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 음식정보 전통시장 여행지추천 지역축제 테마여행

오른쪽으로 이동왼쪽으로 이동

미션패밀리 Mission family

등록순 호감도순
  • 해풍 젖은 솔향기에 취해

    해풍 젖은 솔향기에 취해

    지역충청남도 태안군 편집국        사진편집국 2017-02-16 호감도

    해풍 젖은 솔향기에 취해

    • 프롤로그
    • 1.가다가다 그만 가고 만다더라
    • 2.희생과 인내로 닦은 길
    • 3.솔향기는 은은하고 흙냄새는 구수하고
    • 4.솔향기 따라가며 듣는 재미난 옛이야기
    • 5.‘악’ 소리가 절로 나는 고개
    • 6. 낯섦조차 솔잎융단에 잠기는 곳
    • 7.혼자지만 외롭지 않은 섬
    • 8.‘와랑와랑~’ 먹먹한 가슴 깨트리는 소리
    • 에필로그

    해풍 젖은 솔향기에 취해

    - 충청남도 태안군 -

    혹자는 왠지 모를 먹먹함이 찾아들면 낙조의 비경과 솔향기가 그윽한 충남 태안의 안면도로 떠나보라 했습니다. 또, 시인 김지헌은 ‘누구든 태안반도에 들어서면 안온하고 평안해진다’고 했습니다. 이는 태안의 본래이름인 국태민안(國泰民安)의 뜻풀이와도 일맥상통합니다. 해안선이 아름다운 이곳에는 바다를 허리춤에 끼고 소나무 사이를 헤집고 가는 솔향기길이 있습니다. 걷는 내내 해풍에 젖은 솔향기를 맡고 있으면 마음의 평화도 되찾을까요? ‘가슴 깊이 먹먹함이 느껴진다면 홀연 안면도로 떠나라! 바로 <트래블아이>의 미션입니다.

    태안반도 북쪽 끄트머리 이원면 해안가에 조성된 솔향기길은 모두 4코스. 이중 으뜸으로 친다는 코스가 있는데, 출발점은 바다로 툭 터진 방향을 찾아가야 한다고.

    “저기, 아주머니. 여기서 내려가면 꾸지나무해수욕장까지 갈 수 있나요?” “아주 제대로 왔구먼. 여기가 바로 만대여. 쉬엄쉬엄 걸어가면 여섬까지 4시간쯤 걸릴겨.”

    “와~ 그렇게 오래 걸어야 해요?” “만대가 괜히 ‘만대’겄어? ‘가다가다 그만 가고 만대’라고 만대라잖여!”

    서해를 바짝 끼고 솔숲 사이로 끝없이 이어진 길. 눈길 주는 곳마다 솔향기만큼이나 사람냄새 또한 짙게 풍기는 건 뭐 때문일까?

    “태안기름유출 때 자원봉사자들이 당봉과 큰봉, 후망산, 산재산으로 이어지는 위태로운 산길을 오르내리는 모습에 한 이원면 주민이 이 길을 닦아서 지금 이 길도 탄생했다는 이야기가 생각나. "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삽과 곡괭이를 들고 이 길을 닦았을 거야. 이 길을 개척해 살아온 사람들의 삶의 과정은 또 어떻고. 온몸에 상처를 달고 살았을 테지.”

    만대항을 지나 솔나무숲길로 접어들면 초입은 깎아지른 듯한 바윗길이지만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부담 없는 높이의 산길은 얼마 못 가 진풍경을 드러낼 테니.

    “산자락 유순한 언저리를 돌아가는 숲길은 굽이굽이 선이 곱구나. 중간중간 바다로 터진 곳에 이런 비경이 숨어 있다니."

    "자연훼손이 적은 만큼 숲은 원시자연의 냄새로 가득해. 솔향기는 은은하고 흙냄새는 구수하고…. 천연송림으로 융단을 깐 숲길 어디든 발길이 닿는 곳마다 마음의 안식처가 되는구나.”

    서해를 바짝 끼고 솔숲 사이로 끝없이 이어진 길. 행여 심심하지 않을까 생각하면 오산이다. 곳곳에서 불쑥불쑥 나타나는 재미난 아이템이 줄줄이 이어진다. 과연 뭘까?

    “‘삼형제바위’가 바로 이 녀석인가?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삼형제가 어느 날 어머니가 뻘일을 나가 돌아오지 않자 나란히 앉아 어머니를 부르다 앉은 채로 죽어 바위가 됐다는 전설이 전해진다는. "

    "한 스님이 나무열매를 따다가 떨어졌다는 ‘중떨어진 앙뗑이’ 절벽은 사연이야 어쨌든 해학적인 이름에 웃음이 안 날 수가 없겠어.”

    당봉(만대) 전망대부터 해안을 따라 두 나무가 서로 얼싸안은 부부소나무 등 줄줄이 이어진 사연들에 흥미도 더해가지만 난관도 따른다. 하지만 그때마다 해결책은 늘 있다고.

    “오르막과 해변으로 내려서 길이 가팔라지니 장딴지가 뻑뻑해 악소리가 절로 나오네. 그래서 악너머고개인가. "

    "바위틈에서 솟는 약수 맛을 일단 보고 가자. 숨이 차오르는 지점마다 쉼터가 있고 통나무로 의자도 만들어 놓았구나. 의자 몸통에는 유명시인의 시가 적혀 있으니. 잠시 사색에 빠져 시름을 놓아볼까?”

    "숲길은 내내 소나무로 울창하다. 한여름 땡볕에도 그늘을 만든다. 하지만 곳곳에 한국전쟁 당시의 흔적 등 낯선 풍경도 눈에 띈다. "

    “한국전쟁 당시 파놓은 참호와 녹슨 철조망도 눈에 띄는구나. 아직까지 덜 알려진 까닭이겠지."

    "하지만 걸음을 옮길 때마다 늘 코를 찌르는 향긋한 솔향기와 청아한 솔바람 소리, 새소리, 파도소리가 있으니 마음 쓸 겨를이 없겠어. 바닥에 깔린 솔잎융단은 마음까지 더 푸르게 만들어주는 듯해.”

    중간지점에 이르자 자그마한 여섬이 반긴다. 이원방조제 축조 후 제방 안의 이 섬은 육지로 단 하나 남게 됐다는데, 그 이름의 유례도 알고 나니 진지해진다.

    “바위로 둘러싸인 저 섬 있지유? 들물에 유속이 빨라지면 바위를 때리면서 물보라를 일으키는 파도, 참 장관이여. 그래서 외지인도 오면 실컷들 보고 가더라고."

    "이쪽으로 어족도 풍부해서 갯바위 낚시도 그만이여. 낚시하겠다고 찾아오는 강태공도 그래서 많고. 근데, 그 옛날 남을 여(餘)자를 붙여 ‘여(餘)섬’이라 부른 선인들의 예견이 제법 흥미롭지 않은가?”

    해식동굴 용난굴을 거쳐 다시 숲길로 들어서 전망대에 오르면 종착점인 꾸지나무꼴해수욕장까지 금방이다. 이곳에 서면 억눌린 감정이 기지개를 켜는 듯한 소리가 들린다는데?

    “멀리 이원방조제까지 먼 바다를 보고 있으니 가슴이 탁 트이는구나. 그런데 지금 들려오는 파도소리가 참으로 희한해. 와랑와랑~ 거린다고 한다고 해야 할까. 보아 하니 전망대 절벽 아래 수직굴로 치는 파도가 이런 독특한 소리를 내는가 보네.”

