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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햇살 아래서 멈춘 듯, 움직이는 듯. 이곳의 시간은 어디로 흐르고 있을지.
고이 접어 줄에 매단 천이 공민왕의 애절함과 같을까. 천이 늘어나는 이유는 도망칠 곳이 이곳밖에 없기 때문일까.
머리를 맞댄 채 꿈을 꾸던 젊은이들이 사라진 자리에 그들의 웃음과 고된 한숨들이 곱게 낡아가고 있다.
보일 듯 말 듯, 얄궂은 눈높이에 괜스레 눈길이 멈춘다. 저도 모르게 발뒷꿈치가 들썩이는 보드라운 담장길.
구름마저 이곳에 빠지면 헤어나오지 못할 것 같다. 멀리서 억새풀 요란히 흔들리며 손짓한다.
가끔은 몸을 낮추어 볼 것. 꼿꼿한 허리로는 볼 수 없던 것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봄에도 눈이 내리는 것을 알 수 있다. 겨울의 모습을 빌려 소근대는 저 작은 꽃망울들을 보라.
불암산을 뒤로 하고 차곡차곡 쌓인 시멘트 더미 사이로 누구의 것인지 모를 발자국 소리가 희미하게 들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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