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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관광, 가장 우아하게 여행하는 법


걷는 대한민국. 어느덧 올레길, 둘레길, 마실길 등 일명 걷는 관광이 대세가 되었다. 이제 차를 타고 여행지에 들러 정해진 것만 보는 여행의 시대는 갔다고 봐도 무방하다. 걷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은 새로운 여행방식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목적지까지 가는 길도, 그 장소를 벗 삼아 걷는 일도 여행에 포함되고 심지어 어디로 가든 단순히 걷는 행위만을 위해 떠나는 여행도 생겼다. 해가 거듭된 지금도 걷기에 대한 열기는 여전히 뜨거우며, ‘트레킹’이라는 용어는 여행뿐 아니라 생활 속까지 깊숙이 들어와 있다. 초기엔 걷는 일이 뭐 그리 대수랴 했던 이들도 많았지만, 이젠 한 번 걸어 봤다 하는 이들의 예찬론이 더 많이 들린다. 실제로 그렇다. 걸어본 사람들은 안다. 두 다리 움직여 걷는 일이 우리에게 생각보다 꽤 많은 것을 선사함을.

                    
                

걷기예찬 1. 걷는 게 남는 일

프랑스의 사회학자 다비드 르 브르통(David Le Bretom)은 산문집<걷기예찬>에서 ‘걷는다는 건 가장 우아하게 시간을 잃는 법’이라고 썼다. 걷는 것이 생각보다 탁월한 운동이라는 것은 이미 여러모로 알려진바, 그의 관점에서 걷기는 운동이라기보다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한 본능적인 행위다. 관광지는 아니지만, 대표적인 걷는 여행으로 알려진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이와 같은 관점이 실현된다. 프랑스 남부에서 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800km의 시골길을 한 달여에 걸쳐 걷는 녹록지 않은 여정임에도, 해마다 세계 각국에서 600만 명 넘는 사람들이 종교에 국한되지 않고 자신과의 시간을 찾기 위해 찾아오는 것이다. 중세 이후부터 닦아진 길 위에 쌓인 걸음이 전 세계적으로 대를 이어온 걷기예찬을 증명하는 셈이다.
 

걸으면서 마주하는 자연의 모습에 우리는 휴식을 선물 받는다.

국내 걷기 코스의 역사는 오래되지 않았지만, 동의보감을 남긴 허준 선생의 명언에서는 그 중요성이 예로부터 알려졌음을 알 수 있다. 한약보다 음식으로, 음식보다 걷는 운동으로 몸을 보하는 것이 낫다는 말이 바로 그것. 조선 시대부터 치유의 시작은 걷기였다. 일상생활에서 걷는 일은 숨 쉬는 것만큼 자연스러워 명상, 회상 등 다양한 정신 활동을 병행할 수 있다. 걷는 일이 심신에 모두 이로운 것이 이 때문이다.

 

걷기예찬 2. 전국으로 뻗어 가는 걷는 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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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속의 섬 제주 우도를 일주하는 올레길 1-1코스는 천혜의 자연을 벗 삼아 인기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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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오름과 올레길은 한국 걷기 관광 열풍에 불씨를 당겼다.

대한민국 걷기 열풍에 첫 불씨를 놓은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제주도 올레길. 2007년 섭지코지가 있는 1코스부터 시작해 현재까지 총 26개 코스가 이어져 커다란 제주 땅에 손을 맞잡고 있다. 2014년까지 8년 동안 무려 564만 명이 걸었다니 과연 으뜸이다. 올레길의 성공은 걷기 열풍뿐만 아니라 제주를 세계적인 관광지로 만드는 데에도 큰 몫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올레길 이후에는 지역마다 걸어서 관광할 수 있는 도보 길이 속속 생겨났다. 대표적으로 지리산 둘레길, 북한산 둘레길 등이 있고 그 뒤를 이어서는 전국 각지에 트레킹 코스가 없는 곳이 없을 만큼 새로 생겨난 길이 많아졌다. 예전에는 크게 알려지지 않았던 걷기 좋은 길들이 재조명받기도 했다.
 
신기한 것은 이러한 추세에 발맞춰 사람들도 걷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물론 올레길의 성공 역시 그 길을 걸어준 사람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겠지만, 요즘은 생긴 지 얼마 안 된 길에도, 입소문을 타지 않은 조용한 산길에도 걷기 위해 찾아오는 발길들이 많다. 그동안은 걷지 못해 어떻게 버텼나 싶을 정도다. 더불어 트레킹화, 워킹화 등 아웃도어 시장이 크게 성장하기도 했다. 이는 알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 하는 식이 되겠으나, 결국 걷는 관광이 활성화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 어느 때보다 빠르고 치열해 휴식이 필요한 삶을 사는 요즘 사람들에게 걷기만큼 효과 좋은 약도 없다.