    “소리 참 신기하제? 그래서 우리 주민들도 이 해안은 따로 부르는 이름이 있구먼.”

    태안의 안면도 솔향기길에는 소나무와 엄나무, 두릅나무, 소사나무가 군락을 이뤄 산림욕에 좋다. 야생화가 꽃을 피우고 새순이 돋으면 꽃향기와 솔향기에 취해 마냥 해변을 등대 삼아 걷게 됩니다. 기세를 죽인 해가 바다로 빨려들 때쯤이면 바위에 뿌리를 내린 소나무 한 그루가 어느새 해를 이고 있습니다. 그렇게 발품으로 고단한 하루의 노고가 해풍에 쓸려 노을에 잠깁니다. 언제부턴가 마음이 먹먹하고 답답해와 당장 가슴 탁 트일 만한 곳으로 훌쩍 떠나고 싶었다면, 솔향기 가득한 안면도로 지금 달려가 보는 건 어떠세요?

    알아보기
    닫기
  • 전통방식 그대로, 지천참게 여행

    전통방식 그대로, 지천참게 여행

    지역충청남도 청양군 편집국        사진편집국 2017-02-16 호감도

    전통방식 그대로, 지천참게 여행

    • 프롤로그
    • 1.향수를 부르는 지천 참게
    • 2.땅거미 지면 금강 상류를 거슬러
    • 3.전통 참게잡이 체험
    • 4.“게~ 섰거라!”
    • 5.게막 하나면 세상 부러울 것 없던 시절
    • 6.전통방식은 밥상에까지 그대로
    • 7.쓱쓱 비벼 게눈 감추듯 뚝딱
    • 8.참게탕의 깊은 맛
    • 에필로그

    전통방식 그대로, 지천참게 여행

    - 충청남도 청양군 -

    사람들이 가을 참게에 열광하는 이유는 맛도 맛이려니와 향수의 어종이기 때문일 겁니다. 늦가을 참게들은 산란을 위해 강과 바다가 만나는 유역으로 지류를 따라가면 지금도 하천 지류에 옛 선인의 방식 그대로 게살과 게막을 치고 참게 잡이를 하고 있습니다. 그 추억의 풍광은 바로 칠갑산 맑은 물이 갈 지(之)자로 흐르는 충남 청양의 지천구곡에 있습니다. 오늘 <트래블아이>가 제안하는 미션은 바로 ‘옛 전통방식 그대로 참게 본연의 맛을 찾아라!’입니다.

    칠갑산 맑은 물이 갈 지(之)자로 흐르는 충남 청양의 지천구곡은 참게의 고향으로 불렸다. 지금 이곳에 가면 청정자연 속 향수를 자극하는 옛시절이 떠오를까?

    “참게는 지난 시절 가재와 더불어 개울에서 흔히 잡던 아이들의 놀이터이기도 했어. 지금도 금강 유역 청양에서는 전통 참게 잡이가 한창이라지?”

    “맞아. 지천참게를 찾는 건 맛 이상으로 향수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지. 또 칠갑산 청정수가 흐르는 지천은 워낙 맑아 예로부터 참게의 명산지이기도 했고.”

    참게는 10월~11월이 제철이다. 살이 부드러우면서도 탄력 있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하지만 금강지류 지천의 야행성 참게를 잡는 시기는 따로 있다고.

    “횃불 잘 들고 따라와유. 오늘은 좀 더 상류로 올라가볼 테니께.” “어르신. 지금 참게 잡기는 좀 이르지 않을까요?

    “모르는 소리~. 야행성 참게는 요즘이 딱이여. 게막 하나에서 잡히는 참게가 하룻밤에 많게는 1000마리도 넘는다니께.”

    대나무로 된 게살과 볏짚으로 만든 게막을 동원한 전통 방식의 참게 잡이를 직접 경험해 보는 것도 신선한 재미다. 하지만 그 방법을 제대로 알아야 가능한데?

    “참게가 하류로 이동하니까 이쪽 여울목에 게살을 설치해둘게. 이제 네가 참게를 게막 앞까지 유인해봐.”

    “어떻게? 물장구를 쳐볼까? 이렇게!” “허~ 이 사람들! 이 컴컴한 데서 그렇게 물장구를 친다고 참게가 보이기나 하겠어?!”

    느긋하게 기다려 게막에 걸려드는 게를 주워 담지만 자칫 억세게 운 좋은 놈들이 게막을 빠져나갈 수 있다고. 이때 우리 선인들은 어떤 기지가 발휘됐을까?

    “밤새 게막에 쭈그려 앉아 지나가는 참게를 열심히 주워 바구니에 담으면 내일 아침은 공짜로 줌세! … 아니, 이 친구들 꾸벅꾸벅 졸고 있는 사이 참게 다 빠져나갔네! 어이쿠~”

    “아! 이거 어쩌죠?!” “괜찮여. 빠져나가는 웬만한 참게는 싸리나무로 만든 원추형의 통발이 기다리고 있으니.”

    임금님 수라상에 올랐던 참게장이 귀했던 것처럼 마을마다 참게잡이 게살과 게막을 갖고 있는 것도 부의 상징이었다는데?

    “참게는 조선시대 임금의 진상품으로 올릴 만큼 명품 행세를 했고, 20년 전에도 참게 한 마리에 5000∼6000원을 호가했다고 하니, 웬만한 부잣집 아니면 참게장 맛보기가 하늘에 별따기였겠어. 안 그래?”

    “그러고 보니 ‘게막 하나와 논 다섯 마지기는 안 바꾼다’는 청양 옛말도 정말 있었을 법해.”

    음식 맛보기에 앞서 일단 추억의 밥그릇을 살펴야 한다. ‘전통식품은 전통그릇에 담아야 한다’는 주인의 소신으로 옛날 고향집 밥상에 차려졌다. 어떤 밥상이기에?

    “福자가 선명한 사기그릇에 밥과 찬이 담겨 나오는 거며, 밥도 고봉으로 담아 주시고, 수십 년을 거슬러 올라간 듯 정감 넘치는 밥그릇에 추억을 밥상에 마주한 느낌이에요.”

    “그뿐일까. 무쇠솥에 갓 지은 기름진 쌀밥을 참게장이나 참게탕과 곁들여 먹어야 밥도둑이란 말도 가능하지!”

    살과 장이 꽉 찬 참게를 숙성시켜 만든 참게장은 깊은 향과 맛이 일품. 윤기 흐르는 더운밥에 게장을 비벼먹으면 게 눈 감추듯 밥이 사라지고 공기 몇 그릇이 쌓인다.

    “본래 참게는 겉껍질이 딱딱한데, 이 집의 참게장은 오돌오돌 씹힐 만큼 야들야들하네요?”

    “그만큼 숙성이 잘돼 있으니께. 간장게장 맛은 3개월 동안 조선간장을 6~7회 반복해서 끓여 부으며 깊은 장맛을 냈고. 누룽지랑 조합도 괜찮으니까 함 잡숴봐.” “‘살이 통통하게 오른 참게는 소 한 마리와도 바꾸지 않는다’는 뜻을 이제 알겠네요!”

    마른 김에 밥을 한 숟가락 얹고, 간장게장을 반 숟갈 떠 얹은 뒤 참게탕의 배추시래기를 건져 올려 먹는 조합도 꿀맛이다.

