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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다. 마치 다가가선 안 된다는 듯 조금씩 경계를 확장해 나간다.
어느 언저리를 헤엄쳐 이곳까지 닿았을까. 퍽 지쳐보이는, 하지만 여전히 힘찬 모습.
오랜 죽음은 아름답고 고고하다. 묵묵히 옮겨 둔 돌덩이가 아직, 지금도 이 자리에 남아 있다.
물빛이 끝을 모르고 번져나가는 와중에 묵직한 고기 한 마리가 조용히 기슭을 헤엄치고 있다.
고개를 드니 지평선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곡선 섞인 직선이 기특하리만치 가지런하다.
가만히 귀를 기울여 보자. 시간을 넘어, 유생들의 글 읽는 맑은 소리가 들려올지도 모른다.
우리와 우리의 삶이 얼마나 작은 것인지를 목도한 순간. 비워내는 법과 겸손을 함께 배워가는 자리.
마치 밟아도 너의 잘못이 아니라는 듯 조각이 나 있다. 코 받침도 똑 부러졌지만 분명 너의 잘못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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