 

걷기예찬 3. 걸어서 여행해야 하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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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촌의 골목길은 걷는 여행의 즐거움을 배가시켜 준다.

이제껏 역설한 걷기의 명분인 심신의 건강을 떠나 여행에서까지 왜 그렇게까지 걸어야 하는지 아직도 이해할 수 없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 걷는 여행의 묘미에 대해 말하려 한다. 걷는 관광은 목적지까지 가는 길도, 그 장소를 벗 삼아 걷는 일도 여행에 포함한다. 어떨 때는 특별한 종착지 없이 그저 걷는 행위가 여행의 목적이 될 수도 있다.
 
먼저, 걷는 일은 단순히 많은 우연과 마주하게 한다. 어느 곳에서든 걷다 보면 생각지 못한 풍경, 사람, 생각과 만나게 한다. 여행은 익숙지 않음을 느끼러 가는 것. 한 기자는 서울 종로구 서촌을 취재하려고 골목 구석구석을 누비던 중, 사전조사에 포함되지 않은 대궐 같은 한옥마을을 만나고 마치 보물을 찾은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단다. 걷지 않았다면 결코 만날 수 없었을 행복이다. 두 번째로, 걷는 여행은 자세히 보게 한다. 느린 여행이라 할 수도 있겠다. 천천히 길을 따라서 걷다 보면 늘 빨리 살던 일상에서 확실히 벗어나게 되고 길 위에 풀 한 포기, 느리게 가는 구름도 보게 된다. 결국, 차를 탈 때보다 천천히 가도 더 많은 것을 보는 셈이다. 

 

걷기예찬 4. 하늘, 산, 바다, 섬을 따라 걷는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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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시 모악산 마실길은 가벼운 마실 나온 듯 여유롭게 걸어야 제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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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군의 블루로드는 푸르게 탁 트인 전망이 인상적이다.

이미 한국 곳곳에는 걷기 좋은 길이 많이 생겼고 손님을 기다리는 새 길도 줄줄이 대기 중이다. 등산객들에게 명성 높은 강원도 원주 치악산의 둘레길은 물론, 전북 순창군은 옛 서당 건물인 훈몽재와 대나무 숲으로 선비 정신을 따라 걷는 선비길이 그 예다. 서울 종로의 이화동, 통영 동피랑 마을처럼 작은 마을에 벽화를 그려 좁은 골목 여행을 할 수 있는 곳들도 많다.
 
섬에서도 걷기는 예외가 아니다. 전남 완도군에 속한 작은 섬 청산도는 그야말로 천천히 걷기 좋은 길이라는 이름 ‘슬로길’을 따라 제대로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곳. 전남 신안군과 더불어 슬로시티로 선정된 까닭에 차는 물론이고 사람을 보기도 쉽지 않을 만큼 한적하고 조용하다. 영화 서편제에서 아리랑을 부르며 걸어가는 장면이 촬영된 길이 그대로 남아, 그 향취도 여전하다. 전북 김제의 모악산 마실길은 산을 따라 걷는 길로, 천년고찰 대원사와 금산사 등 문화유적을 탐방할 수 있어 의미가 남다르다. 정상에 오르면 전주 시내와 내장산, 변산반도가 모두 내려다보여 일석삼조의 기분을 느끼게 한다. 강원도 평창 오대산 월정사에는 푸른 기운이 몸속 가득 스며들게 하는 전나무 숲길이 우거져 있다. 특히 봄부터는 나무가 피톤치드를 뿜기 시작해 걷기에 더욱 좋다. 바다를 따라 걷는 영덕 블루로드는 제주 올레길 만큼이나 아름다운 광경을 선사해 눈이 즐겁다. 드라이브 코스로 이미 유명한 7번 국도와 이웃해 걷는 탐방로로 중간중간 어촌 체험마을과 해맞이 공원, 대진항 등 볼거리를 더하는 장소들이 지루할 틈 없게 한다.

대한민국 팔도에는 이제 마음만 먹으면 두 다리로 갈 수 있는 곳이 천지다. 걷기는 무엇보다 오감을 자유롭게 만드는 일로, 오감을 여는 것은 여행의 기본이 된다. 다비드 르 브르통은 걷는 일이 가장 우아하게 시간을 잃는 법이라고 했지만, 다시 말해 걷기는 가장 우아하게 여행하는 법이 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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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동안에는 시간이 느리게 간다고 느껴집니다. 두 다리가 움직이는 동안 머리도 마음도 꽤 많은 일을 하기 때문이겠지요? 국내 곳곳에 뻗어있는 절경의 길을 따라 걷는 관광. 또 하나의 건강 비법도 되지 않을까 싶네요.

트래블투데이 박선영 취재기자

발행2021년 04월 08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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