    “우리 마을은 웬만한 식재료는 친환경적으로 직접 생산한 것을 쓰니깐. 참게탕에 넣는 배추시래기도 그늘에 4개월 이상을 말린 거여. 그래서 여느 무청 시래기보다는 더 깊은 맛이 있지.”

    “정말, 이런 호사가 또 있을까 싶어요!”

    칠갑산 풍경에 취해 세월 가는 줄 모르던 참게가 늦가을 나를 유혹한다면, 거울 같은 수면에서 청둥오리가 날아오르는 지천구곡의 절경이 자꾸만 발길을 잡아끈다면 더 이상 지체할 겨를이 없습니다. 낮에는 산천을 유람한 뒤 암청색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면 찾아드는 지천 까치내마을에서는 게막과 조우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횃불을 밝힌 마을주민을 만나면 짭조름한 참게장으로 여행의 대미를 장식합니다. 이번 여행은 청양군 장평면 지천구곡으로 떠나보는 건 어떠세요?

    알아보기
    닫기
  • 설움의 응어리 흥이 되어

    설움의 응어리 흥이 되어

    지역충청남도 천안시 편집국        사진편집국 2017-02-16 호감도

    설움의 응어리 흥이 되어

    • 프롤로그
    • 1.만남과 어울림의 현장
    • 2.삼남대로 분기점
    • 3. 머물러가는 거리
    • 4. 만남을 기약하며
    • 5.뜨내기사랑 꽃이 되어
    • 6.제 멋에 겨워서 휘늘어졌구나
    • 7. 능소의 신명
    • 8.이야기가 되살아나는 곳
    • 에필로그

    설움의 응어리 흥이 되어

    - 충청남도 천안시 -

    천안 하면 호두과자나 천안삼거리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호두과자의 뿌리가 된 광덕사 호두나무나 천안삼거리 삼남의 분기점에 얽힌 이야기에 이 지역의 문화적 상징이나 역사가 모두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천안삼거리에 얽힌 이야기는 역사․문화가 현재에도 살아 숨쉬며 천안의 대표명소로 자리해 있습니다. 호사스런 관행이 지나가기도 하고 초라한 선비가 아픈 다리를 쉬어가기도 하던 길, 천안삼거리를 걷다 보면 어떤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요? 그 여정이 바로 오늘 <트래블아이>의 미션입니다!

    천안을 대표하는 명소 삼룡동에 자리한 천안삼거리는 예로부터 삼남(三南) 사람들의 문화가 만나서 어우러지고 퍼져 나가는 교통의 요충지였다.

    “이 길이 왜 조선시대부터 삼남대로의 분기점으로 통했을까?”

    “서울에서 내려오는 길은 천안에 이르러 이 두 갈래로 갈라지지. 한 길은 병천을 지나 청주에서 문경새재를 넘어 경상도로 가는 길, 또 다른 한 길은 공주를 지나 논산에서 전라도로 가는 길이야 천안삼거리는 전국에서 모여든 사람들의 만남과 어울림의 현장이었지.

    냇가를 따라 난 길에 천안삼거리초등학교가 나오고 그 다음 골짜기에 바로 천안박물관이 있다. 사람들은 바로 이즈음을 천안삼거리로 보고 있다.

    “이곳에서 남북을 잇는 대로가 동쪽으로 병천-청주-문경을 거쳐 영남으로 이르는 길과 갈라지는 결절지대를 이루고 있구나.”

    “이 주막들이 생겨난 배경과 유사하지. 지금도 이즈음에서 국도 1호선과 21호선이 교차하고 있으니 이 길은 여전히 교통 요충지로서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야.”

    천안시는 이 유서 깊은 천안삼거리를 관광지로 키우기 위해 가로수로 능수버들을 심어 가꾸고 있다. 이 나무가 전하는 이야기에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여기에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서려 있다는데, 혹시 그 구체적인 내막도 알고 있니?”

    “당연하지. 천안 사람들 중에 이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도 있을까? 먼 옛날 어린 딸 능소와 살던 무관공신 유봉서가 나라에 전쟁이 터지자 홀로 둘 수 없던 딸과 함께 변방으로 가던 길이었어. 이때 이 삼거리에 있는 주막에 하룻밤 머물며 결국 생이별을 해야 했다지.”

    천안삼거리에 얽힌 설화에서 어린 능소가 주막에 살게 되면서 아버지가 남긴 지팡이 하나가 등장하는데, 이때부터 이야기는 점점 흥미가 더한다.

    “전쟁터까지 어린 딸을 데리고 갈 수 없었겠지. 부녀의 서럽고 애틋한 이야기가 전부인가?”

    “아니지. 아버지는 하는 수 없이 능소를 주막에 맡겨 놓기로 하고 지팡이를 땅에 꽂으며 말했어. ‘이 지팡이가 자라서 큰 나무가 되어 잎이 무성해지면 너와 내가 다시 만나게 될 터이니 너무 슬퍼하지 말거라’ 하고 딸을 달랬어.”

    전라도에서 한양 과거 길에 올랐던 선비 박현수가 이 주막에서 아리따운 능소를 만나게 되면서 이야기의 재미가 정점에 달한다.

    “둘은 첫눈에 반해 백년가약을 맺었고, 과거급제한 뒤 다시 만나 행복하게 살게 됐지.”

    “하지만 아버지의 소식이 걱정되어 능소는 눈물로 세월을 보내지 않았을까?” “맞아. 아버지가 꽂아 놓은 지팡이가 잎이 무성한 나무로 자랐다는데, 이곳에 박현수가 창포를 심어 능소를 위로했어.”

    길손을 재워주는 주막도 아직 즐비한 천안삼거리. 이곳의 능수버들에 얽힌 이야기가 바로 천안삼거리 흥타령의 기원이라 한다.

    “매년 천안흥타령춤축제도 이 일대에서 개최돼 오고 있지. 아까 지나쳤던 천안박물관은 축제를 배로 즐길 수 있는 팁이니 참고하라고.”

    “그렇군. 천안삼거리 흥타령은 슬픈 사연이 깃들어 있지만 지금은 기쁨의 대명사가 되어 있구나.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으니.”

    지역민요 ‘흥타령’으로 유명한 천안삼거리를 기념해 만든 천안삼거리공원 입구에서 있는 흥타령비 뒤로 아름드리 버드나무가 도열하고 있다.

    “1970년대 조성한 이 공원은 언제 와도 버드나무가 참 호젓한 멋을 자아내고 있지.”

    “정말 그렇구나. 아버지가 꽂아둔 지팡이가 버드나무가 되고 천안삼거리에 나무들이 많이 퍼지게 됐다지?” “맞아. 천안에 있는 버드나무는 특이하게 능소 이름을 본 따 ‘능수버들’로 불리고 있어.”

    공원 연못가에는 조선 선조 35년에 세운 영남루까지 있어 여름엔 많은 사람의 휴식처가 되고 있다. 이와 함께 또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는 비석이 여럿 있다.

    “원래 중앙초등학교 정문 쪽에 있던 누각인데 이 공원보다도 역사가 더 오래됐지.”

    “그런데, 이 공원에 있는 비석들은 전부 민요에 얽힌 이야기만 하고 있지 않구나. 안서동 유려왕사 터에 있던 삼룡동삼층석탑도 지금 여기 있고, 독립투쟁의사 광복회원기념비, ‘하숙생’ 노래비 등도 자리하고 있네?”

