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갛고 향긋한 봄의 보석, 속초 응골딸기마을
새빨간 딸기는 자연의 것이라기엔 뭔가 지나치게 선명하고 예쁜 과일이다. 향긋하고 달콤한 맛과 부드러운 식감도 마찬가지. 요즘은 하우스로 재배해 한겨울부터 제철을 맞는 이 오묘한 과일은 이른 봄에 이르면 지천으로 널린다. 시중에선 카페, 제과점마다 딸기 특수 제품을 내놓기 바쁘고 과일가게도 온통 붉다. 축제 역시 딸기가 주인공. 3월 말이면 앞다투어 열리는 전국 딸기 축제 중 강원도 속초 설악의 정기를 받았다는 응골딸기마을에서 열리는 축제에서 이 빨간 보석을 만끽해 보려 한다.
딸기 향 솔솔, 속초 설악 응골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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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 응골딸기마을의 고설식 재배법으로 공중에서 자라는 딸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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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 응골딸기마을에서 고사리손이 딸기 따기 체험을 하고 있다.
병풍 같은 설악산이 둘러싼 속초에 온 마을이 농사로 풍족한 곳이 있다. 설악산과 청대산 때문에 응달이 지는 위치에 있다고 해서 응골이라고 불리는 마을. 인심이 좋아 시주 온 스님을 그냥 보내는 법이 없었다고 응골이라 했다는 설도 있다. 30여 가구가 사는 이 마을은 이전에 벼농사를 주로 했는데, 2006년 하우스 딸기를 재배하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변화가 일어났다. 현재 응골딸기마을은 일 년에 두 번, 봄맞이와 크리스마스를 기념해 딸기축제를 열고 있으며 특히, 크리스마스 딸기 축제에는 하루에 500명 이상의 사람이 다녀가면서 본격적인 유명세를 타게 됐다.
봄맞이 응골딸기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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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 응골딸기마을은 축제 때뿐만 아니라 상시 딸기 체험을 할 수 있다.2
속초 응골딸기마을 인기 체험 중 하나인 딸기 쿠키 만들기매년 3~4월 무렵이면 응골딸기축제가 열린다. 봄맞이응골딸기축제는 딸기 따기부터, 직접 떡메 쳐서 딸기 찰떡 만들기, 딸기 쿠키 만들기 등 듣는 것만으로 침샘을 자극하는 새콤달콤한 체험과 딸기 향초와 비누를 만드는 향긋한 체험을 준비한다. 특히 어린이들에게 분홍빛 향긋한 딸기는 놓을 수 없는 존재. 아이들도 거뜬히 할 수 있는 체험 활동이기 때문에 가족 단위 방문객들에게는 맛있고 재밌는 경험이 될 것이다.
한편 연인들은 길가에 핀 봄꽃만큼이나 빨갛고 싱싱한 딸기와 사진을 찍는 것만으로도 산뜻한 나들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일 년 중 가장 딸기가 저렴할 때이니, 다시 내년 이맘때까지 기다릴 수 있도록 원 없이 먹어봐도 좋겠다. 응골딸기마을에서는 축제가 끝나도 상시 딸기 따기와 관련 체험을 계속할 수 있으므로, 늘 은은한 딸기향이 사라지지 않는 마을이라 하겠다.
특별하게 자라는 응골딸기의 자부심
신부가 입장해도 될 만큼 어여쁜 속초 응골딸기마을의 하우스
설악산의 좋은 공기를 마시고 자란 딸기라니 왠지 더 싱싱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정확하게 응골 딸기가 특별한 점은 바로 재배 방법. 보통은 딸기가 키 작은 모종에서 자라 땅 위로 열리는 것과 달리, 응골은 땅에서 1m가량 떨어진 높이에 심어 배관으로 영양을 공급하는 고설식(高設式) 재배를 채택한 딸기 농가 중 하나다. 이 때문에 응골 딸기 하우스에서는 마치 고개를 늘어뜨린 꽃처럼 공중에 주렁주렁 매달린 딸기를 볼 수 있고 그 사이를 걸으면 마치 버진로드 위에 선 신부처럼 설레는 기분마저 든다. 또 토양 오염에 노출되지 않아 딱히 씻지 않고도 먹을 수 있는 딸기란다. 더불어 응골 딸기는 직접 기르는 꿀벌로 수정해 당도를 높인 것 역시 특징으로, 비록 하우스 재배이지만 자연이 만든 싱싱한 이 보석은 보면 볼수록 탐스럽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오감을 깨워주는 과일, 딸기! 이번 주말엔 붉은 보석이 주렁주렁 매달린 응골딸기마을로 봄맞이하러 가볼까요?
글 트래블투데이 박선영 취재기자
발행2018년 03월 29 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