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살 이후로 녀석은 줄기차게 동생 하나 낳아달라고 졸라댔다. 생일은 물론 어린이날이나 크리스마스에도 녀석의 1순위 선물은 줄곧 동생이었다. 유치원에서 어떤 친구가 동생자랑을 했나보다. 그렇게 가지고 싶은 장난감을 뒤로하고 동생소리부터 나오는 것을 보니 하나 낳아주면 좋으련만 안타까운 생각이 먼저 들기도 했다.
우리 부부가 철저한 계획아래 아이 하나를 키우려는 것은 아니었다. 몸이 약한 아내는 자궁벽이 약하여 착상이 잘 안되어 임신이 힘들 수도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리고 나서 어렵게 첫아이를 임신하였으나 기쁨도 잠시 얼마 안 되어 유산을 했다. 아내는 첫 아이를 그렇게 보낸 마음에 절망감이 심했는지 몸이 더욱 약해져있었다. 그리고 2년 뒤 지금 나를 똑 닮은 이 녀석을 낳았다. 사실 워낙 임신가능성이 희박했었고 한 번의 유산을 경험한 터라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기적적으로 아이가 생겼고 우리는 더할나위없이 기뻤다. 그런데 이러한 속사정을 알리 없는 요 귀여운 악당은 그렇게 엄마를 졸라댔다.
“아빠! 나 오늘 유치원에서 희망편지 썼는데 보여주까?”
“그래, 보여 줘봐. 뭐라고 썼어?”
“음. 다음 주 크리스마스 기념으로 산타할부지한테 편지쓴고야.”
“보자, 또 동생 가지고 싶다고 썼어?”
“아니!”
“그럼?”
“음. 엄마가 안 아파서 동생 생길 수 있게 해달라고.”
이 녀석 꽤나 혼자 외로운가보다. 주말이나 틈틈이 놀아준다고 했는데도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은 모양이었다.
다음날 이 녀석을 위해 귀여운 진돗개 한 마리를 분양받았다. 충성심이 강하고 사람과 친밀도가 많은 성격을 가졌다고 해서 특별히 진돗개로 정한 것이다.
“짜잔! 아빠가 우리 동민이 동생 데려왔다.”
“우와, 강아지다.”
“귀엽지? 얘는 진돗개야. 동민이가 귀여운 이름도 지어주고 동생처럼 잘 챙겨줘야해. 밥이랑 물도 챙겨주고 알았지? 그리고 아무데나 오줌 싸면 동민이가 치워줘야 해. 할 수 있겠어?”
“그럼. 당연하지. 헤헤. 이름은 음~ 진도로 할래. 진도가 태어났을 때 사람들이 그냥 진도라고 불렀을 거 아니야. 그래서 그냥 진도라고 불러줄래.”
“그래. 앞으로 진도 잘 돌봐야해. 알겠지?”
“네!”
그날 이후로 녀석은 진도를 친 동생처럼 귀여워했다. 물론 모든 동물을 좋아하는 성격이긴 했어도 진도는 더욱 각별하게 여겼다. 유치원을 가기 전에도 진도와 떨어지기 싫다며 유치원에 진도를 데려가겠다고 떼를 쓰는 바람에 아내와 한참 실랑이를 벌인 적도 있었다. 그리고 유치원에서 돌아올 때면 친구들을 잔뜩 데리고 와 당당하게 동생이라고 소개시킨 적도 있다. 다행히 동민이가 진도와 잘 지내며 혼자 있는 시간에도 외로워하지 않았다.
형아가 되었다며 한결 씩씩해졌고 의젓해졌다. 진도가 지정된 곳에 볼일을 보지 않고 아무데나 배설을 하면 진도의 손을 잡고 타이르기도 했다 야단을 치기도 하며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진도는 생각보다 쑥쑥 자랐다. 잘 놀고 잘 먹어서 그런지 몸집도 동민이 만해졌고 진도가 아기 때 사준 폭신한 집도 이제는 진도에게 너무 작았다. 아파트에서 몸채가 큰 개를 키운다는 것이 무리였던 것이다. 동민이에게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까 한참을 고민했지만 도무지 적당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마당이 있는 작은 주택을 구하려고 해도 집이 팔리지 않은 상태에서 시기가 맞지 않아 약 한달 정도는 떨어져 지내야 한다고 했다. 동민은 그렇게 잘 따르던 진도를 잠깐 동안이라도 떨어져 있을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일단은 동민이 유치원을 간 사이에 진도를 분양받았던 곳에 몇 주 정도만 맡겨놓기로 했다. 그 사이에 집을 알아보려던 참이다.
유치원에서 돌아온 동민은 울며불며 진도를 찾아다녔다. 밥도 안 먹고 하루 종일 울면서 진도를 찾았다. 예상하던 일이었지만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던 차에 동창생에게 전화가 왔다. 내일 집을 보러 와도 되겠냐는 연락이었다.
드디어 우리 네 식구가 한 자리에 있을 보금자리를 마련할 수 있게 되었다. 기쁜 마음에 얼른 동민이를 차에 태우고 진도를 데리러 갔다.
진도야 진도야. 나 왔어. 형아 왔어!
진도야 진도야, 이제는 우리 떨어져 지내지 않아도 돼!
진도도 꼬리를 반갑게 흔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