    천안삼거리는 조선시대 전라도와 경상도 선비들이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 가는 길목에 주막이 있어 자연스럽게 만남과 헤어짐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장소에는 선남선녀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있게 마련이고, 천안삼거리에도 그와 같은 설화가 몇 가지 전해집니다. 그 가운데 일반에 가장 잘 알려진 능소와 박현수에 관한 설화는 천안삼거리 흥타령 노래에 녹아 지금까지 불리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이곳 천안삼거리에서 만난 이야기를 통해 내 연인 또는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나요?

    알아보기
    닫기
  • ‘덜컹덜컹’ 향수를 부르는 장항선 기차여행

    ‘덜컹덜컹’ 향수를 부르는 장항선 기차여행

    지역충청남도 예산군 편집국        사진편집국 2017-02-16 호감도

    ‘덜컹덜컹’ 향수를 부르는 장항선 기차여행

    • 프롤로그
    • 1.소담스러운 장항선 여행
    • 2.예산역에서 어디로 가지?
    • 3.좋은 길동무 예당호
    • 4.예당호에서 광시한우를 찾는 이유
    • 5.삽교역 앞 김정희 생가
    • 6.다시 살아난 역사
    • 7.수덕사의 고즈넉한 매력
    • 8.사방팔방 먹을거리 천국
    • 에필로그

    ‘덜컹덜컹’ 향수를 부르는 장항선 기차여행

    - 충청남도 예산군 -

    기포가 톡톡 터지는 사이다와 삶은 계란 그리고 덜컹덜컹 흔들릴 때마다 시시각각 달라지던 창밖의 풍경들, 이제 기차여행에서 떠오르는 아스라한 추억입니다. 빠르기로 치자면 고속열차나 비행기에 비할 것이 못되지만 조금 느리기에 가질 수 있는 창밖의 풍경과 추억 그리고 여유는 다른 쪽에선 대신 할 수 없습니다. 바쁜 일상에 쫓겨 잔뜩 굳어있던 어깨 힘 빼고 손목시계와 휴대폰도 조금 밀어둔 채 떠나는 기차여행은 어떨까요? <트래블아이>가 제안합니다. ‘ 장항선 타고 만나는 예산의 또다른 정취를 느껴라!’

    90년 역사의 장항선은 충남의 평야지대를 덜컹거리며 가로지른다. 그중 열차가 지나가는 예산의 예산역, 삽교역 일대는 소담스럽고 고즈넉한 여행으로는 제격이다.

    “장항선은 천안을 거쳐 예산, 홍성 등 충남의 평야지대를 지나 강경역이 종착역이었으나 요즘은 전북 익선역이 종착역이 됐어.”

    “하지만 여전히 어느 역에서 내리든 예산의 고요한 호수, 오래된 고택과 사찰, 맛집 골목들이 어우러져 있는 건 여전해 다시 찾고 싶은 곳이었다고.”

    예산역에 내리면 발길을 가장 먼저 옮길 곳은 이미 정해졌다. 온천놀이시설로 북적거리는 덕산 일대와 달리 예당호는 ‘고요하고 느린 예산’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예산역이로구나. 예당호, 봉수산, 느린 꼬부랑길 등이 이어져 있으니 다음 열차가 올 때까지 한번 걸어볼까?”

    “봉수산 아래 예당호와 맞닿은 대흥면 일대에 ‘핫 플레이스’가 됐다더니 이렇게 여행객들이 북적일 줄 예전에는 미처 생각 못했는데.”

    어느 곳을 거닐어도 예당호는 좋은 길동무가 된다. 대흥향교, 대흥동헌 등 오래된 가옥을 지나면 호수와 나란히 뻗은 시골길이 나오고 그 길은 봉수산 숲길로 연결된다.

    “느린 꼬부랑길은 옛이야기길, 느림길, 사랑길 등 느린 꼬부랑길을 경유하는 길목에는 새로운 쉼터와 사연 가득한 공간들이 함께 어우러져 있어.”

    “봉수산 내에 위치한 봉수산 휴양림은 예당호가 내려다 보이는 풍광이 나무데크로 연결돼 있어 호젓한 산책에도 안성맞춤이야.”

    대흥면에 실존했던 의좋은 형제 테마공원, 예당호 생태공원까지 걷는 재미를 배가시킨다. 하지만 1시간 넘게 걷다보니 슬슬 배가 고파진다면 예당호 남쪽으로 향해보자.

    “상당히 출출한데. 저쪽을 봐. 절묘하게도 예당호 남쪽 광시 한우마을까지 도달했어. 1등급 한우 암소고기를 저렴하게 맛볼 수 있다니 우리에겐 기회라고!”

    “한우 정육점과 식당이 30여 곳 옹기종기 모여 있네. 직영 농장에서 사육돼 공급되니 육질이 꽤 부드럽겠어. 정육점에서 한우를 직접 사다가 식당으로 가져가서 먹는 게 좋겠다.”

    다시 장항선에 올라 다음 정거장인 삽교역에 내리면 추사 김정희가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낸 저택까지 걸어서 금방이다. 이곳에서 바로 ‘예향의 예산’을 만날 수 있다는데.

    “신암면 용궁리의 추사 김정희 고택은 ‘예향의 예산’을 만날 수 있는 곳이라지. 추사가 태어나고 어린 시절을 보냈던 추사고택은 ‘ㄱ’자 모양의 사랑채 자태가 정말 위풍당당하다.”

    “기둥에 글씨를 써 붙인 ‘주련’들이 빼곡해.” “방에 와봐! 추사가 유배시절 그렸다는 세한도가 걸려 있어.”

    추사고택에 들어서면 그림 속에서 막 빠져나온 듯한 소나무를 볼 수 있다. 눈앞에 살아있는 듯한 세한도는 어디에 걸려 있을까?

    “세한도 속 허리를 구부리고 서 있는 이 소나무들, 이곳 백송을 표현한 작품 아닐까?”

    “맞아. 천연기념물이자 우리나라에 7그루 밖에 없다는 그림 속 바로 그 백송이야. 약 200년 됐다지?” “정말 대단해!”

    덕산온천 관광지를 지나 덕숭산으로 향하면 충남 북부를 대표하는 천년고찰인 수덕사가 위치해 있다.

    “수덕사의 목조건물인 대웅전은 1308년에 지어진 것으로 국보 49호로 지정돼 있다지. 다른 사찰들의 대웅전과는 달리 맞배지붕의 형태를 지녔으면서도 웅장한 모습을 함께 간직하고 있어.”

    “수덕사 일주문 옆의 수덕여관은 고암 이응로 화백이 작업을 하던 곳이라는데 암각화가 고스란히 남아 운치를 더하는구나.”

    삽교역 인근에는 더덕산채정식과 연탄불에서 구워 질감이 살아있는 삽다리 곱창 등 숨겨진 먹거리가 예산 여행을 더욱 든든하게 만든다.

    “아까 삽교역 근처에 삽다리 곱창집이 즐비하던데, 돼지곱창을 연탄불로 익힌 그 꼬들꼬들함~ 이 여행의 대미를 장식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수덕사 앞까지 왔으니 근처에 삽다리 더덕으로 만드는 더덕산채정식을 맛보는 건 어때?” “식당마다 ‘수십년 전통’을 간판으로 내세우고 있으니 메뉴 고르기도 참 고민이로구나!”

