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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집을 돌아가니 뒤집힌 장독 두 개가 나란히 놓여 있다. 담은 만큼 쏟아낼 필요도 있나 보다.
꽃이 진 자리는 한 번 더 차오른다. 더욱 선명한 꽃을 피우기 위해 한 계절 꽃을 저물게 했는지도 모른다.
바지런한 손길이 쉽게 저물지 않을 푸른 것들을 피워내고 있다. 쉽사리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만으로도 특별할 수 있음을 발견하는 것.
말라가는 끄트머리를 애써 감춘 채 여전히 희다. 결국 모든 것이 나와 다르지 않음을 깨닫게 된 순간.
쌓인 높이에 비해 의외로 낮은 그림자. 그래도 쌓였기에 만들 수 있는 그림자.
마치 반쯤 몸을 담그고 있는 커다란 거북이를 보고 있는 것 같다. 금방이라도 돌섬이 들썩이며 솟구칠 것만 같다.
연꽃밭 한가운데에 정자 하나, 자리를 지키고 섰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시간 속에서 진흙에 잠긴 발만 동동.
분명 물밑에서 쓸려왔을 돌들이 쌓여 뭍이 되었다. 언제 또 잠길지도 모르는 곳에서 그렇게 숨을 죽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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