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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붙이는 일, 그 하나로 이렇게나 특별해지는 길. 괜스레 우연히 마주친 풀꽃 한 송이에 이름을 붙여 본다.
설악산에 아름다운 것이 산세 뿐이랴. 시선 닿는 곳마다 빛깔이 곱게 스며 있다.
좁은 길을 울창히 덮은 덤불인 줄 알았으나덤불 사이를 갈라 낸 길이었다.
파도 소리를 듣고 자랐기 때문일까, 파도 따라 넘실대고 싶기 때문일까. 파도처럼 굽이치는 가지 끝에 바다를 닮은 초록이 피었다.
같은 곳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고개를 돌리면 조금 더 많은 것들이 보일지도 모른다.
언덕 위로 둥실, 배 한 척이 떠올랐다. 묘한 마음이 주는 묘한 풍경.
평화를 바라는 마음은 지금 평화롭지 않다는 데에서 기인한다. 인간의 무도함이 남긴 흔적이 기억되지 않을 때 평화를 이야기한다.
잡초만 무성히 자라 뒤덮은 줄 알았더니 뒷산에서 건너온 침묵이 풀 사이로 언뜻 고개를 내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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