    1922년 출발해 90년을 이어온 장항선은 충남 평야지대를 달려 예산의 예산역, 삽교역에 머뭅니다. 오늘날 KTX, ITX 등 쾌속열차들이 등장했지만 돌이켜보면 이곳을 지나는 열차들은 무궁화호, 새마을호가 주를 이룹니다. 역사는 새롭게 단장됐어도 덜컹거리며 달리는 열차여행의 묘미는 예전 향취 그대로입니다. 장항선이 경유하는 화려한 서해바다는 아니지만 예산은 소담스러운 여행지로 이방인들의 발길을 유혹합니다. 여러분은 장항선을 경유하며 예산과 어떤 만남을 갖고 돌아올 생각인가요?

    알아보기
    닫기
  • 꽃향기가 나는 그곳에

    꽃향기가 나는 그곳에

    지역충청남도 아산시 편집국        사진편집국 2017-02-16 호감도

    꽃향기가 나는 그곳에

    • 프롤로그
    • 1.일 년 내내 꽃이 피는 곳
    • 2.간절하면 이루어진다?
    • 3.동화의 나라
    • 4.추위 속에서 마주한 꽃밭
    • 5.365일 크리스마스
    • 6.꽃잎을 음미하다
    • 7. 향기가 있는 평온의 땅
    • 8.다양한 만남
    • 에필로그

    꽃향기가 나는 그곳에

    - 충청남도 아산시 -

    봄꽃소식이 여기저기서 들려오는데, 주말에는 걸핏하면 비소식이 겹칩니다. 딱 이맘때 어디로 가야할지 행복한 고민 중이라면 아산 세계꽃식물원으로 가보는 건 어떨까요? 이곳이 좋은 이유는 무엇보다 실내 식물원이니 따뜻한 온실에서 모처럼의 데이트나 가족나들이를 망칠 일이 없다는 겁니다. 게다가, 다채로운 꽃을 구경하며 눈과 코만 호사를 누리는 것도 아닙니다. 꽃으로 맛을 낸 요리까지 있으니 즐거움은 배가됩니다. 멀리 가지 못할 때는 가벼운 봄나들이로 365일 꽃이 피는 아산으로 가라! 이것이 오늘 <트래블아이>의 미션입니다.

    봉곡사에서 국도 21호선을 따라 온양온천역 방향으로 가면 도고면 봉농리 세계꽃식물원이다. 이곳이 바로 365일 꽃이 핀다는 곳이다.

    “휴~ 아직 꽃샘추위로 밖은 칼바람이 매서워요. 이제 막 들어서서 한기도 다 안 가셨는데 온실 안 식물들은 이렇게 싱싱하게 피어 있네요?”

    “정말 딴 세상이야. 아, 맞다! 입장료 영수증은 네가 버리지 말고 잘 갖고 있으렴. 네 손바닥만한 화분을 나가기 전에 받아볼 수 있으니까. 그건 네 화분이 되겠지?”

    한 겨울 꽃이 그렇다. 안 보이면 더 보고 싶고, 마음 간절해지면 훨씬 더 예뻐 보인다. 제철은 아니라도 이곳에서 보는 꽃은 평소 느낌과 전혀 딴판이다.

    “꽃은 같은데 색깔이 더 선명하고, 나무들도 훨씬 더 싱그러워요. 실내온기까지 더해지니 눈이 즐겁고, 한파에 얼어붙은 마음도 스르륵 놓는 듯해요. 여기 식물은 얼마나 될까요?”

    “잘은 몰라도 수천 종은 되겠지? 20여 년 전에 이곳은 화훼수출생산단지였어. 개관 당시에도 이곳에 있는 꽃 규모가 어마어마해 입소문을 많이 탔었지.”

    각각의 온실운 다양한 테마에 맞춰 꾸며져 있다. 이 중에 카페 앞에 조성된 화사한 꽃터널로 들어서면 시공간을 초월해 동화 속으로 들어온 기분이다.

    “빨간 꽃 심어진 화분이 천장에 나무열매처럼 주렁주렁 달려 있어요. 여기 오니 바깥세상과 전혀 딴 세상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더 강하게 들어요!”

    “맞아. 세상과 단절된, 뭔가 비밀스럽고 꿈같은 장소야. 이곳에선 언제나 시간의 질서가 무너지지.”

    추운 겨울에도 화사한 꽃을 구경할 수 있는 이곳은 언제나 튤립과 백합, 세이지가 만개해 있고 그밖에도 이름 독특한 계절 꽃들이 반겨준다.

    “세이지도 활짝 피었네! 세이지는 향에 따라 이름이 붙어. 이 세이지는 체리향이 나니까 체리세이지, 저건 파인애플향이 나니까 파인애플세이지지.”

    “이건 어떤 이름인지 잘 모르겠어요! 분명 과일 향은 나는데….” “그러면 후르츠세이지가 정답 아닐까?”

    봄에도 포인세티아를 볼 수 있어 365일 크리스마스 같은 곳이다. 발길을 옮기면 한창 튤립이 만개하여 화사함을 빛내고 있다. 그 색깔도 참 다양하니 눈이 호사다.

    “오랜만에 나선 나들이인데, 아까는 황사가 있어 그리 좋은 날씨도 아니었지. 그래서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는데….”

    “그런데 이렇게 화사한 꽃들을 마주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이 말씀이시군요!” “맞아! 이렇게 힐링이 돼서 그런가, 정말 시간가는 줄 모르겠네!”

    천장에서 보라색 꽃비가 내리는 곳에서 꽃비빔밥을 즐겨도 좋다. 눈으로도 보고 입으로도 맛보는 이 꽃비빔밥은 세계꽃식물원에서 제대로 맛볼 수 있다.

    “아래는 잘게 다진 소고기가 깔려있고 위로는 초록 야채들이 가득, 그리고 맨 위에는 이쁜 꽃들이 차지하고 있어요! 앗 여기 올려진 이 꽃 아까 봤던 제라늄이에요!”

    “정말이네. 식재료로 넣는 꽃의 종류도 계절마다 달라진다지? 빨간 초고추장에 고소한 참기름을 솔솔 몇 방울 뿌려 비벼내면 잃어버린 입맛도 돌아오는 것 같구나.”

    세계꽃식물원은 단일 실내식물원 규모로는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식물원은 농지 한 가운데 들어선 모양새가 덩그렇지만, 실내는 한겨울 꽃구경하기에 모자람 없다.

    “만약 정원을 벤치마킹 하려고 갔다면 충남지역에도 이렇게 좋은 세계꽃식물원이 있는데 그냥 지나치는 사람들은 잘 이해가 되지 않아요.”

    “맞아. 하지만 이제 이곳은 주변에서도 많이 알아주더라. 2004년 개원 이후 매년 30만 명이 다녀갔을 정도로 아산을 대표하는 여행지가 됐지.”

    자녀를 동반한 가족여행객들은 아산 세계꽃식물원을 참 좋아한다. 이곳에서 귀여운 동물들과 만나는 시간도 그중 빼놓을 수 없는 이유가 될 것이다.

    “새에게 먹이를 주는 건 아직 좀 겁이 나요.” “꽃으로 만든 저 익살스러운 루돌프 사슴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이라도 하자구나.”

    “돌아가는 길, 무료로 나눠주는 다육이는 꼭 놓치지 않을 거예요. 그런데 이 식물원에도 메타세쿼이아가 있다는 거 알고 계세요?”

