시동을 멈추고 잠시 멈춰서자 오르막을 따라 자동차가 주르륵 미끄러진다. 도깨비가 나타난 것일까?
“제주도에만 있다고 들었던 도깨비 도로가 세종시에도 있어! 오르막을 향해서 슬금슬금 미끄러지는 신비한 기분을 이곳에서도 느낄 수 있어.”
“그러게. 제주와 세종. 특별자치시에서는 빠질 수 없는 것이 이 도깨비 도로가 아닐까? 특별한 곳의 특별한 도로. 정말 잘 어울리는 조합이야.”
절을 향해 오르는 돌계단이 그리 높지는 않다. 아래에서 보이던 나무 끝자락이 어느새 올려다보기 힘들 정도로 자라있다. 세월을 따라 올라오니, 나무도 함께 자랐나보다.
“와, 절의 입구에 떡하니 자리하고 있는 이 느티나무 좀 봐! 이 웅장함이 비암사의 세월을 모두 담고 있는 것 같아.”
“이 나무는 800년이나 되었데. 풍년에는 위에서부터 아래로, 흉년에는 아래에서부터 위로 잎이 자라나기 시작한다는 전설을 가지고 있어.”
돌계단 옆, 돌담에 살짝이 기대어 서 있는 팻말이 보인다. 나무판을 이래저래 깎아 만든 팻말의 글귀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붉은 색, 검은 색, 흰 색으로 단조롭게 조각된 팻말에서 이 절의 분위기를 모두 느낄 수 있는 것 같아. 이 팻말을 누가 만든 것일까? ”
“잘은 알 수 없지만 ‘아니오신 듯 다녀가소서” 하는 말이 고요한 비암사의 분위기와 잘 어우러져 경건하게 사찰에 들어서게 되는 것 같아."
돌계단을 오르자 바로 보이는 석탑하나. 저마다의 소망을 담고 탑돌이를 하는 사람들과 이제 막 이곳에 다다른 사람들을 마중 나온 것 같다.
“탑 꼭대기에서 발견된 사면군상은 현재 국보와 보물로 지정되어있다고 해. 원래는 이 자리가 아니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말이야.”
“석탑이 사찰의 정 가운데에 위치하고 있으니, 꼭 비암사가 소중한 보물을 가운데에 두고 품으며 보호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산을 가로질러 나있는 정겨운 돌계단을 차츰차츰 올라 밟아가니 어느새 비암사를 너그럽게 내려다보고 있는 산신을 만나게 된다.
“산신각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니 탁 트인 전경이 일품인 걸? 푸르게 펼쳐진 잔디밭 하며, 아래에서 볼 수 없는 느티나무의 모습이 그대로 눈에 들어와.”
“산이 둘러싸고 그 안에 소박하게 자리한 비암사의 모습이 명당의 자리임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 같아. 아담하게 지어진 비암사에는 참 많은 이야기가 있을 것 같아”
그저 정겨운 빨간색 바가지에 담긴 물 한 모금에 숨을 고른다. 햇빛이 내리쬔 약수를 떠 마시자니 꼭 햇살을 마시는 것 같다.
“부처의 모습이 새겨진 범종각은 세심하게 만들어진 것 같아. 이 범종각이 울리는 소리도 그만큼이나 섬세하게 느껴질까?”
“그럼, 범종각의 소리는 그윽하고 향기롭다고들 해. 오래된 종을 이렇게나 잘 관리하고 있는 비암사의 섬세함도 한 몫을 하는거겠지?”
비암사 내에 지어진 대웅전과 극락보전은 그 오래된 세월을 잔뜩 품고 있다. 자연 그대로 자라난 나무를 이용해 집이 지어지기 이전의 세월까지도 간직하고 있다.
“나무의 생김새를 그대로 따와 건축한 건물들의 들보, 장연, 사래가 이채롭게 만들어져 있어. 이런 건축양식은 언제부터 이어져온 것일까?”
“비암사의 역사는 명확히 전해지지는 않았지만 백제가 막을 내릴 때 즈음, 백제대왕과 부흥 운동군을 위한 제를 지냈다는 기록이 있는 곳이야.”
설선당 가운데 문에는 늘 검은 털 고무신 한 켤레가 놓여있다. 주지스님의 것이라고 하는데 더운 날, 추운 날 할 것 없이 놓여있는 모양새가 무언가 이야기가 있어 보인다.
“주지스님은 늘 그 자리에 있는 털 고무신을 신지 않고, 가운데 문을 이용하지 않는다고 해. 평소에는 양 옆의 문으로 출입을 하시는 것이지.”
“중요한 날에만 가운데 문을 이용한다니, 주지스님을 찾아 꼭 한 번 여쭈어 보아야할 것 같아. 늘 놓여있는 저 검정고무신의 의미는 너무도 궁금하니까 말이야.”
돌계단을 오른다 해서, 그리 닳지는 않을 것입니다. 800년이나 된 느티나무를 올려다본다 한들 나무가 더 잘 자라지도 않을 것이며, 약수 한 바가지를 마셨다 해서 사찰로 흐르는 물이 마르지도 않을 것입니다. 이곳 비암사에 들린 여러분은 어떤 흔적을 남기게 될까요? 아니면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은 채 말 그대로 아니온 듯 다녀갈 뿐일까요? 아늑한 사찰을 둘러보는 시간이 지나고 나면, 여러분의 마음속에는 이 비암사가 다녀간 듯, 혹은 아니 온 듯 남아있지는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