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양식으로 마시는 커피

서귀포시 성산읍에 위치한 제주커피박물관. 이곳은 박물관답게 커피의 모든 것을 보여주어 커피를 사랑하는 트래블피플의 발길을 끌어당긴다. 세계 각국에서 수집한 커피 관련 물품을 뽐내고 있기에 수많은 로스터기와 추출도구, 커피팟, 커피그라인더 등을 접할 수 있으며, 이처럼 커피를 만드는 도구와 더불어서 커피를 담는 식기도 볼 수 있다. 아기자기하거나 고풍스러운 디자인의 잔 세트와 플레이트, 그리고 장식용 미니어처까지 전시돼 있으니 하나하나가 눈길을 끈다.
 

전시를 다 보고 나면 로스팅실에서 커피가 되기 이전의 모습으로, 로스팅한 신선한 생두를 구경할 수 있다. 단순히 보기만 하지 않고 커피 브루잉 체험을 통해서 다양한 추출방법을 배우고 직접 커피를 내려볼 수 있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빼놓을 수 없는 건 여기서 만든 커피. 커피박물관이니만큼 이곳 카페의 맛은 어떤지 알아야겠다. 갓 볶은 원두로 내린 커피를 받은 다음, 라운지 곳곳에 마련된 테이블에 앉아서 한 모금 머금어보자. 그 후의 감상이란 트래블피플의 상상, 아니면 체험에 맡겨야 할 것.

 

카페가 아닌 정원에서 즐기는 커피

라운지에서 커피의 마지막 한 방울마저 즐기기엔 즐겨볼 곳이 아직 두루 남았다. 커피를 들고 당장 옥상으로 올라가자. 그러면 나무데크가 쫙 깔린 바닥 위 목재의자와 테이블이 놓인 공간이 나타날 테다. 사방에 심어진 수목 한편으로는 큼지막한 안테나가 하늘을 향해 서 있으니 그 이름도 ‘안테나하늘정원’이다. 날이 개인 때에는 이곳에서 바다 내음 섞인 시원한 공기 말고도 저 너머 한라산과 푸른 바다까지 볼 수 있다니 옥상 문을 여는 손이 기대로 한가득해질 게 당연. 그러나 혹 보이지 않는대도 실망하지 말자. 야외테라스로 나와서 야자수와 함께 여유를 부리는 것도 좋지 않은가.
 

야자수를 구경하다 보니 깨닫는 점은 심어진 나무들의 종류가 가지각색이라는 것. 사실, 박물관을 둘러싼 이 야외정원은 방문객의 산책을 위해 잔디밭과 온갖 나무, 그리고 조각품으로 꾸민 산책로로서, 시간적 여유에 따라 나눈 A, B, C 세 갈래 길 가운데 일정이 빠듯한 이를 위한 간략한 A코스에 속한다. 이처럼 코스도 친절하게 나뉘어있는데 산책을 안 하고 가는 것도 예의가 아니다. 가까운 곳에 있는 전망대와 테니스장도 둘러볼 겸해서 정원을 거닐어봄은 어떨까.

 

박물관을 넘어 숲과 만나다

시간이 괜찮거나 아주 느긋하면 택하는 나머지 코스는 숲과 같이하는 길이다. 대수산봉(큰물뫼오름) 정상까지 가는 둘레길의 경우, 옷차림도 가볍게 10여분만 오르면 파노라마와 같이 양 끝을 모르고 드넓게 펼쳐진 서귀포의 풍광을 볼 수 있다. 풍광 속에는 성산일출봉과 섭지코지, 우도가 들어있으니 볼만한 가치가 크다. 한편 박물관은 광치기해변에서 시작해 은평포구에서 끝나는 14.8km의 올레길 2코스가 중반인 7km 즈음에서 지나는 곳이다. 올레길은 앞서 얘기한 둘레길과 포개져 대수산봉으로 향하니 좀 걸어봐야겠다 싶은 트래블피플은 박물관에 올 때 트레킹 준비도 하면 될듯하다.
 
트레킹보다는 삼림욕이다 싶으면 커피가 여전히 따뜻한 불과 몇 분 사이에 마치 순간이동을 하듯 금방 갈 수 있는 숲이 있다. 자그마치 이만 이천 평에 삼나무, 편백나무가 빼곡히 들어선 ‘바람의 숲’이 그것. 저 혼자 시대를 관통한 듯 원시적 모습을 오롯이 간직한 숲을 즐겨보고, 그보다는 안 되지만 천 평 이상의 언덕에 소나무가 수백 그루 자리한 ‘솔밭공원’에 가는 것도 좋다. 나무들이 곧게 자라거나 휘어지며 그 수만큼이나 갖가지의 모양새를 가졌기에 보는 맛이 있다. 그렇게 땅을 샅샅이 채운 나무에서 뿜어나는 신선한 공기를 커피와 함께 마신다면, 성산일출봉과 오름 능선의 감상도 더욱 특별해질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