    눈이 오건 비가 오건, 365일 계절별로 다양한 꽃들을 볼 수 있는 세계꽃식물원은 눈으로만 꽃을 보는 것이 아니라 꽃비빔밥을 먹으며 오감으로 음미하고 앵무새에게 먹이를 주는 체험을 통해 자연과 하나가 되는 특별한 시간을 보낼 수 있어 더욱 좋습니다. 세계꽃식물원은 마주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족일 것 같지만 연인들도 상당합니다. 기분을 좋게 하는 천연방향제와 허브가 들어간 수제쿠키 등을 오붓하게 앉아 맛볼 수 있는 카페와 허브숍 등 즐길 거리가 많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이곳에 누구와 함께 갈 생각인가요?

    알아보기
    닫기
  • 달빛 아래서 베짜는 사람들

    달빛 아래서 베짜는 사람들

    지역충청남도 서천군 편집국        사진편집국 2017-02-16 호감도

    달빛 아래서 베짜는 사람들

    • 프롤로그
    • 1. 어머니의 손을 타고 내려온 전통
    • 2.천년 역사 간직한 모시
    • 3.풀멕이는 작업도 남달라!
    • 4.모시로 할 수 있는 것들
    • 5.자랑스러운 우리 옷
    • 6.뭐든 손맛이 깃들어야지~!
    • 7. 달이 반가운 마을
    • 8.아직 끝이 아니야!
    • 에필로그

    달빛 아래서 베짜는 사람들

    - 충청남도 서천군 -

    달빛 아래서 밤늦도록 베틀로 모시를 짜던 모습에서 과거의 내 어머니를 보았다는 어느 시인의 말처럼, 모시는 우리나라 여인의 고단한 삶을 대표하기도 하고, 어려웠던 시절 고향의 상징적인 모습이기도 합니다. 충남 서천의 달고개모시체험마을은 한산세모시의 전통이 가장 많이 남아 있는 마을입니다. 그렇기에 모시마을은 일상에 지친 우리들에게 때로는 어머님의 품 같은 포근함과 고향을 잊고 지내는 많은 사람들에게 아직도 푸근함으로 다가섭니다. 오늘 <트래블아이>의 미션, 바로 ‘달고개모시마을에서 푸근한 옛정을 느껴라!’입니다.

    마을은 겉으로 보기엔 그저 평범한 농촌마을이지만 마을에는 오랜 세월 어머니의 손을 타고 내려온 한산모시의 유구한 전통을 간직하고 있다.

    “떡, 차 등 모시를 넣은 먹거리는 빼놓을 수 없지! 영양가도 일품이라고.” “그 전에 들은 모시풀을 베는 모시매기, 모시짜기 등 모시 제작과정에 참여해보는 건 아주 기본이야.”

    “맞아. 한산모시를 '세(細)모시'라고 부르는데서 그 까다로움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으니까.”

    모시는 잠자리 날개라는 표현을 썼을 만큼 가늘고 섬세한 옷감이다. 모시에 1000년이라는 아주 오랜 역사만큼 전해지는 유래 또한 신비롭다.

    “모시의 역사는 언제 시작된 걸까?” “백제 때 어느 노인이 현몽을 하고 건지산 기슭에서 모시풀을 발견한 것이 시작이라지?”

    “삼국시대부터 발달해온 자연섬유로구나!” “한산 모시를 고려시대에는 명나라에 공물로, 조선시대에는 진상품으로 올렸다고 해.”

    머리카락 굵기의 수천 가닥 모시실에 붓질을 해대면 금세 빤질빤질해진다. 이게 바로 모시실에 풀 먹이는 작업. 그런데 이때 붓끝에 묻힌 것이 범상치가 않다!

    “이거? 콩가루를 물에 갠 콩풀이구먼. 모시는 밭에서 잘라낸 줄기를 햇볕에 말려 태모시를 만들고, 태모시는 치아로 깨물어 머리카락 굵기 정도로 쪼갠 뒤 무릎에 비벼 잇고, 풀을 먹여 이 모시실을 빳빳하게 만드는겨. 내가 만든 모시는 한 필에 200만원은 족히 가지.”

    “와~ 손수 이렇게…. 들인 시간과 정성만큼 정말 빛이 나는군요!”

    이곳은 모시짜기 기능보유자가 많아 귀중한 우리의 전통모시 제작 과정을 지켜보는 건 기본. 하지만 이 마을에는 모시를 테마로 한 여러 가지 체험 거리들이 준비돼 있다.

    “저기서 모시차, 모시 부침개와 모시빵까지 다양한 모시음식 만들기를 해볼 수가 있겠어.”

    “음… 나에게는 좀 어려워보이는데? 나는 요리는 좀 젬병이라. 좀 더 손쉽게 할 수 있는 건 없을까?” “그렇다면 모시 핸드폰줄 만들기에 도전해보는 건 어때?”

    모시장인이 만든 모시옷을 직접 입어보면 대량생산된 요즘 옷감과 얼마나 다른지 확연히 느낄 수 있다.

    “세 군데의 모시체험장에서 직접 모시풀을 베어 모시매기, 모시짜기 등 모시제작 과정에 참여할 수 있어!”

    “에이~ 중간과정이 빠졌잖아! 천연염색까지 거쳐서 내가 만든 모시옷을 입어봐야 진짜 체험이지!”

    모시체험마을의 또 다른 재미는 바로 한과나 모시송편 만들기가 아닐까? 모시잎을 이용해 만드는 음식은 손이 많이 가고 정성이 들어간다는 점에서 모시짜기와 흡사하다.

    “짧은 시간 안에 저 튀겨진 잡곡들을 꿀에 버무려야 해요. 적당하게 굳을 때까지 밀대로 평평하게 편 다음에는 잘라내는 것까지가 오늘 체험의 마무리이죠.”

    “갓 만들어진 한과를 맛볼 수도 있는 거죠?” “물론이죠. 한과 만드는 재미에 먹는 재미까지 더해진 최고의 전통체험이 바로 이거예요!”

    해가 질 무렵 마을을 둘러싼 작은 산책로를 걷다가 밤이 깊어 달이 점점 밝아오면 그제야 왜 이 마을이 달고개모시마을인지 알게 된다.

    “이 땅 위에 오로지 달빛과 우리밖에 없는 듯해. 평평한 땅을 가진 이 마을은 그야말로 아무 것도 걸릴 것 없이 없구나.”

    “온몸으로 달빛을 받아봐. 달빛에 흠뻑 취하노라면 저 멀리에서 물오리떼가 날아오르는 소리가 들려오지. 옛 이름 그대로 ‘달이 뜨는 고개’에 자리 잡은 마을이로구나!”

    장인정신과 혼이 깃들어 있는 한산모시의 우수성을 재인식시키기 위해 마련된 한산모시관 외에도 이 마을은 아름다운 명소가 즐비해 더욱 맘에 든다.

    “갈대밭이 여기서 금방이라지? 전국에서 손꼽히는 철새도래지인 금강하구를 끼고 있어 각종 볼거리와 체험거리도 넘쳐난다고.”

    “마을의 곳곳에 숨어있는 지명의 이름과 유래, 마을의 전설을 보물찾기 하듯이 직접 찾아다니며 마을지도를 완성하는 생태지도 만들기도 함꼐 해보면 좋겠다!”

