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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을 지나는 것은 사람 뿐만이 아니다. 눈을 크게 뜨고 들여다 보라. 몇 개의 길을 찾아낼 수 있을까.
더 멀리 쏘아 보내려고 시위를 팽팽하게 당기는 데 집중했다. 더 멀리 바라보는 건 잊은 채.
꽃이 진 자리는 한 번 더 차오른다. 더욱 선명한 꽃을 피우기 위해 한 계절 꽃을 저물게 했는지도 모른다.
가을의 한 자락, 가을빛으로 물든 것들이 가득하다. 가을 아래를 걷는 동안 뺨이 덩달아 붉어질 터.
지금 이곳 울타리 너머로 기념의 조각이 버티고 섰다. 본연의 의미는 녹이 슬어 그저 버티고 섰다.
하늘을 향해 끝없이 날개짓하는 소망을 빗댄 듯 구름에 날개 끝이 걸려 있다.
무덤을 앞에 두고 마주 서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마주 섰지만 시선이 만나는 일은 없다.
쌓인 높이에 비해 의외로 낮은 그림자. 그래도 쌓였기에 만들 수 있는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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