    충남 서천군 화양면의 이 마을 문턱엔 지금 ‘달고개모시체험마을’이란 커다란 간판이 붙어 있습니다. 너른 평야와 일제강점기 때부터 사람들깨나 끌어모았다는 수려한 산수 경관까지 갖춘 이곳은 누구나 알아주는 서천 명물의 집산지였으니 바로 한산모시입니다. 한산모시는 전국을 통틀어서도 서천을 따라올 데가 없습니다. 그만큼 이 지역 으뜸 모시에 들이는 정성과 노력은 감히 흉내 낼 수도 없습니다. 그래도 무궁무진하게 쏟아져 나오는 체험거리를 통해 이 마을은 우리에게 고향집처럼 정겹고 푸근한 마음과 정을 내어줍니다.

    알아보기
    닫기
  • 건강을 파는 시장

    건강을 파는 시장

    지역충청남도 서산시 편집국        사진편집국 2017-02-16 호감도

    건강을 파는 시장

    • 프롤로그
    • 1.북적북적
    • 2.미스 뻘낙지와 미스터 굴
    • 3.영양도 맛도 일등!
    • 4.덤으로 줄 테니 또 와유~
    • 5.먹고, 먹고 또 먹고
    • 6.찾았다, 그 집!
    • 7.봄향기가 물씬~
    • 8.건강을 담은 맛
    • 에필로그

    건강을 파는 시장

    - 충청남도 서산시 -

    비릿한 바다내음이 진동하는 충남 서산시 동부시장은 언제나 북적입니다. 이 많은 사람들은 대체 서산동부시장에 뭘 사러 오는 걸까 궁금증이 폭발한다면, 장내를 한 바퀴만 둘러보면 궁금증도 이내 가십니다. 동부시장에 온 사람들은 서해안의 신선하고 다양한 농수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믿고 구입할 수 있는 맛에, 이와 더불어 서민들의 삶과 넉넉한 서산 인심과 같은 독특한 재래시장의 정취를 보려 들릅니다. 그럼에도 뭔가 여운이 남는다면 싱싱한 서산의 맛을 직접 찾아보는 것이 정답 아닐까요? 이것이 오늘 <트래블아이>의 미션이죠!’

    상설시장이라 장날인 2일, 7일을 포함해 365일 내내 많은 인파로 넘쳐나는 동부재래시장은 보기만 해도 바다에서 갓 건져 올린 싱싱함이 느껴진다.

    “계절마다 꽃게, 대하, 낙지, 풍성한 물건 많이 나오고 값도 싸고… 뭐하나 싱싱하지 않은 것들이 없네요!”

    “이중에서도 인기 상품은 따로 있지유.” “아, 그래요? 그게 뭐죠?”

    1월에서 2월, 딱 요맘때가 제철인 서산 대표 특산물, 잘 빠진 낙지와 탱글탱글한 미스터 굴. 이곳 시장에서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어 단연 인기 만점이다.

    “굴 1킬로그램에 만원! 연한 뻘 낙지 마리당 5000원~. 이 보다 더 싱싱하고 쌀 수는 없지유.”

    “그냥 먹어도 되겠어요. 짭조름하니 정말 맛 좋은데요.” “우리 시장 낙지랑 굴은 알아줘유! 사랑받는 이유가 바로 갯벌에 있지유!”

    썰물과 밀물덕분에 일조량이 많고 미네랄도 풍부해 영양도 만점, 맛도 만점이다. 이쯤 되면 굴 자랑 한 번 들어봐야 되지 않을까?

    “이 굴 먹으면 피부 미용에 좋다죠?” “아, 어디 그뿐이겠시유? 남자는 정력에 좋고, 애들 성장 발육에도 좋고, 우리 같은 노인들 치매 예방도 되고….”

    “이야~ 만병통치약이 따로 없네!”

    50년 역사를 자랑하는 만큼 800여 개의 상설 점포와 좌판까지 합치면 1천여 개가 넘으니 역시 충남 서부권 최대 재래시장답다.

    “갯벌 낙지도 쫀득쫀득하고 맛있어. 어디 이뿐이겄어? 우리 시장은 새우, 꼴뚜기, 대하, 조개 셀 수도 없이 종류가 많아유. 근데, 어디서 오셨시유?”

    “경기도에서 나들이 겸 싱싱한 새우 맛보러 우리 가족이 총출동했죠. 오늘 처음 왔는데, 가격도 저렴하고 양도 많이 주시고 인심도 좋네요. 다음에 또 들를게요.”

    아이들에게는 놀이터가 따로 없고. 어른들은 흥정하기 바쁘다. 물건값 깎일 대로 깎여 놓고, 그래도 인심 좋은 서산 아주머니는 한 움큼 더 주신다.

    “싱싱하고 덤도 많이 주고 가격도 저렴하니, 어찌 다시 찾지 않을 쏘냐. 단골손님도 해마다 늘겠구냐.”

    “맞아. 하지만 동부시장 인심은 여기서 끝이 아니야. 먹고, 먹고 또 먹고~ 백화점 시식코너가 부럽지 않은 데가 바로 이 시장이지!”

    이 시장에는 장구경 또는 장보러 오는 사람만 있는 게 아니다. 40년 된 달짝지근한 호떡 맛보러 이 시장을 찾는다고.

    “맛있어요. 인천에서 솥뚜껑 호떡 맛있다고 해서 일부러 여기까지 왔어요. 우리 식구들도 꼭 한번 맛보고 싶다고 해서 우르르~ 이렇게 왔네요.”

    “이렇게 맛있는 집은 서산에서 우리 집밖에 없시유.” “맞아요. 할아버지의 반죽 실력에 할머니의 손맛이 더해지니 과연 동부시장 별미 맞네요.”

    시장에는 아주까리잎, 고구마, 개똥쑥, 더덕, 깻잎, 토란줄 등 가지각색의 나물들이 주부들의 손길을 유혹하고 있다.

    “이건 말린 아주까리인가요?” “맞구먼. 생잎 삶아서 햇볕에 바짝 건조시킨 거유. 우리는 진공포장이니 방부제니 농약이니 하는 것들은 몰러~."

    "전부 자연 그대로구먼. 다음 주에 냉이, 달래, 씀바귀 같은 봄나물도 잔뜩 들여오니께 꼭 다시 들러.”

    서산 동부시장 맛을 제대로 보려면 꼭 들러야 할 곳이 있으니 이름하야 개똥쑥칼국수 집. 초록색 면발을 보는 것만으로도 건강해지는 기분이다.

    “우리 부부가 직접 반죽하고 손으로 밀어서 만든 손칼국수구먼. 이 이파리 파란 거 좀 봐유. 개똥쑥 이파리가 들어가서 요렇게 파랗잖아유. 다들 드셔 보시고 맛있다고 하고 가. 향도 좋고 또 건강에도 좋으니까… 우리 집 칼국수가 이 동네 알아주는 별미유.”

    “쓰지 않고 맛이 좋네요. 근데, 여기 단골손님 중 개똥쑥 효과 톡톡히 본 사람도 있다죠?”

    힘없는 소도 벌떡 일어나게 한다는 보양식품 낙지부터 뜰채에 건져 바로 먹어도 꿀맛인 싱싱한 굴까지! 겨울의 끝자락, 서산 동부시장에 가면 건강이 저절로 따라옵니다. 물론 이곳에 해산물만 있는 게 아닙니다. 해군이 있으면 당연히 육군도 있으니까요. 해풍 맞고 자란 다양한 농산물에 누가 먹어도 만병통치약이라는 개똥쑥 칼국수 등등 동부시장 하나하나 모두 서산의 자랑거리입니다. 고향의 맛과 사람 사는 맛이 느껴지는 동부재래시장, 이번 주말 바쁜 도시생활은 잠시 접고 동부시장에서 인간미 넘치는 그 싱싱한 맛에 빠져보면 어떨까요?

    알아보기
    닫기
  • 낙화암 뒤에 가려진 마지막 백제

    낙화암 뒤에 가려진 마지막 백제

    지역충청남도 부여군 편집국        사진편집국 2017-02-16 호감도

    낙화암 뒤에 가려진 마지막 백제

    • 프롤로그
    • 1.삼천궁녀는 실제 ‘3000명’이 아니다?
    • 2.백제여인의 깊은 한
    • 3.우물터에 있던 고란초는 어디로?
    • 4.낙화암, 너 한번 보기 어렵다!
    • 5.노송에 서린 아픈 역사
    • 6.역사도 ‘실수’를 한다!
    • 7.깨어나라, 백제야!
    • 에필로그

    낙화암 뒤에 가려진 마지막 백제

    - 충청남도 부여군 -

    독야청청 소나무가 우거진 나지막한 충남 부여의 부소산은 얼핏 보면 인심 좋은 고장의 뒷산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혹자는 이곳을 보며 백제의 패망을 먼저 이야기할 것이고, 혹은 의자왕과 삼천궁녀 이야기를 먼저 꺼낼 수도 있습니다. 의자왕과 삼천궁녀. 그 미스터리하면서도 솔깃한 이야기는 지금도 회자되지만 진실은 알 수 없습니다. 소나무 산길을 따라 낙화암까지 오르다 보면 조금은 진실에 다가설 수 있을 거란 희망이 괜스레 생겨납니다. 그래서 <트래블아이>도 감히 제안합니다. 낙화암 뒤에 가려진 마지막 백제의 진실을 따라가라!

    낙화암 가는 길목에 잠시 쉬었다 갈 수 있는 백화정(百花亭). 이 육각정자는 궁녀들의 원혼을 달래주기 위해 세웠는데, 정말 궁녀가 3천명이나 됐을지 갑자기 의문이다.

    “삼천궁녀는 실제 ‘3000명의 궁녀’가 아닐 수 있다죠?” “그렇지. 1은 적고 2도 그저 그런 수여서 3이란 숫자를 쓰는데, 거기에 또 ‘수없이 많다’는 뜻인 ‘수천(數千)을 중복으로 붙여서 ’3천‘이 됐을 거란 주장이 있어.”

    “호색한과 상반되게 의자왕 효심은 따라올 자 없었다는데, 정말 역사는 답이 없는 걸까요?”

    백화정에서 백마강 쪽 경사를 내려가면 고란사가 나온다. 이 흥미로운 공간에는 사찰 치고 재미난 이야깃거리가 참 많다고.

    “궁녀를 추모하기 위한 절인데, 우리가 관심 있게 봐야 할 건 바로 백의불상이야. 세 부처상 중 맨 오른쪽 하얀 부처상인데, 자기 몸을 태워서 일반인을 극락세계로 인도한다지.”

    “마치 백제여인들의 한을 대변하는 것처럼 들려요.” “백의보살은 국내에 거의 유일한 불상이어서 충분한 가치가 지닌단다.”

    고란사 앞 고란정에서 의자왕이 마셨다는 약수물과, 여기에 함께 띄워 마셨던 고란초를 중 고란초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어찌된 영문일까?

    “한 바가지에 3년 젊어진다는 약수, 많이 마시면 할아버지도 어린아이로 돌변한다는 그 물 맞죠? 가만 보니 고란초가 안보이네. 이런! 고란초가 모두 전멸했나 봐요!”

    “우물 절벽 위 바위틈에서 수천년 자라온 고란초가 바위틈이 벌어지면서 낙석사고가 있었다지. 그 뒤로 위험해지진 탓에 강 건너 백제원으로 옮겼어. 안타깝지만 어쩌겠니.”

    수도가 함락되면서 부여의 수많은 여인들이 적군으로부터 모욕을 피하기 위해 마지막으로 오른 부소산 정상의 낙화암. 하지만 낙화암을 제대로 보는 방법은 따로 있다는데?

    “정상까지 이렇게 힘들게 왔는데, 어디서도 낙화암을 한눈에 조망할 수가 없다니. 정말 송시열 선생이 새긴 '落花巖(낙화암)' 글씨만 보고 돌아가야 하나요?”

    “너무 수직으로 깎아지른 절벽이라 그렇지. 저기 백마강호 황포돛배를 타야 제대로 보겠지만, 그보다 쉬운 방법은 난간이 설치된 전망대를 찾아봐. 이미 우리가 지나왔어!”

    오래된 소나무가 하늘을 가릴 정도로 빼곡한 부소산은 실제 산 윗부분과 아랫부분의 나무 종류가 확연히 다르다. 그 연유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는데?

    “부소산은 지금처럼 백제시대 때 ‘솔뫼’라고 불렀을 정도로 소나무가 많았다죠?”

    “근데 이 나무들은 백제 때 나무가 아니야. 백제 멸망 때 소나무가 모두 타서 민둥산이었다가 산 아랫부분은 일본사람들이 온통 리기다소나무로 심어 지금까지 자라고 있지. 왜 그랬는지는 하산하는 길에 리기다소나무를 살펴보면서 비교해보고 스스로 판단해보려무나.”

    정상을 계속 걷는다. 부여읍내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반월루를 지나 사자루에 다다르면 사자루의 재미있는 어원을 들을 수 있다.

    “사자루는 ‘사비루’를 잘못 쓴 글자라는 조금 우스꽝스런 얘기 들어본 적 있니?” “네. 백제의 수도 사비, 비(沘)로 쓸 것을 자(泚)로 잘못 표기했다가 그렇게 됐다더군요.”

    “그렇지. 삼국사기에는 ‘사비성’으로, 삼국유사에는 ‘사자성’으로 기록했지만 알고도 그대로 쓰기로 했지. 결정적인 실수를 한 역사적 인물이 누구일까 궁금하지 않니?”

    백제는 패망과 함께 땅에 묻힌 유물들이 지금도 땅만 파면 나올 정도이니 그 700년 찬란한 문화를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우리가 모르는 백제는 아직 땅속에 잠들어 있을까?

    “혹시 들어봤니? 백제역사는 10년마다 바뀐다고.” “아니, 무슨 역사가 10년마다 바뀝니까?”

    “지금까지는 승자 입장에서 역사가 기록됐지만, 백제는 달라. 지금도 백제 유물이 계속 발견되면서 잠자던 역사가 깨어나고 있지. 그러면서 또 새로운 해석도 속속 나오고 있다고.”

    화려한 700년 백제의 마지막을 함께했던 부소산. 낙화암 아래로 그 수야 어찌됐든 정조를 지키기 위해 강으로 몸을 던진 백제여인들과 비운의 의자왕 이야기가 전설처럼 내려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낙화암 아래를 유유히 흐르는 백마강은 유독 푸른빛을 띠나 봅니다. 백제의 고도 사비의 흔적이 빛나는 역사의 길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그렇게 백제의 향기가 묻어나는 부소산성길 위에서 여러분이 찾아낸 것은 무엇인가요? 우리가 몰랐던 진실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섰나요?

    알아보기
    닫기
  • 1 2 3 4 5 6 7 8 9 10  다음 페이지 ...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